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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구매 결정? 80년 전 경성 집값에 힌트가 있다
    지금 이곳에선 2023. 12. 6. 01:00

    아파트 구매 결정? 80년 전 경성 집값에 힌트가 있다

    [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지금 집 사도 괜찮을까?”

    꼭 따져야 할 요소들은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입력 2023.12.02. 03:00업데이트 2023.12.03. 07:43

    서울 가회동 31번지 전망대에서 본 북촌 풍경. 일제 강점기에 정세권이 대규모 필지를 잘게 쪼개 만든 서민용 개량 한옥단지다. 정세권은 개발에서 나온 돈으로 물산장려회와 신간회, 조선어학회를 지원했다. /조선일보DB

    한 50대 가장이 고민을 전해 왔다. 아내와 90년대생 아들·딸과 함께 사는 그가 요즘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구역에 분양 신청을 할지 말지 고민이란다. 생애 처음으로 분양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금리가 부담이 된다고. 그런데 아내는 “무조건 신청하겠다”며 벼르고 있다고 했다.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서울의 경우 신규 분양이라고 해서 가격이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고, 조금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하려 하면 금리가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회를 놓쳐 다시 집값이 오르면 평생 내 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다.

    어떻게 봐야 할까. 막연한 직감은 거두고 시장을 냉정하고 입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수요·공급부터 따져 보자. 분석이 쉬운 쪽은 공급 측면이다. 부동산 공급은 수요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늘 수가 없다. 가령 한 지역에 대형 신규 공장이 들어서 아파트 수요가 커진다 하더라도, 아파트가 지어져 공급되기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선 ‘미래 공급량’을 봐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인허가된 아파트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면 된다. 보통 인허가된 물량은 3~4년 후에 완성되어 아파트로 공급된다.

    즉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현시점에서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다른 시점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3~4년 후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이 오른다고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현 시점에서 인허가 물량이 많은 편이라면 3~4년 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광역 시·도 중 2025년 이후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해 보이는 지역은 서울과 세종시다. 중기적으로 서울은 아파트 공급량 부족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11월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 5만9806가구 대비 2.5% 감소한 5만8299가구로 나타났다. 10월 주택 매매량(신고일 기준)은 총 4만7799건으로 전월 4만9448건 대비 3.3% 감소했고, 전년 동월 3만2173건 대비 48.6% 증가했다. /뉴스1

    그렇다면 수요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크게 ①지역의 인구수(또는 가구수) ②지역의 소득 수준으로 나눠서 살필 수 있다. ③소득 대비 적정 지불 수준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인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표면적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1인 가구가 전 세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경기도 주민 상당수는 가격이 적당하면 언제든 서울로 이주하려는 강력한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구수 측면에서 서울 부동산 수요가 정말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가 평형대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4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때는 40평형대 이상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매우 컸다.

    그러나 가구원 수가 줄면서 이제 아파트 시장에서 중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다. 평당 가격이 가장 높고 수요가 가장 큰 평형은 강북에서는 25평형, 강남에선 33평형이다. 심지어 강북 대형 아파트 단지 중에는 5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해 30평형대 아파트와 가격 차이(매도 호가 기준)가 1억원 이하까지 좁아진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 수준과 소득 대비 적정 지불 수준은 지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이 얼마인지, 이들이 주택에 1년에 지불하는 비용(주택담보이자액), 그리고 해당 시점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얽혀 있다. 서울시 자료로 추정한 2021년 서울 강북 지역 4인 가구 연평균 소득은 1억원 정도. 서울처럼 물가가 높은 글로벌 도시에서는 일반적으로 본인 소득의 40%를 주택 매입 비용에 사용한다.

    과거에는 1년 소득 중 30%를 주거 비용에 사용하는 것을 적당하다고 보았으나, 소득 상승보다 자산가치 상승이 빨라지면서 40%를 적정 주거 비용 비중으로 본다. 그렇다면 강북의 4인 가구는 1년에 4000만원 정도가 평균적으로 쓸 수 있는 주거 비용이 된다.

    그럼 주택담보대출 이자(주담대 이자)를 보자. 만약 주담대 이자가 4%라면, 10억원의 4%가 4000만원이므로 연 1억원을 버는 가구에 적정한 주택 가격은 10억원이다. 그런데 이자가 6%로 상승하면 적정한 주택 가격은 약 6억6000만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몇 % 금리 인상이 각 가구의 적정한 부동산 구입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담대 이자는 어떻게 예측해야 할까. 주담대 이자는 대개 국고채 이자와 연동된다. 미국은 30년 만기 주담대 고정금리는 국고채 10년물 이자와 함께 움직인다. 우리도 국고채 5년물, 10년물 이자와 주담대 금리가 연동된다. 따라서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이자가 상승하고 있는지 하락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보면 주담대 이자 추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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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세밀하게 따지려면 인플레이션도 살펴야 한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미래의 주택 공급을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 80년 전 경성의 주택 시장 상황이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북촌과 익선동을 개발한 기농 정세권 선생이 1939년 매일신보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변(중일전쟁)이 일어난 뒤부터 집 매매는 중지 상태에 빠지고 집값은 약 20%가량 떨어졌으며, 새로 짓는 집은 전혀 없다시피 하다가 서울 주택난이 점점 심해지기에 금년(1938년) 여름부터 집값이 도로 올라서 사변 전의 가격과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건축 재료가 꼭 10% 올랐기에 전과 같이 집장사의 채산이 서지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강한 외부 충격으로 주택 수요가 안 붙어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탓에 새로 지어진 집이 거의 없다 보니 결국 주택난이 심해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사이클이 있다. 늘 다양한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12/02/BFSQYGC4CBH3HH2IUGJ62ONMP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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