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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크리에이터 2억명, 비범한 영향력
    문화 광장 2024. 3. 26. 10:46

    평범한 크리에이터 2억명, 비범한 영향력

    [WEEKLY BIZ] [Cover Story] 글로벌 크리에이터, ‘피리’ 불며 이끌면 제품도 음식도 ‘품절 대란’

    채제우 기자

    입력 2024.03.14. 17:00업데이트 2024.03.17. 06:15

    ※조선닷컴에서 크리에이터들과 인터뷰한 동영상과 함께 기사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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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의균

    미국 백악관은 지난 6일 온라인 크리에이터(창작자) 70명을 초청해 학자금 대출 탕감 등 2030세대를 겨냥한 정부 정책을 브리핑했다. 팔로어가 도합 1억명인 크리에이터들을 동원해 젊은 유권자들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백악관에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해 점심을 대접했다. 백악관이 주요 경선을 앞두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포섭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 업체가 소유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규제하는 데 반대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때 소셜미디어는 ‘인생의 낭비’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이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의 입과 몸짓에 표심(票心)이 흔들리고, 제품이 완판되면서 크리에이터의 비범한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저마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는 시대. 말 그대로 소셜미디어 전성기를 맞아 WEEKLY BIZ가 전 세계 각국에서 틱톡·유튜브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6명을 화상으로 만나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 대해 물었다.

    크리에이터 인터뷰

    ◇'선거의 해’ 맞아 매머드급 영향력

    소셜미디어는 올해 총 76국 42억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만국 공통 유세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 기관에 틱톡 사용 금지령을 내렸던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최근 생애 첫 틱톡 영상을 올렸다.

    틱톡 사용을 금지한 상황에서 선거운동은 틱톡으로 하는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내 1억7000만명의 틱톡 이용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서 대만 총통 선거(1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2월) 등 세계 각지 주요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너도나도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중국 바이트댄스의 숏폼 플랫폼 틱톡 계정을 개설했다. 첫 영상에 자신을 희화화한 밈(meme) 캐릭터 ‘다크 브랜던’도 활용했다. /틱톡

    높아지는 영향력과 더불어 크리에이터가 관여하는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지난해 2500억달러(약 330조원)에서 2027년 4800억달러(약 62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규모가 4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커지는 셈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크리에이터 디마(26)는 “크리에이터들은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가까운 미래에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드는 독보적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고속 성장하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드는 크리에이터도 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 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현재 크리에이터 2억명이 전 세계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 중이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이 업체가 지난해 크리에이터 2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크리에이터를 ‘정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로 수익을 내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이가 적잖다는 것이다.

    WEEKLY BIZ와 인터뷰한 일본인 리카(33·활동명 백수리카)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아마존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3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크리에이터가 됐다. 리카는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목소리를 흉내 내며 한국 대학 식당 음식을 일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유튜브·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어를 30만명 확보했다.

    그는 “처음에는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났다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신이 커서 (크리에이터를 하겠다고) 부모님에게 얘기조차 못 꺼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나를 알아보는 팬들과 홍보해 달라는 기업들이 생겼고, (전 직장보다) 벌이도 훨씬 낫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확산하며 리카와 같은 ‘정규직 크리에이터’도 꾸준히 늘 것이란 예상이다.

    그래픽=김성규

    ◇씹고, 뜯고, 맛보는 콘텐츠부터 확인해야 열리는 지갑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김밥 완판’이란 김밥 역사상 최대 사건을 낳은 것도 크리에이터의 힘이었다. 이른바 ‘김밥 모녀’로 알려진 재미 한국인 사라(29)가 지난해 8월 틱톡에 올린 김밥 영상은 미국에서 김밥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1분 22초의 짧은 영상 속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재미 교포 딸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음, 맛이 나쁘지 않은데?”라고 대화하는 장면이 미국 사람들 호기심을 잔뜩 키웠다. 이 영상이 화제를 일으키며 미국의 대형 식료품 체인 중 하나인 ‘트레이더조(Trader Joe’s)’의 전미 560여 매장에 납품한 냉동 김밥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완판을 기록했다고 NBC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좋아요’ 약 140만건, 조회 1370만회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끄는 중이다. 사라는 지난달에도 틱톡에서 서울우유의 크림도넛을 소개했는데, 일주일 만에 조회 수 160만을 넘기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특이한 음식으로 여겨졌던 김밥이 영상 하나로 어느 순간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히트 상품이 됐다”며 “한국 식품은 맛이 훌륭하고, 소비자 수요에 맞춰 상품도 잘 개발해둔 상태라서, 잘 알리기만 하면 금세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라는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해외에 계속 알리고 싶고, 재미 교포로서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이 우리 문화와 전통을 계속 지켜나가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음식 블로거 사라 안이 어머니와 함께 트레이더 조에 나온 한국산 냉동김밥 'KIMBAP'을 먹어보고 "괜찮다"고 평하는 동영상. 조회수 1200만회를 넘겼다. /인스타그램

