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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카테고리 없음 2024. 11. 16. 13:29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예금보호 한도 5천만원→1억 상향 장단점 따져보니

    김남일기자

    수정 2024-11-15 15:42등록 2024-11-15 06:00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르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다.

    여러 언론이 “선진국보다 한도가 낮았는데,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상향”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보호 한도 5천만원을 두고 1인당 지디피(GDP)와 경제적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더 많은 돈을 맡길 수 있다.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보호 한도 상향 요구가 꾸준히 있었는데도, 20년 넘게 5천만원으로 묶어둔 이유도 있다.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고, 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보험료 부담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입법 과정에서 은행과 저축은행 간 ‘차등 상향’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금자보호의 역사

    예금자보호는 예금보험공사에서 맡는다.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개인 또는 기업 예금자는 물론 금융시장 전체에 위기가 확산하며 충격을 주게 된다. 집단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퍼지며 인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평소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쌓아두고, 예금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하면 예금보험공사가 기금을 통해 대신 예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전 보호 한도는 △은행 2천만원 △보험 5천만원 △금융투자 2천만원 △저축은행 2천만원 등 ‘차등 보호’였다. 구제금융 사태 때 한시적으로 ‘전액 보호’가 이뤄졌지만, 2001년부터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천만원(세전)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금융시장 참여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 및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부분 보장제도로 환원했다”고 설명한다.

    예금보험공사는 현행 5천만원 보호 한도에 대해 “다수의 소액예금자를 우선 보호하고 부실 금융회사를 선택한 예금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예금 전액을 보호하지 않고 일정액만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예금보험공사 자료(올해 8월 기준)를 보면, 보호 대상 금융사와 예금액은 283곳 3029조8천억원에 이른다. 권역별로 보면 △은행 52곳 1952조7천억원(국내 19, 외국 33) △저축은행 80곳 95조2천억원 △생명보험 22곳 661조9천억원△손해보험 22곳 244조4천억원(국내 17, 외국 5) 등이다. 금융투자사인 △증권사 60곳(국내 48, 외국 12) △자산운용사 44곳 △선물 2곳 △증권금융 1곳 등 107곳 71조4천억원도 보호 대상이다.

    주요국보다 낮은 보호 한도

    은행업권 보호 한도만 놓고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지디피 대비 보호 한도 비율은 1.2배다. △미국 3.1배 △영국 2.2배 △일본 2.1배 △캐나다 1.4배 △호주 2.5배 △스위스 1.1배 등 주요 선진국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보호 한도는 업권·금융상품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5천만이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내놓은 ‘23년간 변동 없는 예금자보호 한도, 차등 상향 필요’ 자료를 보면, 은행업권 보호 한도는 △한국 5천만원 △미국 25만달러(3억5100만원) △영국 8만5천파운드(1억5100만원) △일본 1천만엔(9천만원)이다. 한국은 미국에 견주면 7분의 1, 일본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보호 한도 상향을 요구하는 주요 근거로 쓰인다.

    예금보험공사 통계자료 갈무리

     

    보호 강화의 단점도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과 주가폭락 사태로 파산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25만달러)를 따르지 않고 예금 전액 지급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예금자 보호 강화는 “뱅크런 위험으로부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7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정부의 대응과 시사점’ 자료에서 △건전성보다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예금자 위험 선호 강화에 따른 자금이동 △은행 예금보험료율 인상 △금융 소비자로의 예금보험료 부담 전가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5월 ‘선별적 보호 한도 적용을 통한 예금보험제도 개혁’ 자료를 내놓았다.

    여기서 예금 전액 보호의 장점으로 “뱅크런의 위험을 가장 직접적·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으면서도 “예금자의 규율 유인이 사라져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 또 예금보험기금 규모가 70∼80% 증가해 은행의 예금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예금자 1.3%만 편익

    금융위원회 자료(2023년 말 기준)를 보면, 은행업권의 경우 현행 보호 한도인 5천만원 내 예금자 비율은 97.7%, 1억원 이하 예금자 비율은 99%에 이른다.

    보호 한도를 1억으로 상향할 경우 추가로 1.3% 예금자가 편익을 누린다는 얘기다.

    이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5천만원(괄호 안은 1억원) 보호 한도 안에 있는 예금자 비율은 △금융투자사 99.7%(99.9%) △생명보험 93.8%(98.3%) △손해보험 99.4%(99.9%) △저축은행 97.3%(99.7%) 등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호 한도 상향의 편익은 소수의 5천만원 초과 예금자만 누리게 되는 반면, 한도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 경로를 거쳐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 한도 상향에 따라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해야 할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부담을 5천만원 미만 예금자가 대부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현재도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 권고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 자금이동 등 금융시장에의 영향, 금융회사·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 등을 고려해 예금보험금 한도 증액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저축은행에 쏠리는 돈…부동산 PF 폭탄?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과 비슷한 예금 기능을 한다. 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보호 한도에 맞춰 5천만원씩 분산 예치했던 예금을 은행보다 이자를 높게 쳐주는 저축은행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 자료(2022년)를 근거로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절반(50%)이 건설업·부동산업에 집중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저축은행은 특정 업종에 치우쳐 대출을 실행하고, 경기 부진에 따라 특정 업종의 경영환경 악화로 부실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는 저축은행의 부실자산관리 부담을 커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797개 지점을 운영하는 국민은행에 예금하든 지점 1개를 운영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예금하든 동일하게 5천만원까지 보호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예금보험료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곳은 예금 규모가 큰 은행업권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누적 납부액을 보면 △은행 11조3939억원 △저축은행 1조6988억원 △생명보험 4조5488억원 △손해보험 1조7738억원 △금융투자사 4134억원 △종합금융회사 408억원 규모다.

    반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예금을 지급한 곳은 은행보다 여신 심사와 리스크 관리가 느슨했던 저축은행뿐이다. 43곳에 5조690억원이 지급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3년 예금보험기금 출범 이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저축은행 보험사고가 발생했고, 이는 저축은행 부실 부담이 다른 업권에 전가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과 같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다른 업권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호 한도 차등 상향?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험금 한도 설정 시 1인당 국내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초로 5천만원 한도가 설정된 2001년도와 2023년을 비교했을 때 1인당 지디피는 1493만원→4334만원(2.9배), 예금 등 규모는 550조원→2947조원(5.3배) 증가했다.

    22대 국회 들어 보호 한도 상향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8건이 발의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는 “1인당 지디피 및 예금액 규모 변화 등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상황을 반영해 한도를 증액해 예금자를 보호하고 예금 안정성 신뢰를 제고하려는 개정안 입법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면서도 “법률 개정 편익이 금융자산이 많은 일부 계층에 한정되고 그 부담은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일시적 자금 이동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차등 보호’ ‘차등 상향’을 두고는 입장이 갈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모든 업권의 보호 한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보호 한도는 유지하는 ‘차등 보호’를 제안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는 “금융업종과 관계없이 한도를 일률적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차등 보호로 인한 예금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저축은행 간 보호 한도를 동등하게 운영하는 것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소비자의 자금이동 가능성과 금융사의 영업행태 변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675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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