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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점’ 받은 임종룡의 딜레마…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첩첩산중’지금 이곳에선 2023. 10. 31. 12:22
‘낙제점’ 받은 임종룡의 딜레마…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첩첩산중’
우리금융, 3분기 실적 부진…은행 의존 심화
증권사 매물 부족, 보험사는 비싼 가격에 고민
정부, 은행 규제 본격화…우리금융 타격 불가피
입력 2023.10.31 06:00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선비즈DB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그룹 전체 실적이 부진해 보험, 증권 등의 계열사 보강이 시급해졌지만, 눈에 띄는 매물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제시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은행이 이자 장사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금융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만 기댄 우리금융, 3분기 실적도 뒷걸음3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실적이 뒷걸음질한 가운데 우리카드도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그룹 전체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289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다. 우리카드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카드 가맹 수수료 감소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34.1% 급감한 118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는 곳이다.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주사 중 가장 높은 93.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은행이 실적 부진에 빠질 경우 이를 방어할 만한 수단이 없다.우리금융의 약점은 특히 올해 상반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1위 지주사인 KB금융지주는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12.7% 감소했다.◇ 증권사는 매물 없고, 보험사는 가격이 문제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계열사를 하루빨리 보강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취임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의 경우 살만한 매물이 부족하고, 보험업은 매물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었다.리테일(소매영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를 인수해 은행과 시너지를 높이려는 우리금융의 의도에 가장 부합한 회사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유안타증권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유안타증권과 함께 매물로 거론돼 온 SK증권과 한양증권 등은 영업망과 규모가 작고 우리금융이 원하는 조건과도 맞지 않아 현재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DB보험사는 현재 M&A 시장에 여러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다. KDB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양생명도 곧 매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중 롯데손보와 동양생명은 자산 규모가 크고 영업망이 상대적으로 넓어 우리금융이 관심을 보일 만한 보험사로 꼽힌다.문제는 가격이다. 보험사들은 올해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장부상 이익이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개선된 실적은 매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손보의 경우 아직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의 매각 희망 가격이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과도한 은행 이익에 ‘메스’…우리금융 타격 불가피우리금융은 지난 26일 가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 보험사 인수가 벽에 막힌 상황에서 일단 저축은행 인수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매출 규모가 작고, 최근 업황도 침체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상인을 인수해도 그룹 실적 개선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금융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보강에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정부가 은행이 이자를 통해 얻는 과도한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은행 의존도가 큰 우리금융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고 있다”면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조만간 횡재세 도입을 포함해 은행의 과도한 수익을 억제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금융이 보험, 증권사 인수를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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