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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말 특수 사라진 이태원... 상인들 “손님 없어 빚만 지고 있어”지금 이곳에선 2022. 12. 30. 16:43
[르포] 연말 특수 사라진 이태원... 상인들 “손님 없어 빚만 지고 있어”
이태원 참사 발생한지 두달 지났지만 상권 침체
이태원역~녹사평역 1층 상점 30곳 중 7곳만 손님 있어
상인들 “다시 상권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 희망도
입력 2022.12.30 06:00이태원은 사람이 죽은 곳’이라는 생각이 자리잡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남인석(80)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남씨는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그는 “현재 이태원에 손님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며 “평소엔 연말에 20~30대들이 찾아와 옷을 사고 그랬는데 지금은 매출이 전혀 없어 빚만 지고 있다”고 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대로변에 '이태원 참사' 관련 현수막들이 걸려있다./김민소 기자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이태원 상권은 여전히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 29일 방문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한창 점심시간이었지만 한산했다.이따금 가게 주인들만 점포 밖으로 나와 휑한 거리를 잠시 둘러보고 돌아가기를 반복했다.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 대로변도 마찬가지였다. 이태원역 1번 출구부터 녹사평역까지 이어진 이태원로 인근 점포들을 확인해 본 결과, 250여m에 걸쳐 늘어선 1층 상점 30곳 중 손님이 있는 가게는 7곳뿐이었다. 점포 안 상인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을 바라보거나 멍하니 TV를 보며 텅 빈 가게를 지켰다.상인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매출이 급감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이태원역 인근 PC방 직원인 김모(23)씨는 “10월 매출과 비교해 11월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며 “방학이지만 PC방을 찾는 학생 손님들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이태원에서 20년 가까이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점심 장사만 겨우 하지 저녁엔 가게 앞 거리에 사람이 없어 깜깜할 지경”이라며 “이태원 상권이 회복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김민소 기자일부 보수 성향 단체와 유튜버의 집회 장소가 된 것도 상인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참사 후 보수 성향 단체 회원과 유튜버 등이 시민분향소 인근에 집회를 신고한 채 상주하며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 선동을 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이태원 상권 침체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30일 시장분석정보 서비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태원1동 커피전문점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 규모는 601만원으로 10월(1313만원)과 비교해 54.2% 감소했다. 11월 이태원1동의 호프집 점포당 평균 매출액 규모는 1362만원으로 10월(5693만원) 대비로 76.1% 급감했다.생계를 꾸려야 하는 상인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태원에서 13년 동안 부동산을 한 송모(51)씨는 “참사 이후 상인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실제로 점포 곳곳에 “이태원에 사랑이 자리 잡기를(Let there be love, Itaewon)”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송씨는 “일부 건물주들이 자진해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인들도 희생자 유족들을 배려하면서 상권을 되살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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