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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원조’ 日닛신식품, 이제는 삼양 불닭볶음면 베낀다지금 이곳에선 2024. 2. 19. 09:33
왼쪽은 일본 닛신식품이 최근 출시한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한국풍 까르보', 오른쪽은 삼양식품이 2018년 출시한 '까르보 불닭볶음면' / 닛신, 삼양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의 닛신식품이 국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베낀 카피캣 제품을 출시했다. 과거에는 한국 식품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주로 모방해왔다면, K푸드가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은 그 대상이 뒤바뀐 것이다. 세계인이 소비하는 문화의 축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라면회사 닛신식품은 지난달 봉지 라면 ‘닛신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와 컵라면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를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2018년 삼양식품이 선보인 ‘까르보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양의 까르보불닭은 매운 소스에 치즈를 더해 부드러운 카르보나라의 맛을 냈다. 닛신 역시 신제품에 대해 ‘고추장과 치즈의 감칠맛을 연출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포장도 흡사하다. 닛신은 라면 포장지 색상으로 삼양의 까르보불닭과 비슷한 연한 분홍색을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왼쪽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아울러 닛신은 포장지에 한국어로 ‘볶음면’이라고 적거나, 한국풍을 강조하기도 했다.
닛신이 삼양을 표절했다는 소식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됐다.
닛신 까르보로 인해 삼양의 일본 내 매출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삼양은 2019년 현지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한 뒤 불닭볶음면과 삼양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영업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 삼양식품의 2022년 일본 매출은 직전년도 대비 26.9% 증가한 21억엔(약 208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관련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한글과 일본어 상표권을 갖고 있지만, (닛신과는) 제품명이 달라 상표권만으로 법적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삼양 측은 불닭볶음면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마케팅 전개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진열대에 놓여있는 일본 닛신 까르보 제품. 한글로 '볶음면'이 적혀있다. / 독자제공
다만 라면의 원조인 닛신이 삼양의 제품을 표절 출시한 건 높아진 K푸드의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빼빼로, 초코송이, 새우깡 등 과거에는 국내 제과업체가 일본 제품을 베껴 출시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삼양과 닛신의 과거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삼양은 국산 라면을 만들기 위해 닛신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닛신의 라이벌이었던 묘조식품이 무상으로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삼양은 1963년 한국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면’을 개발할 수 있었다.
김태희 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 교수는 조선닷컴에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K팝 스타들이 선호하고, 매운맛 챌린지 등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통해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식품이 문화를 주도하고, 일본 기업이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그만큼 소프트파워의 축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4/11/VY7HNGLYJ5EJFG4KBYO5AZE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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