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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하는 '디지털 땡땡이' 비법...메신저 조작, 가짜 화면 보호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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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디지털 땡땡이' 비법...메신저 조작, 가짜 화면 보호기까지

    [WEEKLY BIZ] 회사도 직원들 눈속임 풍토에 강경 대응 나서

    김휘원 기자

    홍민지 인턴기자

    입력 2024.06.20. 17:11업데이트 2024.06.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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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영석

    “컴퓨터 마우스를 한참 움직이지 않으면 사내 메신저 창에 내 상태가 ‘부재중’으로 딱 뜨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커피라도 한 잔 하면 자리 비운 걸 상사한테 바로 들키게 되더라고요.”

    서울 강남구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최근 컴퓨터 마우스를 자동으로 움직여주는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요긴하게 쓰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깔았더니 업무 중간 종종 자리를 비워도 계속 일하는 척 꾸밀 수 있더란 설명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스마트해진 근태(근무 태도) 관리 시스템을 피하고자 직장인들의 ‘땡땡이’ 기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재택근무 시절을 거치며 각종 땡땡이 기술을 고안해낸 직장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회사 사이 아이디어 전쟁도 불꽃 튄다.

     

    그래픽=김의균

     

    ◇메신저 조작, 가짜 화면 보호기까지

    회사 의자에 양복 윗도리 걸쳐두고 일하는 척하는 고전적 땡땡이는 이제 옛말이다. 국내 직장인들도 직장 감독자의 눈을 피해 게으름을 피우거나 해야 할 업무를 미뤄두기 위해 각종 ‘디지털 땡땡이’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WEEKLY BIZ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50대 직장인 1175명을 대상으로 ‘시도해 본 적 있는 디지털 땡땡이 방법은 무엇인지(복수 응답)’ 묻자, “사내 메신저 상태 조작”(40.3%), “채팅창을 업무 프로그램인 척 모양 바꾸기”(33.9%), “화면 보호기 등 컴퓨터에 다른 화면 띄워 놓기”(20.9%) 등 다양한 기술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땡땡이 시간은 재택·비대면 근로자가 사무실·대면 근로자에 비해 길었다. 이번 조사에서 재택·비대면 근로자 가운데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땡땡이 시간을 갖는다고 답한 비율은 33.3%로, 사무실·대면 근로자(12.7%)보다 20.6%포인트 높았다. 재택·비대면 근로자 가운데 4시간 이상 땡땡이를 친다는 응답도 14.6%에 이르렀다.

    그런데 땡땡이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별난 건 아니다. 미국에선 직장인들 사이 ‘마우스 무버’란 장치가 인기라고 미 포브스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메신저 ‘팀스(Teams)’는 사용자가 15분만 컴퓨터 작업 활동이 없으면 곧장 ‘자리 비움’ 상태 아이콘이 뜬다. 이를 피하고자 ‘마우스 무버’란 장치에 마우스를 올려두면 마우스가 계속 움직이며 알아서 ‘일하는 척’을 해준다.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띄워 놓고 컴퓨터가 ‘근무 중’ 상태로 인식하도록 하는 수법도 쓰인다.

    직장에 휴가를 알리지도 않고 몰래 휴가를 떠나는 ‘간 큰’ 직장인도 나온다. 미 주간 뉴스위크는 정식으로 휴가를 쓰지 않고 몰래 여행지로 떠나 짬짬이 재택근무를 하는 식의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 문화까지 퍼진다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문화는 당돌한 Z세대(18~27세)보단 M세대(28~43세) 사이 더 널리 퍼졌다는 분석이다.

    Z세대는 “쉬겠다”고 선언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반면 M세대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내고 몰래 쉰다는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폴이 지난 4월 미국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M세대 응답자의 37%가 회사에 말 없이 ‘자체 휴가’를 쓴 적이 있다고 답변했고, Z세대는 24% 정도로 집계됐다.

    ◇뛰는 직원 위에 나는 회사

    땡땡이가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갉아먹자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근로자들이 ‘일하는 척’한 시간을 모두 더하면 연평균 57.5일에 육박할 것이란 포브스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눈속임 풍토가 퍼지자, 강경 대응에 나서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지난달 직원들의 허위 근무 의혹을 조사한 뒤 12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일하지 않았으면서 근무한 척 시뮬레이션한 행위를 조사해 직원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변인은 성명에서 “웰스파고는 직원들에게 가장 높은 (윤리) 기준을 적용하며, 비윤리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땡땡이치는 직원을 잡아내는 회사 측 ‘반격 아이디어’도 나온다. 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를 유지하는 회사 대부분이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미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마케팅 회사 98벅소셜은 모든 직원의 컴퓨터에 10분마다 화면 스크린샷을 찍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 회사 창업주 크리스 휴웨터는 “원격 근무에 돌입하자 직원들의 채팅 답 속도가 느려지고 아침 첫 로그인 시각이 점점 늦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지나친 감시는 직원들 반발에 직면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2018년 창고 업무 근로자들에게 스마트 팔찌를 채워 움직임을 추적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놨다가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근로자를 지나치게 비인간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 도이체텔레콤은 직원들이 디지털 모니터링에 반발하자 모니터링 데이터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할 수 없도록 노사 합의를 통해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미 뉴욕대 AI나우 연구소의 암바 칵 소장은 미 CNBC 방송에 “과도한 업무 감시는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내는 의견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개인 정보 보호뿐 아니라 근로자 권리 차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에게 업무 감시의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알리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과도한 감시의 대상이 되는 직원은 의도적으로 느리게 일하는 등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행위를 몰래 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업무 모니터링 감시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수집 데이터를 처벌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 생산성 향상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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