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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퀄컴과 1조짜리 ‘세기의 재판’, 7년 만에 세종·율촌·화우 연합군에 대승 거둔 서혜숙 변호사지금 이곳에선 2023. 4. 18. 09:52
[인터뷰] 퀄컴과 1조짜리 ‘세기의 재판’, 7년 만에 세종·율촌·화우 연합군에 대승 거둔 서혜숙 변호사
표준필수특허 보유한 퀄컴 ‘갑질’ 논란
특허권자·칩셋 제조사 이중적 지위 이용
2016년 시작된 소송, 13일 대법서 막 내려
입력 2023.04.18 06:00
법무법인 바른 서혜숙 변호사가 1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지난 13일, 장장 7년에 걸친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소송전이 공정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소 금액은 자그마치 1조311억원. 공정위가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퀄컴은 글로벌 통신용 칩 제조사다.공정위는 지난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볼모로 다른 모뎀칩셋 제조사들과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갑질’을 했다며 철퇴를 가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1조원 넘는 과징금이 국고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14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본사에서 서혜숙 변호사를 만났다. 서 변호사는 고등법원 행정소송부터 공정위를 대리한 장본인이다. 서 변호사를 비롯한 바른 변호사들과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퀄컴의 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율촌·화우 연합군이 맡았다.◇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얻고 싶으면 퀄컴과 직접 계약하라”사건의 발단은 퀄컴의 이중적 사업 모델이었다. 퀄컴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를 독점 보유하고 모뎀칩셋 제조사들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모뎀칩셋을 제조·판매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특허의 경우, 실시료 조건이 특허권 보유자의 요구 조건에 못 미칠 경우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그러나 표준필수특허는 다르다.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표준으로 인정 받은 특허이기 때문에, 적극적 실시희망자(Willing Licensee)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적이지 않은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료 조건에 이견이 있더라도 우선 원하는 기업에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그 다음에 특허 실시 조건을 공정하게 협상해야 한다.이는 국제표준화기구의 프렌드(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확약에 의해 보장되는 내용이다.“극단적인 예를 들어, 어떤 기술이 표준필수특허로 인정 받은 뒤 특허 보유자가 어느 날 갑자기 ‘앞으론 한시간 당 10억원씩 내라’는 조건을 내건다고 상상해보자.이 특허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해온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다른 선택권이 없다. 독점으로 인한 심각한 폐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표준화기구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렌드 확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해야만 표준필수특허를 내주고 있다.”그런데 퀄컴이 프렌드 확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퀄컴의 표준필수특허는 모뎀칩셋 제조사들에 반드시 필요했는데, 퀄컴이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하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들 제조사와 퀄컴은 모뎀칩셋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었다.여기서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이 나타났다.퀄컴은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들 대신, 모뎀칩셋을 공급 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퀄컴과 모뎀칩셋 제조 경쟁사 A, 휴대전화 제조사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원래 퀄컴은 FRAND 확약에 따라 A사에도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그러나 A사에는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하고 그 대신 B사에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강요한 것이다. B사는 이 특허를 합법적으로 이용하려면 퀄컴의 모뎀칩셋을 구매하거나, A사의 모뎀칩셋(라이선스 없음)을 구매하고 퀄컴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따로 받아야 했다.그래픽=정서희모뎀칩셋 경쟁사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그중에는 중국 미디어텍, 미국 인텔 등이 포함됐다. ‘표준필수특허 패권’을 쥔 퀄컴의 소송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중국, 대만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미국 1심 법원에서는 퀄컴의 이 같은 행위가 칩셋 제조사들이 공정한경쟁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라이선스가 없는 제품을 팔아야 하는 경쟁사들 입장에선 퀄컴이 모뎀칩셋 시장을 독점하는 걸 눈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퀄컴은 라이선스 계약을 모뎀칩셋 제조사와 체결하든 휴대전화 제조사와 체결하든 ‘자사의 자유’라는 입장이었다. 다른 모뎀칩셋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모뎀칩셋 제조사 대다수가 경쟁에서 뒤처져 시장에서 퇴출됐고, 결과는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였다.◇ “FRAND 확약, 민사상 계약 아닌 경쟁법”…美 항소심 결과 뒤집어졌지만 韓서 승소공정위와 퀄컴 간 소송전에서 주된 법리적 쟁점 중 하나는 ‘프렌드 확약 위반’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퀄컴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율촌·화우 연합군은 프렌드 확약이 민사상 계약일 뿐이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경쟁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반면 공정위 대리인단은 프렌드 확약은 의도적으로 위반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주장했다.서 변호사는 “프렌드 확약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라며 “이를 어기는 건 아주 이례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단순한 계약 위반이 아닌 경쟁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퀄컴이 타 모뎀칩셋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주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도 관건이었다.퀄컴 측이 “타사에 라이선스를 안 줬을 뿐 특허권 침해를 빌미로 소송을 걸지도 않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펼친 반면, 공정위 측은 “라이선스가 있는 완제품을 팔 수 없도록 한 것 자체가 타사를 공정한 경쟁에서 배제해버린 행위”라고 맞섰다.그 외에도 퀄컴 측에선 자사의 표준필수특허를 ‘노력의 결과물이자 인류에 대한 기여’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공정위 측은 “그렇다 해서 법을 위반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세기의 소송’ 1심 판결은 2019년에야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왔다(공정위 처분에 관한 불복의 소는 고등법원이 1심 관할법원이다). 행정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퀄컴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만 7개월이 넘게 소요됐고, 본안에 들어가서도 증인신문이 쉼 없이 계속됐다. 증인도 쟁점도 굉장히 많았다.내 체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패소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계속됐다.”위기도 있었다. 공정위의 1심 승소 이듬해인 2020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법 위반 소송 항소심에서 퀄컴에 패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공정위와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공정위를 대리하고 있다는 점도 서 변호사에겐 상당한 부담이었다. 산술적으로 1조원은 우리 국민 5000만명이 인당 2만원씩 부담해야 마련할 수 있는 큰 돈이었다.장장 7년에 걸친 소송전은 결국 공정위의 승리로 귀결됐다. 서 변호사는 이 사건 승소의 의의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이 사건 판결 이후 표준필수특허를 가진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길 희망한다. 우리 사법부가 그런 관행에 경종을 울린 만큼, 앞으론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이 호소할 곳이 생긴 셈이다. 공정위에서도 담당 사무관 등이 정말 큰 애착을 갖고 노력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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