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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혁신의 '저스트 두 잇'… 나이키의 추락/나이키 안파는 나이키 운동장 "미래 상점은 물건 안판다"지금 이곳에선 2024. 7. 15. 19:37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주가가 지난 28일(현지 시각) 전날 대비 19.98% 폭락했다. 사진은 나이키 매장을 지나는 사람들. /로이터 연합뉴스
토요일이던 지난 29일 오후 찾은 경기도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나이키 매장은 대기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올 1월 13일(토요일) 오후에는 같은 매장에 112팀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개월 사이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입장이 바로 가능한 나이키 매장과 달리, 아디다스 매장에는 45팀이 입장을 대기 중이었다.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주가가 지난 28일(현지 시각) 전날 대비 19.98% 폭락했다. 지난 27일 나이키는 2024 회계연도 4분기(3~5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이 126억달러(약 17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하는 등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4 회계연도 전체로 보면, 매출이 514억달러(약 71조원)로 전년(512억달러)보다 1% 느는 데 그쳤다.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14년 만에 가장 낮은 연간 매출 증가율이다.
그래픽=이철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각축장이자 대목으로 꼽히는 올림픽 개막(7월 26일 프랑스 파리)이 코앞인데, 나이키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홈페이지와 직영 매장을 통해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이 기대만큼 통하지 않은 데다,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던 나이키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제품이 수년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사이 신흥 브랜드들이 나이키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14년 만에 최악의 상황
전 세계 운동화·스니커즈 시장은 코로나 기간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성장세인데 1980년부터 독주해 온 나이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이키는 별 볼일 없는 육상선수였던 필 나이트가 일본 아식스 제품을 판매하다가 1964년 창업한 회사다.
나이키는 도전을 상징하는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내세우며 마케팅학 교과서로 불렸다. 여기에 더해 ‘에어 줌’ ‘탄소 섬유 플레이트’ 등 세상을 놀라게 한 기술을 선보이며 경쟁자를 압도했다.
월가에서는 2020년 나이키 CEO에 선임된 존 도나호에게 나이키 부진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 출신인 도나호는 백화점, 스포츠 편집 매장, 이커머스 기업 등 도소매상과 계약을 줄이고 홈페이지, 직매장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짰다. 직접 판매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얻고, 소비자 데이터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들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건데, 나이키가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이키가 홈페이지와 직매장에서 기록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나 줄었다는 것이다.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나이키의 전략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혁신의 대명사가 혁신을 안 했다
나이키는 ‘에어포스 1′ ‘코르테즈’ 등 과거 영광을 이끈 모델을 재탕하고 한정판 출시에 매달리는 등 시장을 놀라게 할 제품 개발에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세계육상선수권(달리기, 허들)에서 17명의 선수가 나이키 신발을 신고 금메달을 땄다.
나머지 브랜드를 신고 뛰어 금메달을 딴 선수(5명)를 압도했다. 세계육상선수권은 스포츠 브랜드의 혁신을 증명하는 자리로 꼽힌다. 하지만 작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나이키 제품을 신은 선수가 딴 금메달은 1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브랜드의 제품을 신은 선수들이 딴 금메달(12개)보다 적었다. FT는 “2019년 대회에서 나이키가 선보인 탄소 섬유가 이후 대부분의 브랜드에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이전의 나이키라면 다른 브랜드가 나이키의 혁신을 따라올 때쯤 또 다른 혁신을 선보였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나이키의 ‘진짜 혁신적인’ 운동화는 내년 봄까지 나오지 않는다”며 “코앞에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서도 상황을 바꿀 제품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육상대회 열릴 파리 올림픽 경기장 - 지난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육상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이 경기장은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 때 육상 대회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AP 연합뉴스
나이키가 주춤하는 사이 전통의 라이벌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에 더해 호카(HOKA), 온(On) 등의 브랜드가 세를 확장하고 있다. 나이키가 이른바 ‘쿨’한 디자인에 매몰된 사이 다른 브랜드들은 기능과 디자인 혁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용품 소매업체 딕스 스포팅 굿즈에서 나이키의 판매 점유율은 지난 1월 39%에서 5월 32%로 하락했다.
