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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유럽생활/ '런치 콘서트'(lunch concert)
    지금 이곳에선 2024. 7. 19. 12:00

    VOL.28|2024.07.08

    안녕하세요, 독자님
    유럽에서 날아온 스물여덟 번째 편지를 개봉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
    여러분, 어느덧 저희가 만난 지 1년이 넘은 것을 알고 계셨나요! 지난해 6월 28일 첫 슬유생을 보낸 뒤 '반응이 어떨까...'라며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독자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히 슬유생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다는,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는 다짐과 요청의 인사입니다.
    1년을 맞아 슬유생 틀에 조금 변화를 주려고 해요. 지금까지는 <지금 여기, 유럽>, <사람, 유럽>, <말, 유럽>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거나, 생각할거리를 던지거나, 현장 냄새가 폴폴 나는 이슈를 담아왔는데요. 앞으로는 유럽의 무수한 뉴스 중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하는 <뉴스, 유럽> 코너를 새롭게 선보이고자 합니다. 놓치기 아까운 뉴스가 한국 밖에도 무척 많거든요. 이에 <사람, 유럽>은 지난 회를 끝으로 마무리하고자 해요. <말, 유럽>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
    ...
    여러분,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홀(이하 베를린 필하모니)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보셨나요?
    우선 베를린 필하모니를 말씀드리면, 세계적인 건축가 한스 샤로운(1893~1972)이 설계한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 중 한 곳으로, 무대를 둥그렇게 둘러싸는 관객석이 특징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니에 전속으로 속해있는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하모닉(이하 베를린필)입니다. 베를린필은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힙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답을 드리면 매주 수요일 베를린 필하모니가 북적이는 건 베를린필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공연장'에서 '그 유명한 악단'이 '매주 무료 공연'을 한다니, 믿어지시나요? 슬유생 독자 여러분들께 그 현장을 소개합니다.
    이 공연... 정말, 공짜에요? 네!
    무료 공연 정체는 바로 '런치 콘서트'(lunch concert)입니다.
    - 런치 콘서트는 여름 휴가 기간인 7, 8월을 제외하고 9~6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 공연은 보통 40~50분 간 진행되는데요. 프로그램은 다양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니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종종 실내악, 피아노 작품을 경험하거나 때로는 드럼 듀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부터 탱고까지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무대에는 베를린필 단원 또는 베를린필 유스 오케스트라인 카라얀 아카데미 단원이 주로 섭니다. 그러나 독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단원이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사전 정보를 들고 저와 함께 베를린 필하모니로 떠나보시죠.
    1시간 전부터 입장 행렬... 점심도 공연장에서
    저의 방문일은 6월 19일. 7, 8월 휴식 기간이 오기 전 마지막 공연이라 서둘러 방문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니에 도착하니 낮 12시. '이 정도면 일찍 왔겠군!'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까지 약 1시간이 남았는데 이미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이 상당했거든요.

    많은 관객들이 서둘러 공연장을 찾은 이유가 있습니다.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는 관객에는 제한이 있는데, 베를린 필하모니가 별도로 예약을 받지 않지 않고 선착순으로 관객을 받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남들보다 먼저 공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입니다.
    공연장 로비에는 음식 판매 부스도 마련돼 있습니다. 일찍 도착한 관객들은 점심을 먹고 공연을 즐기면 되죠. 어떤 음식이 있나 살펴보니 샌드위치, 케이크, 샐러드, 찐 감자 등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정식 식사보다는 간식에 가깝죠. 모두 10유로(약 1만5,000원) 미만입니다. 음식값은 바깥에 비해 살짝 비싼 편입니다. 주스, 알코올 등 음료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서비스 차별? 걱정 마세요
    입장 가능 연령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베를린 필하모니는 이렇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모든 연령층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런치 콘서트가 명시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공연자 및 다른 관람객을 고려하여 공연에 참석하기 전 자녀가 약 45분 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지,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지 등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무료 공연이라고 서비스에 차별을 두지는 않습니다. 공연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겉옷, 소지품 등을 맡길 수 있는 부스도 여느 때처럼 활짝 열려 있습니다. 사실 더 나은 서비스도 있습니다. 원래 연주자, 곡 등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프로그램북은 돈을 주고 사야하는데, 런치 콘서트에서는 공짜로 나눠 줍니다. 물론 책자 형태가 아니라 A4 용지에 프린트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게 어딘가 싶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관객들은 이 종이를 받는 대신 공연장 내부에 마련된 QR코드를 통해 공연 정보를 확인해도 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드레스코드가 조금 다른 듯하네요. 보통 공연장에 가면 정장 또는 드레스 차림을 한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날은 티셔츠, 청바지 등 편안한 차림을 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니 측에서 드레스코드를 이렇게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과 중 잠시 짬을 내 공연을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런치 콘서트는 정식 홀이 아닌, 로비에서 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일부 공간을 남겨두고 그저 바닥에 자유롭게 앉는 형태입니다. 무대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2층 난간에는 물론,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관객이 가득했습니다.
    등받이 없이 1시간 가량 공연을 봐야 하기 때문에 허리 등 신체에 약간의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공연을 포기할 만큼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특별석'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장애 등을 증명해야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공짜여도... 연주자, 관객 모두 '진지'
    로비에서 열린다고, 옷을 편하게 입고 왔다고 해서 공연에 임하는 연주자나 관객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날 무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안나 피클마이어와 피아니스트 미아오 황이 올랐는데, 두 사람은 1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에 '초집중'했습니다. 공연 중 사진 촬영이 금지되는 점 공연장 매너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뻥 뚫린 로비에서 공연이 진행되다보니, 연주가 공중에 흩뿌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관객 대부분은 공연 중 자리를 뜨지 않고 한낮의 클래식을 만끽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주머니가 여유롭지 않아도,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이 있어도, 누구나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기도 하고, 이러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시민들이 부럽기도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바쁜 삶에 잠시 쉼표를 찍을 수도 있고요. 영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원래 다른 일정을 하려다가 비 소식이 있어 실내 일정을 찾은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 예보가 없었으면 공연을 놓쳤을 텐데. 그랬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어요!"






