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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식 맛 없다” 편견 깼다...런던베이글, 미쉐린 레스토랑 손잡은 구내식당
    지금 이곳에선 2023. 12. 27. 11:00

    “급식 맛 없다” 편견 깼다...런던베이글, 미쉐린 레스토랑 손잡은 구내식당

    입력 2023.12.26 06:11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지하 2층 구내식당 ‘그래잇’.
    점심시간이 시작하는 정오가 다가오기도 전에 직장인들이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행렬이 늘어지자 일부 직원들이 나서 직접 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유명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노랗고 봉긋한 빵으로 덮힌 햄버거에 물결무늬로 자른 감자튀김, 콘샐러드까지 쉐이크쉑 인기 메뉴가 구내식당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래잇 관계자들은 이 메뉴를 구내식당에 내놓기 위해 6개월 동안 수차례 쉐이크쉑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쉐이크쉑에서도 직원 16명을 파견해 조리와 세팅을 도왔다.
    ‘저렴하게 한 끼 때우던 곳’이었던 구내식당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쉐이크쉑 뿐 아니라 런던베이글뮤지엄, 남영돈, 몽탄처럼 내로라하는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듯 구매하는 행위) 브랜드가 속속 구내식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들어온 임직원들 사이에서 구내식당은 대표적인 복지 가운데 하나다. 회사도 직원 만족도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명 맛집 모시기에 거리낌이 없다.
    10월 20일 진행한 포항제철소 구내식당 ‘신룽푸마라탕' 팝업스토어 /포스코
    ‘맛있는 구내식당’을 추구하는 곳은 GS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76,600원 ▲ 700 0.92%) 화성·평택 캠퍼스 구내식당은 최근 유명 베이글 가게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 만든 베이글과 용리단길 디저트 카페 ‘서울앵무새’에서 만든 간식을 제공했다. 이 두 브랜드는 화성과 평택 인근에 매장이 없다.
    서울에서도 온종일 줄을 서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직원에 한해 아침·점심·저녁 삼시 세끼를 무료로 제공한다. 인기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해 직원들 입맛을 사로잡은 셈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지난 10월부터 매달 두번씩 인기 외식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구내식당에 마련했다. 10월 도제식빵과 신룽푸마라탕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서울 3대 도넛 가운데 두 곳인 노티드도넛과 올드 페리 도넛 팝업이 열렸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보통 시중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음식을 제공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보통 시중가 1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한 끼 식사 분량 제품을 4500원선에 맞춰 제공했다”며 “적게는 팝업마다 300인분에서 많게는 600인분을 준비했는데 전부 매진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맛있는 구내식당’은 IT 기업 임직원들만 누리는 특권에 가까웠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판교 일대에 자리 잡은 IT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야근과 밤샘이 잦은 IT 인력 유지를 위해 2010년대 초반부터 구내식당 식단에 힘을 줬다.
    2020년 이후 일반 기업에도 이 문화가 스며들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2020년 취임과 동시에 “직원들에게 최고의 식사를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GS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금도 약속이 따로 없는 날에는 일반 직원들과 섞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를 방문, 반도체R&D단지 기공식에 앞서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그 결과 GS타워 구내식당은 입주사 직원들이 몰려드는 역삼동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GS타워에는 GS리테일(23,900원 ▲ 250 1.06%)과 칼텍스, GS에너지, GS글로벌 같은 GS 주력 계열사들이 입점해 있다. 이들은 점심 식사를 찾아 바깥으로 나서기 보다 구내식당을 찾는다. 병목 현상을 우려해 입주사 별로 권장 배식 시간을 따로 짰을 정도다.
    갈수록 높아지는 외식 물가와 경기 불황은 이런 현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만족스러운 식사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 가운데 하나다. 젊은 직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식음료 메뉴를 사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일종의 혜택으로 여긴다.
    구내식당은 다른 복지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매일같이 직원 사기를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외식 기업 입장에서도 대기업 구내식당을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블루보틀커피나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오른 ‘꽃,밥에피다’, 자담치킨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여러 외식업 브랜드가 구내식당과 협업에 도전한다.구내식당 메뉴라고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이들은 대량으로 제조하고 배급해도 원래 맛을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장시간 논의해서 고를만큼 정성을 기울인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사업과 교수는 “대기업 구내식당은 소득이 높고 유행에 민감한 실제 소비계층이 몰리는 좋은 테스트 베드”라며 “불특정 다수 소비자 이목을 끌 필요없이 실수요자를 발굴할 수 있어 협업 이후 실질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할 만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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