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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상품권→수천만원… 감리업체들, 단계적 매수지금 이곳에선 2024. 1. 2. 11:07
커피→상품권→수천만원… 감리업체들, 단계적 매수
LH 아파트 용역 입찰 따내려 심사위원에 5단계 뇌물 정황
입력 2024.01.02. 03:00업데이트 2024.01.02. 06:35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감리업체 선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감리업체들이 심사위원들을 뇌물로 매수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이 사건은 LH와 조달청이 2019~2022년 발주한 아파트 건설 공사의 감리 용역 입찰에서 업체들이 낙찰 순서를 담합했다는 내용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는 입찰 담합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감리업체 영업팀 직원들의 텔레그램 대화 등에서 ‘단계적 뇌물 매수’를 통한 입찰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이 과정은 크게 5단계로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1단계는 입찰 공고가 나오면 심사위원 후보 명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감리업체 직원들은 심사위원 후보들의 세평(世評)을 파악해 공유했다고 한다. “A씨는 돈을 주는 업체에는 ‘폭탄(탈락 점수)’을 준다더라” 등의 말이 나오면 그 후보들은 매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2단계로는 커피 쿠폰이나 백화점 상품권을 심사위원 후보에게 건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은 상대방이 심리적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소액(少額)에서 시작해 이를 받으면 점차 고액(高額)으로 높여가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수만 원대 커피 쿠폰으로 먼저 간을 본 뒤 수십만 원대 백화점 상품권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단계로 고급 식사 대접이나 골프 접대가 이뤄졌다.
4단계에서는 심사위원으로 확정된 사람들에게 ‘인사비’가 전달됐다고 한다. 감리업체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을, 많게는 수천만 원을 심사위원에게 ‘선불(先拂)’로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낙찰 순서가 된 우리 업체에 ‘1등 점수’를 달라”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는 ‘폭탄(탈락 점수)’을 주라” 등의 청탁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은 “어느 업체는 ‘1장(1000만원)’을 준다고 하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조금 주느냐”고 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 심사위원이 돈을 더 받아내려고 감리업체들 간에 경쟁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5단계는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준 감리업체가 실제로 ‘1등 점수’를 받아 최종 낙찰을 받는 것이다. 감리업체들에서 ‘인사비’를 선불로 받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이 시점에 와서 ‘후불(後拂)’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감리업체가 심사위원에게 선불로 준 돈을 회수해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심사위원이 약속과 달리 돈만 받고 ‘1등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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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검찰은 감리업체 17곳의 임직원들과 심사위원 10여 명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감리업체 직원들과 심사위원들의 사무실,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 수색도 있었다. 검찰은 감리업체의 기술력 등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평가가 낙찰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 속에서 뇌물 매수와 선정 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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