반면 호카는 8%에서 13%로, 온은 8%에서 12%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CNN은 “나이키가 슬럼프에 빠져있다”며 “기존 스타일보다 편안함,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호카 등이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7/01/I7HVUQCH6RD77OQ3Y4TKEKS6M4/
나이키 안파는 나이키 운동장 "미래 상점은 물건 안판다"
[WEEKLY BIZ] 영국의 디자인 기업 어셉트앤드프로시드의 데이비드 존스턴 CEO 인터뷰
입력 2023.12.07. 17:00업데이트 2023.12.0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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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있는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매장. /어셉트앤드프로시드
2018년 10월 나이키는 중국 상하이에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이라는 특화 매장을 열었다. 4개층 3800㎡ 규모의 거대한 매장에는 이색 공간이 곳곳에 들어섰다. 꼭대기층을 방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대로 맞춤형 신발을 만들어볼 수 있고, 로비에선 거대한 디지털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지시에 맞춰 움직이며 신발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개장 3개월 만에 하루 3만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이 매장의 설계는 ‘어셉트앤드프로시드(Accept&Proceed)’라는 영국 디자인 회사가 맡았다.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매장 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이 회사의 데이비드 존스턴(46)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에서 WEEKLY BIZ와 만나 “미래의 상점은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울리기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셉트앤드프로시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존스턴. /이태경 기자
존스턴 CEO가 2006년 세운 어셉트앤드프로시드는 나이키와 협업을 꾸준히 이어왔을뿐 아니라 이탈리아 명품 문구 브랜드 몰스킨의 매장 콘셉트를 구성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실시간 위성 데이터를 중계하는 4.5m 높이의 스크린 설치도 담당했다. 존스턴 CEO에게 온라인 쇼핑몰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미래의 상점은 물건을 팔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 비율은 올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온라인 거래가 점점 늘어나면서 소매업체마다 오프라인 매장의 내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심하고 있다. 존스턴 CEO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가 (부수적으로) 기념품도 사서 나오는 것처럼 앞으로는 매장도 경험이 우선인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캘리포니아에 연 '베니스 허브' 내부. /리비안
그는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캘리포니아에 만든 ‘베니스 허브’를 예로 들었다.
재작년 문을 연 이곳에는 전기차도 전시돼 있지만, 동네 사람들의 모임 장소에 가깝다. 친구들과 거닐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원과 산책로, 아이들을 위한 야외 놀이터가 있다. 건물 안 도서관에선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존스턴 CEO는 “차를 사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적고 그저 가족들과 한번 놀러 가고 싶은 공간일 뿐”이라고 했다.
어셉트앤드프로시드가 나이키 의뢰를 받아 재작년 세르비아에 조성한 친환경 놀이터·농구장도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을 모으는 기능에 중점을 둔 공간이다. 매장에서 모은 2만여개의 헌 운동화를 재활용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을 만들었다.
존스턴 CEO는 “물건을 전혀 팔지 않는 이 운동장을 리테일 공간으로 볼 수 있는지 되묻겠지만 나는 상점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잠재적인 고객이 모여들어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친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게 오프라인 매장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가 사람들과 얼마나 강하고 신뢰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지가 회사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나이키가 '무브투제로(Move to Zero)' 캠페인 일환으로 제작한 친환경 운동장. 어셉트앤드프로시드가 디자인했다. /어셉트앤드프로시드
“브랜드 본질을 먼저 물어라”
사람을 불러모으는 매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존스턴 CEO는 “브랜드의 본질(essence)을 먼저 이해하라”고 했다. 어셉트앤드프로시드가 상하이의 나이키 특화 매장을 설계할 때 생각한 나이키의 본질은 ‘혁신’이었다. 운동화·운동복을 통해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일이 나이키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맞춰 존스턴 CEO는 상하이 매장에 나이키의 제품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전시장을 꾸며 넣었다. 축구화 한켤레를 개발하기 위해 30개 넘는 시제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맞춤형 운동화 제작 공간, 실시간으로 운동 기록을 측정해 보여주는 디지털 스크린도 이런 철학 위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몰스킨 특화 매장.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매장 옆엔 카페도 연결돼 있다. /어셉트앤드프로시드
어셉트앤드프로시드가 2018년 작업한 몰스킨 매장의 경우 ‘여행하는 마음가짐’을 본질로 꼽았다. 존스턴 CEO는 “몰스킨 다이어리 뒷면에는 여행 중에 영감을 준 물건들을 담을 수 있도록 한 주머니가 하나 있다”며 “이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풍경과 경험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여행자를 지원하는 게 몰스킨의 본질이라고 봤다”고 했다.
이런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매장 옆 카페를 만들어 예술가·작가를 초대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고, 매장 안에 몰스킨 제품을 자신만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만들었다.
“지역 특색 반영 디자인도 돋보여”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꾸미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패션업체 자라의 경우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가상으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선보였다. 존스턴 CEO는 이런 흐름도 무작정 따라갈 게 아니라 사업의 본질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상하이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매장 내부. /어셉트앤드프로시드
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게 혁신을 추구하는 나이키 매장에선 효과적이지만, 모든 브랜드의 매장에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을 사례로 들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현지 특색을 반영한 매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솝은 일본 삿포로에선 설산(雪山) 이미지를 표현한 매장을 만들고,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선 재즈 클럽 같은 느낌으로 매장을 열었다.
존스턴 CEO는 다양한 요소를 결합시켜 흥미로움을 더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예로 든 독일 베를린의 미첼베르거 호텔은 로비를 수백권의 서적을 갖춘 도서관처럼 꾸몄다. 원숭이 캐릭터가 그려진 자체 코코넛워터 캔 음료도 만들어 판다. 그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세계 곳곳에 레스토랑을 내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했다. 패션 매장이 아닌 식당으로 공간을 변주해 브랜드를 보다 흥미롭게 인식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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