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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보루네오 부도 때보다 최악"…'도미노 폐업' 공포지금 이곳에선 2024. 1. 23. 12:09
인천 남동공단에서 가구를 제조·조립하는 신아퍼니처는 극성수기인 연초에도 주문량이 급감해 일부 숙련공만 출근하고 있다. 널찍한 조립 라인에서 한 명만 일하고 있다. 인천=이미경 기자
“1992년 보루네오가구 부도 때보다 더 최악이에요. 곧 문 닫는 가구 제조사가 전체의 30%를 넘을 것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40년 동안 가구 제조공장을 운영해온 신아퍼니처의 구본진 대표는 기자와 만나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학교, 공공기관에서 새 사무용 가구를 구입하는 12~3월이 극성수기인데 한 달 반 동안 잔업(연장근무)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한가해서다. 그는 “건설경기 침체로 아파트 특별판매(특판) 수요가 뚝 떨어졌다”며 “평소 네 명이 할 일을 한두 명이 할 정도”라고 했다.
‘도미노 폐업’ 위기감 커져
건설경기 침체와 건설회사 경영 위기로 건설업 후방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 건설 현장이 몰린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충청지역에서 가구를 납품하는 A 제조업체는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3월에는 월급을 못 줘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사무용 가구 브랜드 퍼시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B업체도 “올 들어 주문량이 30% 이상 줄었다”며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인력을 감축해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가구업계 경기의 밑단을 떠받치는 제조업체들이 ‘울상’인 까닭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브랜드 가구 판매가 급감해서다. 1위 가구업체 한샘이 적자 경영에 빠진 게 대표적 예다. 한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이 96억원으로 전년 동기(14억원)보다 여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년도엔 순이익 104억원을 냈지만 지난해엔 3분기 누적 순손실 2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판 가구는 매출 반토막
아파트용 특판(B2B·기업 간 거래) 가구를 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사가 중단된 곳이 늘면서 아파트용 붙박이장, 싱크대, 신발장 등을 공급하던 업체가 줄줄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리표 주방’으로 시작한 에넥스는 2020년 영업손실 85억원을 냈는데 이듬해 123억원, 2022년엔 235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에넥스의 건설사 대상 특판사업 매출 비중은 90.5%로 건설사 공사 중단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구업계에서는 “건설사 대상으로 가구를 많이 판매하던 몇몇 기업은 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져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창업한 지 17년 된 C 의자 제조업체 대표는 “가구 제조업계에서 겨울이 가장 바쁜 시기인데 잔업은 고사하고 낮에도 일이 없을 정도”라며 “17년 동안 이번 겨울처럼 한파가 불어닥치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구 브랜드업체는 영업팀이 열심히 뛰어서 30% 정도만 손실을 보고 버틸 순 있지만 그 밑단에 있는 제조업체들은 물량이 확 줄기 때문에 50% 이상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건자재업계 “내년이 진짜 위기”
건축용 자재를 판매하는 중견기업들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사 막바지 3개월 동안 창호, 새시, 마루 등의 마감재를 공급하는 사업 구조 특성상 올 하반기 이후 쓰나미급 침체가 업계를 휩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건재, 도료, 실리콘 등을 공급하는 KCC 관계자는 “작년 3분기까지는 건자재업계 모두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수주 물량이 작년 4분기부터 줄어들었기 때문에 4분기부턴 다들 내리막일 것”이라며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은 더 큰 위기일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게 회사의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강마루 등 마루를 제조·판매하는 동화기업은 벌써 실적 하락에 맞닥뜨렸다. 2022년 제품 수주 매출이 1조1004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4702억원 수준에 그쳤다. 4분기를 합쳐도 매출이 반토막 난 셈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인천=이미경/김동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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