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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굶주림 학살’ 위기 68만명…4개월 뒤면 220만명 전원지금 이곳에선 2024. 3. 19. 20:22
14일(현지시간) 가지지구 남부 칸 유니스 하마드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폐허가 된 거리에 앉아 있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황폐화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앞으로 4개월 안에 220만명에 이르는 주민 대다수가 심각한 기근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유엔(UN) 특별보고서가 나왔다. 이미 영양실조 등 식량 문제로 30명 이상이 숨진 가자주민을 돕기 위한 국제구호단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유엔이 18일(현지시각) 내놓은 50쪽 분량 ‘통합 식량 안보단계(IPC) 특별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가자에서 재앙적 기근(5단계) 상황에 놓인 주민이 전체 222만7천명 가운데 67만7천명(30.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앙적 기근 위기 코앞인 ‘긴급’ 단계는 87만6천명(39.3%·4단계), 위기 단계는 57만8천명(29.6%·3단계)으로 나타났고, 압박 단계에 놓인 이들은 9만6천명(4.3%·2단계)으로 나타났다.
통합 식량 안보단계의 ‘식량 부족 심각성 분석’은 모두 5단계로 이뤄지는데, 가자주민 가운데 단 한명도 1단계인 ‘안전’ 등급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유엔 쪽은 “계속되는 분쟁으로 인도주의 단체의 북부지역 접근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며 “이미 기근 수치가 대단히 높아졌고, 최신 데이터를 보면 급성 영양실조도 급격히 증가해 임계값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실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같은 날 내놓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적대행위 리포트’를 보면, 이날까지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한 주민이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모두 3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고, 먹을 게 없어 숨지는 가자 주민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보고서에 적힌 넉 달 뒤 상황 전망치를 보면, 7월 중순부터는 식량 부족 2단계(압박) 아래 등급에 속하는 주민이 한명도 없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목숨을 경각에 두는 재앙적 기근에 놓이는 주민은 110만여명으로 주민 절반에 이르고, 나머지 110만여명은 3∼4단계인 ‘위기∼긴급’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민간단체과 독일 등 주변국이 구호물품을 바다와 하늘을 통해 보내고 있다. 로이터 EPA 연합뉴스
유엔은 “이스라엘군의 적대 행위가 확대되면서 생존에 필수적인 자산과 인프라가 이미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었다”며 “가자지구에서는 사실상 모든 가정이 매일 식사를 거르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고 비극적인 현실을 전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가자 북부 지역에선 전체 가정 3분의 2 정도가 최근 30일 동안 최소 열흘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남부에서도 세 가구에 하나꼴로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약식 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끔찍한 수준의 기아와 고통을 견디고 있다“며 “재앙적 기아 상황에 직면한 가자지구 주민의 규모는 통합 식량 안보단계 체계로 기록된 어느 장소, 어느 시기보다 많고, 이것은 완전히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전역으로 완전하고 제한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구호품 접근과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 식량 안보단계(IPC) 특별 보고서
국제구호단체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고 있다. 최근 키프로스에서 수송선을 띄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첫 해상 구호물품 수송을 성사시킨 국제 민간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과 오픈암스는 17일 물품을 주민들에게 성공적으로 배급했다.
이번 구호물품 수송은 아랍어로 보트를 뜻하는 ‘사피나’ 작전으로 이름 붙었다. 전쟁터인 가자지구 육로를 피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공중 보급을 대신하는 해상 수송·배급은 현재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월드센트럴키친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구호선이 거의 20년만에 가자지구에 들어간 첫 배였다”며 “더 많은 식량을 싣고 다음 배를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29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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