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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유럽 생활지금 이곳에선 2024. 6. 29. 18:54VOL.27|2024.06.24안녕하세요? 독자님유럽에서 날아온 스물일곱 번째 편지를 개봉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독자님, '유럽' 하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많은 분들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2년 파리와 파리 외곽도시(일드프랑스)를 찾은 관광객은 4,400만 명이었는데, 상당수가 에펠탑을 한번 찍고 가시지 않았을까 감히 추정해 봅니다. 이번 여름 파리는 더욱 들썩일 예정인데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파리 올림픽은 다음달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패럴림픽은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됩니다. 파리 올림픽 개최까지 약 한 달이 남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파리 올림픽 관련 소식 중 몇 가지를 택해 뉴스레터에 담아 보려고 합니다. 🎁
역대 최대 규모의 난민팀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몇 개 종목에 몇 명이 출전하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겠죠. 파리 올림픽에서는 32개 종목의 경기가 진행됩니다. 206개국에서 1만500명의 선수가 참가합니다. 패럴림픽은 22개 종목으로 이뤄지고요, 184개 국가에서 4,400명의 선수가 참가합니다.선수단을 쭉- 보니 '난민팀'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눈에 띕니다. 난민팀은 내전, 전쟁 등 이유로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구성하는 특별팀인데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구성됐습니다.규모가 앞선 난민팀보다 큽니다. 2016년에는 10명, 2020년에는 29명으로 꾸려졌는데, 이번에는 36명이나 됩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쿠바, 이란, 남수단, 수단,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11개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라고 해요. 출전 종목은 육상, 배드민턴, 브레이킹, 복싱, 카누, 사이클, 유도, 사격, 태권도, 수영, 역도, 레슬링 등 12개 종목입니다.이들은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 서방 15개 국가에 거주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올림픽 준비와 출전 자금은 IOC가 올림픽 연대 기금을 통해 충당합니다.
올림픽 기간 중 얼마나 많은 방문객이 올까요? 파리시 당국 등은 1,530만 명 정도로 추정합니다. 경제적 이익만 약 35억 유로(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각국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규모네요.파리 전체가 경기장으로 변신올림픽은 개최 도시를 알리고 뽐내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올 여름 파리에도 1,500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제적 이익만 약 35억 유로(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니, 각국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프랑스도 올림픽에서 파리를 '최대치'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파리 명소 곳곳을 경기장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들과 함께 몇 곳을 소개해보면요.우선 샹 드 마르스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군 훈련 및 행군장으로 사용되는 녹지인데요. 이곳에는 비치발리볼, 유도, 레슬링을 위한 경기장이 마련됐습니다.이 장소가 왜 기대를 모으느냐고요? 뒤로 에펠탑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에펠탑에는 다섯 개 원으로 구성된 '올림픽 링'도 걸렸습니다.파리 인근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도 경기장으로 활용됩니다. 루이 14세 궁정이었던 베르사유 궁은 1887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어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요. 1979년 프랑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올림픽에서 근대 5종을 위한 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이렇게 중요한 공간에 사람이 마구 몰리면 혹시 파손 등 사고가 나지 않을까 제가 다 걱정이 되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 이들 장소에 대한 책임을 맡은 루카스 프라도는 "우리는 건축 유산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시와 협력해 왔다"며 "우리는 기념물에 가까이 다가갈 때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했습니다.'센강 수영장' 가능한가요?경기장으로 활용되는 여러 장소 중 가장 논란인 곳, 바로 센강(Seine River)입니다. 원래 센강 수영은 불법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곳에서 철인 3종 경기 등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가 직접 시범 수영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등 열정적으로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고요. 아래 사진은 파리 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일종의 청사진입니다.
