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공백에 애타는 환자들 “언제까지 정원 얘기만…환자 고통이 중심돼야”지금 이곳에선 2024. 9. 10. 09:56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9일 오전 주 1회 성인진료를 중단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정이 모여 대화하면서 본인들 이야기만 하지 말고, 지금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야기의 한가운데 놓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가 의료공백 7개월째에야 이를 해소하겠다며 의료계를 포함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9일 시급하게 다뤄야 할 의제는 ‘환자의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바람과 달리 논점은 다시 ‘의대 정원 증원’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다.
협의체에 참여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는 ‘의대 증원 취소’를 고수했다. 이미 증원을 확정하고, 입시 일정에 돌입해 조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까지도 다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날도 호소문을 내어 “정부는 2025년도를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환자들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반복된 싸움에 지친 기색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대 정원 수 때문에 환자들은 이미 6개월 넘게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는데, 또 ‘2라운드’를 하자는 거라면 협의체는 필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당리당략에 따라, 의료계나 정부 각자의 요구만 하다가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환자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승표 식도암환우회 대표도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를 제삼자로 두고 의대 증원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 환자의 눈앞에 있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사직 이후 환자들이 겪어온 피해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6월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8425명)보다 16.3% 감소한 5만7244명이었다.
같은 기간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에선 암 수술 건수가 29%나 줄었다.
중증의 응급환자들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최근 중증 환자들이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응급실에 가려 해도 병원에서 거절해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 구성에 나선 여야는 빠른 시일 안에 협의체를 가동할 수 있도록 ‘의료계 설득’을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일 중요한 건 (협의체 내) 의료계 참여 문제”라며 “정부에서 의료계와 다양한 접촉을 하거나 할 예정으로 안다.
여당에서도 의료계 동참 및 협조 요청을 이끌어낼 수 있게 당 차원에서 여러 의원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회동에서) 정부가 의료계를 협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전제 없는, 진정성 있는,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며 “야당도 협의체를 제안한 만큼 이 부분 문제 해결에 있어 추석 전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협의체 가동 여부는 ‘의대 증원 취소’를 주장하는 의료계가 쥔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이날 의료계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이름과 개인정보 등을 공개하며 조롱하는 블랙리스트가 알려졌다.
정보 기록소(아카이브) 형식의 한 인터넷 공간에 올라와 있는 ‘감사한 의사 명단’을 보면, ‘응급실 부역’ 항목에 병원별 응급실 근무 인원과 일부 근무 의사의 명단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지금 이곳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동연 “25만원 지원금, 국민 70~80% 지급하는 게 현실적” (3) 2024.09.11 채 상병 어머니 “해병대 전 사단장이 처벌되길 바라고, 또 바랄 뿐” (0) 2024.09.11 [영상] “일제시대 국적 일본” 사과 거부한 김문수, 국회 퇴장당해 (3) 2024.09.10 ‘만취 뺑소니 사망사고’ DJ예송, 2심서도 징역 15년 구형 (1) 2024.09.10 김건희 여사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0) 20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