    7월부터 6개월 간 오르반 빅토르(왼쪽 사진) 헝가리 총리의 유럽연합(EU) 내 영향력이 커집니다. 우크라이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친(親)러시아 빅토르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박하거든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헝가리, EU 의장직 임기 공식 슬로건 공개
    '트럼프 닮은꼴' 헝가리 곧 EU 주도권... 우크라이나 '울상'

    내년부터 루프트한자를 타는 고객은 '지속가능한 연료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대 72유로(약 10만 원)라고요. 이 정책이 다른 항공사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루프트한자, 지속가능한 연료 비용으로 항공권에 최대 72유로 추가
    이제부터 벨기에에서는 성매매 노동자가 고용주와 정규직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 5월 법 개정으로 명확한 노동 조건 등을 명시한 계약 관계를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다만 '성 상품화'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제 벨기에에서는 성 노동자들이 정규직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손님, 식당에서 '제대로' 행동하실 것을 약속하시겠습니까?"
    사업주 또는 직원이 소위 '진상 손님'을 수용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최근 한국에서도 많이 퍼졌죠. 그럼에도 실제로 쫓아내거나 그러기로 마음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고객에게 밉보였다가 위기에 몰리는 이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무례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덴마크 언론 프레데릭스베르LIV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덴마크 외식업계에서 온라인 예약을 하는 고객들에게 '특별한 동의'를 받는 식당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식당에서 제대로 행동할 것을 약속하십니까?”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인데요. 코펜하겐에만 30개 지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마드클루벤도 이런 정책을 도입한 식당 중 하나입니다.
    마드클루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렇게 써있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모든 손님과 직원이 존중 받는 환경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안전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떠한 형태의 차별, 혐오,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고객에게 레스토랑을 떠나도록 요청할 권리를 보유합니다.” 여기에 '동의한다'고 체크하지 않으면 예약 프로세스를 마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마드클루벤 인사담당자인 안나 브로에 알케르는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직원들이 고객들의 부적절한 상황에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식의 자본주의적 관념하에 등한시되어 온 직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겁니다. '사업주가 직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마드클루벤은 설명합니다.
    '말뿐인 경고'는 아닌 듯합니다. 마드클루벤은 '옐로카드' 제도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퇴장 전 경고를 하기 위해 그 옐로카드 말입니다. 가령 특정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모욕, 무례한 행동, 성적 접근 등을 겪고 불편함이나 불만을 느꼈다면 이를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관리자는 해당 고객의 테이블에 '주의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옐로카드를 올려두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만약 이 경우에도 해당 고객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손님에게 떠나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식당이 많아진다면?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게 되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찬성하시나요? 🙂
    오늘도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과 함께 슬유생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모두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이번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 현재와 같은 유형이면 좋겠네요.
    → 의견 감사합니다. (^^)
    💬 유럽에 있으면서 다녔던 나라 혹은 도시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알려 주세요!
    → 주관 듬뿍 담아 언젠가 추천을 해보겠습니다. ㅎㅎ
    💬 환경과 채식
    → 슬유생 독자님들의 사랑을 늘 받는 주제인 것 같아요. 기회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읽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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