문제는 수질입니다. 정부의 오랜 수질 관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테스트에서 '센강에 대장균이 포함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수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개막식 장소로는 활용될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팀이 보트로 센강 약 6km를 누빌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와 관련, 지난 17일에 55척의 보트가 센강을 따라 행진하는 리허설이 진행됐는데요. 곧 최대 180척의 보트 등으로 추가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하네요.그렇다고 '센강 개막식'을 100%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센강은 사방이 막힌 장소가 아니라 보안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안보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플랜B'로 정해둔 장소에서 개막식이 치러질 예정이라고 합니다.올림픽에도 드리운 전쟁전쟁의 여파는 올림픽에도 미쳤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벨라루스의 러시아 지원으로 인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팀 파견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해당 국가 참가자는 '중립 선수'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중립 선수의 경우 개회식에서 퍼레이드를 할 수 없습니다. 메달 획득 시 국가가 연주되지도, 국기가 게양되지도 않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선수들 처우에 대해 분노했고, 9월 모스크바 등에서 '세계 친선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경기를 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실제로 옛 소련은 1984 로스엔젤레스 하계올림픽 보이콧 뒤 비슷한 행사를 연 바 있습니다.초대장을 받지 못한 러시아가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위협분석센터(MTAC)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톰-1679'와 '스톰-1099'라는 러시아 조직이 '파리 올림픽 기간 중 폭력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톰 크루즈 목소리를 꾸며내어 IOC를 비판하거나,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폭력을 예고하는 이미지도 뿌렸다고 MTAC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총리는 극우의 '롤 모델?'조르자 멜로니슬유생은 널리 보도된 사안보다는 그렇지 않은 뉴스 중심으로 꾸려지곤 하는데요. 오늘 '사람, 유럽'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요 며칠 간 지겹게(?) 다룬 인물 한 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입니다. 지난 6~9일 유럽의회 선거를 거치며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기 때문입니다.약 2년 전 취임 때만 해도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빗대 '여자 무솔리니'로 불렸습니다. 파시즘 창시자인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로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연합(EU) 등을 설파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집권 후 그는 달라졌습니다. 극우 가치를 고수하기는 했지만, 이를 과격한 언어로 풀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등 '서방의 가치'에 적극 보조를 맞췄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주요 지도자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습니다.이렇게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했습니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나디아 우르비나티는 영국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제적 이미지를 큐레이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세계를 여행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이렇게 멜로니 총리는 국내 정치적 입지를 '단단하게' 굳혔습니다. 그의 국내적 영향력이 빛을 발한 게 이번 유럽의회 선거입니다. Fdl은 이탈리아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며 약진했고, 유럽연합 권력 지형 재편 과정에서 '킹 메이커'로 떠오르게 됐습니다.전세계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수많은 극우 정당들 입장에서 멜로니 총리는 '롤 모델'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멜로니 총리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가장 흥미로운 국제 뉴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편지, 조금 느리게 배달할게요.”독일이 우편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더 느리게' 배달하는 방향으로요.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느리게'라니. '웬 개악인가' 싶지만 이유가 나름 설득력 있습니다.
독일 연방의회는 최근 연방정부가 제안한 '우편법 현대화법'을 잠정 승인했습니다. 기존 우편법부터 살펴볼게요. 우편법은 우편이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며 안정적으로 배달되도록 하는 규칙을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모든 마을에 우체국이 있어야 하고-우편함은 손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하며-편지는 일주일 중 6일 동안 배달되어야 하고-수신자에게 빨리 도착해야 한다연방정부는 우편법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우편법을 도입했던 1998년만 해도 우편이 의사소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우편법으로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소통하는 지금은 이렇게 깐깐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휴대폰 비용 등도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하는 시대이니까요.연방정부가 마련한 우편법 현대화법은 그래서 우편 배달 기간 압박을 줄였습니다. 가령 현행법은 월요일에 발송된 편지 중 80%는 화요일에, 나머지 중 15%는 수요일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는데요, 새로운 법은 첫 이틀 동안의 고정된 목표를 두지 않고 목요일에 95%가, 금요일에 99%가 도착하도록 규정합니다. 지점 설치 의무도 줄이고 자판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이러한 조치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편지를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적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항공기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운송 수단 중 하나입니다.법을 고치는 김에 근로조건 개선 조항도 담았습니다. 무게가 20㎏ 넘는 소포는 적절한 기술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 한 두 사람 이상 운반하도록 했습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게 우편 업무를 맡겼을 경우 과도한 근무를 시키지 않도록 한 겁니다.연방정부는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우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며, 적절한 근무 조건을 장려하고,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한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법의 목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물론 비판도 있습니다. 농촌, 고령층 등 상대적으로 우편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가뜩이나 규칙과 규율이 많은 사회에서 또다른 규제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찬반을 떠나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노동력을 갈아 넣으며 사회를 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오늘 슬유생 주제였던 파리 올림픽은 얼마 전 독자님께서 "파리 올림픽을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해주신 데서 출발했습니다. 모든 의견, 제안, 궁금증 등을 슬유생에 언제든 보내주세요. 이번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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