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주국 자존심으로”…김유진, 세계 1·2위 연달아 꺾고 금맥 이었다지금 이곳에선 2024. 8. 9. 10:01
“종주국 자존심으로”…김유진, 세계 1·2위 연달아 꺾고 금맥 이었다
렝킹 포인트 부족해 대륙별 선발전…12위로 파리행
5·4·1위 잡고 2위와 결승 ‘완승’…태권도 두 번째 금
기자장필수
수정 2024-08-09 09:21등록 2024-08-09 04:56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김유진이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행 비행기에 가까스로 탑승했던 김유진(23·세계 12위)이 최상위 랭커를 모두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는 여자 57㎏ 종목에서 16년 만에 다시 금맥을 이으며 종주국의 위엄을 다시 세웠다.
김유진은 8일 밤(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 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흐(세계 2위)를 2-0(5:1/9:0)으로 잡고 정상에 섰다. 국내 및 대륙별 선발전을 거치며 천신만고 끝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상위 랭커들을 모두 잡아내며 결승에 올랐고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유진이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뤄종스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두 선수는 1라운드 초반 발치기를 주고받으며 탐색전에 돌입했다. 키야니찬데의 감점으로 점수를 쌓기 시작한 김유진은 이후 빠르게 상대의 몸통에 발차기를 꽂아 넣으며 5-1로 1라운드를 쉽게 따냈다. 키야니찬데흐는 소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는 등 심판으로부터 여러 차례 감점을 받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승기를 잡은 김유진은 2라운드에서 페이스를 좀 더 끌어올렸다. 천천히 기회를 엿보다 왼발로 상대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하며 3-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 긴 다리를 이용해 상대 몸을 정타로 연이어 가격하며 승부를 9-0으로 마무리 지었다.
결승까지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첫판인 16강전에서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5위)를 만났고, 8강전에서는 스카일러 박(캐나다·세계 4위)와 일전을 벌였다. 준결승에서는 세계 1위인 중국의 뤄쭝수와 마주쳤다. 하지만,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리고 싶다”는 각오로 이들을 모두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그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세계 순위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올림픽에서 증명했던 김유진이지만, 파리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까지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한 뒤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1장의 티켓을 더 딸 수 있었는데, 논의 끝에 여자 57㎏에 도전하기로 했다. 당시 김유진은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충분히 얻지 못해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체 국내 선발전을 거친 뒤 대륙별 선발전에 출전해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김유진은 힘들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훈련으로 약점으로 꼽힌 순발력과 체력을 키웠다. 그리고 갈고닦은 실력으로 상대를 향해 과감하게 금빛 발차기를 꽂아넣으며 모든 상대를 격파했다.
한국 태권도는 김유진의 우승으로 2000 시드니올림픽(장재은), 2004 아테네올림픽(장지원), 2008 베이징올림픽(임수정) 이후 끊긴 종주국 자존심을 다시 회복했다. 전날 남자 57㎏ 박태준에 이은 두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세웠던 목표(금메달 1개 이상)도 넘어섰다. 남자 80㎏ 서건우,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서건우는 9일, 이다빈은 10일 메달 사냥에 나선다.
파리/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지금 이곳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내가 뉴라이트? 처음 들어" (1) 2024.08.09 [영상] 독립운동가 후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하라" (0) 2024.08.09 ‘해파리 공포’에 피서 인파 끊긴 동해안…제철 오징어도 사라질 판 (1) 2024.08.09 “양심 반해 괴롭다”…김건희 명품백 조사 권익위 국장 숨져 (0) 2024.08.09 용적률 30% 더준다…政, 서울 아파트 값 급등에 강북 재건축·재개발 속도 높인다 (0) 202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