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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뿔날만 했다, 비호감으로 전락한 전쟁 영웅문화 광장 2023. 12. 6. 15:07
프랑스가 뿔날만 했다, 비호감으로 전락한 전쟁 영웅
英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 업적보다 지질한 연애사 주로 다뤄
입력 2023.12.06. 03:00업데이트 2023.12.06. 08:07
코르시카 촌뜨기였던 장교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툴롱 전투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다. /소니 픽쳐스
“당신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짐승이야.” 유럽을 호령하던 황제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칭얼대며 황후 조제핀(버네사 커비)의 품에 안긴다.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영국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은 프랑스의 전쟁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를 사랑에 눈먼 지질한 철부지로 만들어버렸다.
영화 ‘나폴레옹’(6일 개봉)이 공개되자마자 프랑스인들은 “반(反) 프랑스 영화”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일간 르 몽드는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단순함’이라며 “나폴레옹의 연애사와 승리한 전투만을 번갈아 보여준다”고 비꼬았고,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영국인 리들리 스콧의 역사적 복수”라고 평했다.
배우 버네사 커비는 나폴레옹이 평생 열렬히 사랑한 조제핀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소니 픽쳐스
영화를 보면 프랑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국가 기틀을 세우고 유럽에 근대적인 개혁을 가져왔다거나, 재치있고 지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폴레옹이 제국주의자, 여성혐오자였다는 해석에 초점을 맞춘다. 관점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취사선택할 순 있으나, 능력도 매력도 보이지 않는 비호감 주인공을 158분이나 견디긴 쉽지 않다.
역사학자들은 영화의 부정확한 고증을 지적했다. 나폴레옹이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식을 목격하는 장면이나, 이집트 원정을 떠나 피라미드에 대포를 쏘는 장면은 전부 허구다. 스콧 감독은 개의치 않아 하며 “역사학자들에게 ‘실례지만, 거기 계셨나요? 아니면 닥치세요’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소니 픽쳐스
영화는 프랑스 혁명부터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되기까지 수많은 사건을 일대기 형식으로 늘어놓으면서 재미마저 놓친다. 지루해질 때쯤 아우스터리츠, 워털루 등 장대한 전투 장면으로 관객을 깨운다. 스콧 감독은 엑스트라 수백명, 말 100마리, 카메라 11대로 나폴레옹의 군사 전술을 박진감 넘치게 재현했다. 군사 자문을 맡은 폴 비디스는 “엑스트라를 위해 막사에 신병 훈련소를 차렸고, 워털루 전투 촬영 전엔 스콧 감독과 함께 지휘관처럼 병력 이동을 계획했다”고 했다.
나폴레옹의 사랑과 비뚤어진 욕망에 집중해 영웅의 이면을 그렸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특히 조제핀을 연기한 버네사 커비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호아킨 피닉스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조제핀이 주인공, 나폴레옹은 악역이 아닌가 헷갈릴 정도다. 차라리 그랬다면 지금처럼 혹평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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