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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체 냉각수 냉방, 쓰레기 흡입 배송… 사막의 59조원 첨단도시지금 이곳에선 2022. 12. 24. 17:16
도시전체 냉각수 냉방, 쓰레기 흡입 배송… 사막의 59조원 첨단도시
[WEEKLY BIZ]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열릴
‘루사일’ 첨단인프라 가보니
루사일=안상현 기자
입력 2022.12.15 19:00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카타르가 450억달러를 들여 지은 스마트 도시 ‘루사일’은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기 위한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월드컵 관광객들이 루사일 스타디움 인근인 루사일 대로(大路)를 걷고 있다. 은빛 건물은 도시의 랜드마크로 50층 2동과 70층 2동으로 이뤄진 루사일 플라자 타워다. /안상현 기자
올해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중 단연 가장 비싼 월드컵이다.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총 2200억달러(약 291조원·추산). 2014년 브라질 월드컵(150억달러)의 14배, 2018년 러시아 월드컵(116억달러)의 19배에 달한다. 하지만 경기장(100억달러)을 제외한 대부분 예산은 하마드 국제공항(160억달러)과 도심 지하철(360억달러) 등 월드컵 이후에도 남을 각종 인프라에 썼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450억달러(약 59조3100억원)를 들인 첨단 스마트 도시 루사일(Lusail)이다.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져 있는 루사일은 카타르의 중장기 국가 발전 목표인 ‘화석연료 경제 탈피’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상징하는 신도시다.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광명시와 비슷한 38㎢ 면적에 최대 45만명을 수용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18일 월드컵 결승전도 이 도시 안에 지어진 주경기장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WEEKLY BIZ가 중동의 미래 도시 루사일을 찾아가 어떤 혁신을 품고 있는지 살펴봤다.
도시 전역에 냉방용 냉각수를 공급하는 지역냉방플랜트(DCP) 내부. /안상현 기자
◇에어컨 실외기 없는 루사일
월드컵 기간 찾은 루사일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고층 빌딩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월드컵 관광객을 맞이하려 일부 호텔과 상점들도 운영을 시작했지만, 정부 계획과 달리 전체적인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시내 곳곳에 여전히 공사용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었고, 화려한 외관의 빌딩들도 막상 가보면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아 폐쇄된 곳이 많았다.
랜드마크인 70층 높이의 루사일 플라자 타워 역시 내부 마감이 완료되지 않은 채 닫혀 있었다. 거리도 경기장 인근을 빼고는 한산한 편이었다.
루사일의 월드컵 환영회는 반쪽짜리로 보였지만, 도시 인프라는 확실히 작동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내 어딜 들어가든 바깥 더위를 잊게 만드는 시원한 바람이었다. 사막 국가인 카타르는 한여름 최고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해 실내 냉방 장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카타르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60~70%가 에어컨에 사용될 정도다. 그런데 정작 루사일 시내에선 에어컨 실외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 전체가 중앙집중식 냉방 시스템인 ‘지역냉방(District Cooling)’을 세계 최대 규모로 채택한 덕분이다.
루사일의 주거 및 상업시설 밀집지역인 마리나 지구에도 이 일대에 냉방용 냉각수를 공급하는 시설인 DCP(지역냉방 플랜트)가 가동 중이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건물로 들어가자 탱크로리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냉각기 7대가 귀를 찢는 날카로운 가동음을 내며 물을 식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 온도를 섭씨 5도까지 낮춰 도시에 공급하면 각 건물에 설치된 열교환기가 이 물을 냉매 삼아 공기를 식힌 다음 구석구석 찬 공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물을 계속 순환시켜 활용하는 방식이라 카타르처럼 물이 부족한 사막 국가에 특히 적합하다.