    유행에 민감한 음식, 패션, 뷰티 등과 같은 산업군은 특히 ‘크리에이터 천하’로 통한다.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인기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이 되는 등 시장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자사의 피부 미용 기기 ‘부스터프로’를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에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를 출연시켰는데, 방송 80분 만에 매출 50억원을 달성했다. 레오제이가 뷰티에 관심이 많은 팔로어(출연일 기준 119만명)를 동원할 수 있는 데다,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하는 뷰티 크리에이터의 리뷰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면서 폭발적 주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광고 시장에서도 크리에이터 광고 비율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크리에이터 기획사인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지난해 크리에이터 광고에 10억원을 쓴 한 업체는 올해 20억원으로 광고 예산을 늘리고, TV나 포털에만 광고하던 업체들도 크리에이터를 앞세워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내는 등 광고 업계에서 크리에이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공중파 방송에 나오고, 광고에 출연하는 등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예인 지망생, 전문직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크리에이터를 지망하게 됐고, 크리에이터 공급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김성규

    ◇K콘텐츠와 ‘환상의 시너지’

    소셜미디어 업계에서는 확장하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 ‘K콘텐츠’가 환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캐나다에 사는 로건(23)은 음식 콘텐츠로 틱톡에서 활동한 지 3년여 만에 팔로어 320만명을 보유한 대형 크리에이터가 됐다. 그런데 그가 영상에서 주로 만들고 먹는 음식은 한식이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백인 청년은 마치 한국 주부처럼 능숙하게 김치와 반찬을 뚝딱 만들어낸다. 로건은 “한국 음식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며 “북미 지역에 다양한 K콘텐츠가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K콘텐츠 팬이 된다는 건 일종의 소속이 생기는 것”이라며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했다.

    음식만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를 리뷰하는 디마는 “2~3년 전만 해도 주변에서 K드라마 팬을 찾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톱10 중 4~5편은 늘 한국 드라마가 차지할 만큼 최고로 인기”라고 했다.

    그는 강한 팬심이 K콘텐츠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디마는 “K콘텐츠 팬들은 지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등을 제발 봐 달라는 식으로 추천할 만큼 열정적이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많은 이가 K드라마를 봐야 친구들과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틱톡에 따르면 ‘Kpop’과 ‘Kdrama’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지난해 12월 현재 전년 대비 각각 49%, 64% 늘었다. 같은 기간 ‘Koreanfood’와 ‘Kbeauty’도 각각 102%, 276% 급증했다. 1차 한류를 이끈 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크리에이터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뷰티, 음식 등 다른 영역에서 한류가 연쇄적으로 이는 것이다.

    이런 인기는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국내 관련 업체들의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뷰티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는 지난해 11월 틱톡에서 자사 제품과 함께 찍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6000건 이상 영상이 만들어졌고, 누적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틱톡 측은 “코스알엑스는 틱톡 캠페인 전후로 아마존을 통한 판매량이 8배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규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미래

    WEEKLY BIZ가 인터뷰한 크리에이터 6명은 모두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미래를 낙관했다. 지금처럼 온라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유행시키고, 재미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걸 넘어 크리에이터들이 뉴스를 전달하고, 물건을 직접 파는 등 활동 반경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란 릴리(36·활동명 릴리언니)는 남미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는 이미 ‘한국 소식통’으로 통한다. 그의 틱톡 영상 중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건, 강원도 춘천의 한 도로에서 맥주를 가득 실은 화물 트럭이 사고로 맥주를 쏟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몰려가 정리를 도와주는 내용이다. 릴리가 현장 영상과 함께 뉴스 앵커처럼 스페인어로 상황을 해설하는 이 콘텐츠는 현재까지 조회 수 2390만을 기록했다.

    릴리는 “남미 사람들은 TV 대신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는 데다, 한국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뉴스 매체가 없어 내 채널을 찾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람들은 자기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통해 소식을 듣고, 이 소식과 관련해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욕구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를 보고 의대생이 된 인도네시아의 알렉스(25)는 “디지털화한 세상을 맞아 콘텐츠나 제품 홍보에서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드라마를 선택할 때 크리에이터의 시청 후기와 취향을 참고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자신과 잘 맞는 크리에이터들이 먹은 음식을 따라 먹고, 구매한 물건을 따라 사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가 ‘피리 부는 소년’처럼 대중의 선택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현재 대기업 위주의 시장 지형을 뒤흔드는 ‘트리거 포인트’가 된 것을 넘어서, 새로운 시장까지 창조해낼 것으로 내다본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들도 크리에이터들의 통통 튀는 콘텐츠와 생생한 후기에 힘입어 한순간에 대기업 제품들을 밀어내고 새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을 통해 기존 시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 독점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대기업들의 ‘철옹성’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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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4/03/14/JHSWLY56ABDRNFL7SQVZ7LYM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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