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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북 & 이슈문화 광장 2024. 10. 19. 19:06VOL.33|2024.10.16“태극기로,고작 그걸로 감싸 보려던 거야.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아니어야 하니까.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애국가를 부른 거야.”- 한강 ‘소년이 온다’ 중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화두예전 한 때 한국 영화를 멀리 했던 적이 있습니다. 쓸데없이 잔혹해서요. 지금도 넷플릭스 화제작이라는 거, 사람들이 하도 화제라 해서 한번 봐볼까 싶다가도 끝내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마다의 기준이 다 다르겠습니다만, 제 기준에선 쓸데없이 잔혹하고, 쓸데없이 야하고, 쓸데없이 욕을 많이 해서요. 여백없이 너무 꽉 채운달까요. 도파민 뿜뿜 조회수 높이는 데는 그만한 게 있을까, 싶긴 합니다만.왜 그럴까 싶었을 때, 예전 어느 프랑스 평론가가 썼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잔혹했던 현대사와 압축적 근대화 때문에 한국인은 뭔가 엄청난 푸닥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됐다, 그래서 과하게 폭력적이고 섹슈얼하고 엄청나게 자극적인 영화들이 먹혀 드는 곳이다, 라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OECD 자살률 1위, 어쩌고 하는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어느 화가의 회고도 기억납니다. 이 분은 ‘분단’을 화두로 ‘붉은 산수’를 그리는 분입니다. 군복무 시절 야간투시경으로 내다본 조국의 산하는 온통 붉은 빛이었습니다. 이 분단의 비극, 그걸 캔버스에 담아낸 겁니다.이 작가는 해외 유명 컬렉터가 그의 작품을 ‘픽’ 하면서 소위 ‘뜨는’ 작가가 됐는데, 이 유명 컬렉터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합니다. 한국에 관심을 가진 뒤 한국 역사에 주목했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룬 작가를 찾았노라고. 그런데 의외로 잘 없더라고.현대사의 비극을 직시하자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번역서를 보면 아직도 1, 2차 세계대전, 홍위병 사태 같은 걸 다룬 책들이 쏟아집니다. 그 쪽 사람들은 아직도 거기에 대해 얘기하고 읽고 쓰는 겁니다. 조선말, 식민지, 독립운동, 광복, 분단, 전쟁, 압축적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20세기 한국 현대사는 너무나 드라마틱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우리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하게 다루고 있는가요.소설가 한강의 대표작으로 흔히들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꼽습니다. 광주의 전남도청 최후의 결사대로 죽어간 어느 한 소년을 중심에 놓은 소설입니다. 사실 전 이 책도 처음 나왔을 때 쉽게 읽히지 않더군요. 뭐랄까, 너무 섬세한 그 촉감이 좀 힘들었달까.
좀 읽다 덮고 읽다 덮고 하다 보니 주섬주섬 읽었다는 쪽에 가깝겠네요. 그냥 소설로 읽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쓰는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한 문장 쓰고 몇 시간을 울고 또 한 문장 쓰고 몇 시간을 울었다던, 어디선가 읽었던 작가의 인터뷰 기사도 기억나네요.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문학상 그 자체도 축하할 일입니다만, 역사로 시선을 돌린 그의 작품들이 주목받는 것 같아, 한국 역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룬 작가를 찾았노라는 그 해외 컬렉터의 말이 기억나 더 기쁩니다.노벨상 측에서도 ‘역사적 트라우마’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 했다는데, 바로 그 얘기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국의 힘, 한국 문화의 힘이라는 건 결국,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직시하는 데서 나온다는 걸 되새겨 봤으면 합니다.박근혜 ‘블랙리스트’라는 희극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희소식과 함께 거론되는 게, 비극적이게도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얘기입니다. 아마 5·18이라는 소설의 소재 자체가 문제였을 것이고,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하필 ‘창비’라는 것도 문제가 됐을 겁니다.작가, 작품?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런’ 출판사에서 ‘저런’ 주제로 책을 냈다고? ‘저런’으로 모든 게 정리됐을 겁니다. 아마 지극히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일 처리였을 겁니다.이쯤이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지요. 유대인이 죽어나가는 걸 지극히 합리적 행정 사무로 처리해 나가던 루돌프네 가족의 일상을 지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참 기이하게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아마 어디선가 다른 방식으로 아우슈비츠는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걸 보여주마, 그게 감독의 의도였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말에 ‘5·18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고 했다던 작가의 대꾸는 참 상징적이지요.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사실 나치가 마침내 가스실을 운영하게 된 여러 요인 중 하나는 독일 군경이 받은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성인 남자 유대인을 총살하는 거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노약자 여성 어린이까지 눈 앞에 두고 죽이라고 시키니 너무 힘들어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 유대인 그 놈들이 아주 나쁜 놈들이라 치자, 그런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싶었을 겁니다. 나치의 가스실은, 독일 군경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겁니다.5·18을 실행한 군인들, 한강 작가를 이런저런 블랙리스트 올린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들을 악마화하라는 아닙니다. 잊지 말고 반복해 볼 만한 질문일 겁니다.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며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괜한 게 아니다 싶습니다.시대의 트라우마에서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된앞으로의 작가들이어떤 작품을 내놓을지더 많은 응원과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애도를 막지 마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5·18을 다룬 한강 작가가 노벨상이라 ㅎㅎㅎ한국 보수는 이제 어쩌냐,이러다 노벨상 로비 음모론을 넘어노벨상 보이콧 운동이라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농담도 들립니다.뭐 다 좋습니다만, 이 문장은 계속 가슴이 아립니다.“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됐습니다.”되돌아보면 이 소설이 발간된 건 2014년.하필 세월호가 가라앉은 해이기도 합니다.아마 블랙리스트가 더 절실했을 겁니다.그래서 노벨상 수상 작가의 이 질문은 아직도 열린 질문입니다.5·18 광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까?독자 질문 & 의견 중 일부를함께 나눕니다지난 주말 장 보러 갔더니 김치가... 김치가... 어휴..곧 시작될 김장 때까지는배추 가격이 좀 어째 되어보길간절히 기도합니다.이 참에 깍두기도 먹어볼 자유 따윈별로 누리고 싶지 않습니다.💬 "산업스파이와 처벌법 그리고 국정원의역할”👉 국정원의 심대한 어퍼컷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 “바람직한 이슈 내지는 의견을 말하는 생각과 능력이 부족해 기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휴 무슨 죄송까지. 그저 가볍게 말씀 주시면 됩니다. 저 또한 가볍게 쓰고 답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다들 열독 분위기일 거 같아서소설 내용이나 소설 속 문장을 최소화했습니다.그간 못 보셨던 분들,이참에 한강 소설,찐~~하게 음미해보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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