이 시설 운영사인 마라펙 카타르의 라비 카난 담당자는 “지역냉방은 기존 에어컨 시스템 대비 소비 전력을 최대 40% 아껴준다”며 “현재 루사일에 있는 178개 빌딩 전체에 지역냉방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에어컨 실외기라 볼 수 있는 DCP는 루사일에만 2곳이 더 있고, 루사일 스타디움의 냉방도 이 DCP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지역냉방은 프레온 가스 대신 물을 냉매로 이용해 탄소배출이 없는 데다 전력 소비량도 적다. 하지만 초기 설비 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다른 나라에선 보통 건물 단위에 그친다. 그런데 이 중동의 부국은 20억달러(약 2조6200억원)를 들여 도시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냉각수 순환을 위해 루사일 전역에 깐 배관 길이만 175㎞에 달한다.
시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공 흡입식 쓰레기통 ‘빈’은 폐기물 수거용 파이프와 직접 연결돼 쓰레기가 일정량 쌓이면 자동으로 수거장에 보내진다. /안상현 기자
◇원스톱 쓰레기 수거 시스템
루사일의 또 다른 첨단 인프라는 공압식 폐기물 수거(PWC·Pneumatic Waste Collection) 시스템이다. 마리나 지구를 걷다가 발견한 원통형 쓰레기통에 빈 생수병을 갖다 대자 강력한 흡기가 순식간에 손에서 페트병을 낚아채갔다. 많은 도시가 환경미화원과 쓰레기 수거차를 대거 동원해 도시 전역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끌어모은다.
루사일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영국 런던 같은 도시 일부에서 적용 중인 PWC를 채택했다. 도시 전역에 공공 쓰레기통과 각 건물을 연결하는 폐기물 수거용 파이프를 깔았는데 그 길이만 24㎞에 달한다. 루사일 전역에 있는 235개의 원통형 공공 쓰레기통 ‘빈(BIN)’이 이 파이프와 연결돼 있다. 빈의 하부는 마치 블랙홀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빈에 쌓인 쓰레기 용량이 350ℓ를 넘기면 파이프 반대편 끝에 있는 진공 흡입 장치가 작동해 초속 22m로 빨아들여 수거장까지 원스톱 배송한다.
이렇게 수집된 폐기물들이 한데 모이는 시내 수거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모인 폐기물을 압축해 담는 10t 용량의 철제 컨테이너 4대가 있었는데, 쓰레기는 눈에 띄지 않고 악취도 나지 않았다.
모든 폐기물이 철제 파이프 안에서만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악취 제거와 탄소 포집 처리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노버트 제이 마라펙 카타르 PWC 담당자는 “이곳에선 하루 최대 70t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며 “첨단 인프라 덕분에 쓰레기차 7대로 온 도시(마리나 지구)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카타르 월드컵에 지원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카타라 문화마을 인근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 /현대차
◇에너지 전환 촉발한 월드컵
월드컵은 카타르의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는 역할도 했다. 물보다 기름이 싼 산유국답게 그간 카타르에선 전기차 전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테마가 ‘지속 가능성’으로 잡힌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카타르 수전력청은 작년 30개에서 올해 80개 이상으로 늘어난 전기차 충전소를 2025년까지 1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한 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피파(FIFA) 공식 파트너(후원사)인 현대차는 2019년 피파로부터 전기차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인프라 확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카타르 정부가 이를 흔쾌히 수용하자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 행사에 아이오닉5와 G80EV 등 전기차 236대를 지원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서도 카타르는 화석연료와 결별을 준비 중이다. 카타르 최초의 태양광발전소인 ‘알 카르사’가 대표적이다. 4억6700만달러(약 6075억원)를 들여 만든 800MW(메가와트)급 발전소로, 지난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축구장 1400개 면적에 맞먹는 10㎢ 사막에 넓게 펼쳐진 태양광 패널이 당장 1년간 200만MWh(메가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카타르 5만5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카타르는 발전소 두 곳을 추가로 지어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20%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족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수력(바다), 풍력 자원이 풍부한 카타르가 월드컵을 계기로 친환경 국가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2/12/15/HKEHBBDJVRD4PLBATY2X3WIA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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