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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장술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과학으로 보는 숙취의 모든 것
    지금 이곳에선 2022. 12. 14. 20:50

    해장술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과학으로 보는 숙취의 모든 것

    입력 2022.12.14 06:00

    한 대형마트에 술이 쌓여 있다. /조선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후 3년 만에 송년회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2년 동안 각종 모임과 회식이 올스톱했던 한이라도 풀고 싶은 것처럼 연말 송년회 약속이 넘쳐난다. 이에 비례해서 마시는 술을 양도 늘고 있고,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반쯤은 송장이 된 동료를 마주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고 있다.
    송년회 시즌 숙취에 시달리는 모든 대한민국 직장인을 위해 숙취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찾아봤다. 우리가 통설로만 알고 있던 숙취에 대한 많은 잡학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맞는 것일까.
    ①숙취는 왜 생기는 걸까
    숙취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숙취의 원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숙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낸 연구 결과가 없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건 알코올(에탄올)이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핵심 용의자라는 사실 뿐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통에 영향을 줘서 구토와 어지럼증 같은 각종 숙취의 증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코올이 분해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숙취를 일으키는 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제로(0)’거나 제로를 향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꿔서 말하면 알코올 섭취량보다 알코올 대사 능력이 숙취의 심각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어차피 숙취는 마신 알코올의 양과 상관없이 알코올이 분해된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숙취의 여러 증상들이 왜 발생하는지, 왜 어떤 사람은 숙취가 심하고 어떤 사람은 숙취가 약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
    알코올과 술은 흥미로운 과학적 연구 주제지만, 그 중에서도 ‘숙취’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전체 연구의 0.1%도 안 된다고 한다. 이건 숙취가 단순히 마신 알코올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함께 먹은 음식, 평소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 등 너무나 많은 변수에 좌우되기 때문에 과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②숙취해소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한국에 처음 숙취해소제가 등장한 건 1992년이다. 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국내 최초의 숙취해소제인 ‘컨디션’을 내놓으면서 히트를 쳤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매년 급성장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500억원까지 커졌다.
    하지만 숙취해소제의 효능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숙취의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숙취의 정확한 해소법도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숙취해소제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빠른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헛개나 꿀, 타우린 같은 성분을 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숙취해소제 중에 명확하게 효능이 입증된 건 없다. 아직은 모두가 일반 식품으로 분류돼 있을 뿐,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숙취를 아세트알데히드가 일으키는 건 명확하지만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할 지에 대해서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며 “시장에 나와 있는 숙취해소제와 꿀 같은 민간요법은 플라시보 효과는 있을 지 몰라도 알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숙취해소제 시장의 분수령은 2024년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까지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숙취를 해소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제품은 ‘숙취해소제’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때까지는 시중에 넘쳐나는 숙취해소제 중에 어느 제품이 진짜 ‘숙취 해소’ 효과가 있는지 며느리도 모르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한 시민이 숙취해소제를 고르고 있다. /뉴스1
    ③외국에도 있다는 해장술, 정말 효과 있을까
    해장술은 우리만의 전통적인 해장 문화일까. 아니다. 해외에도 해장술이 있다. ‘Hair of the dog’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 말은 미친개에 물렸을 때 그 개의 털을 물린 부위에 바르면 낫는다는 속설에서 유래했는데, 술에 적용하면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심할 때 술을 마시면 숙취가 낫는다는 의미다.
    해장술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해장술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술이든 메탄올이 소량 함유돼 있다.
    술의 원료인 과일이나 곡식에 있는 펙틴이라는 물질이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분해되면서 메탄올을 만든다. 이 메탄올은 알코올이 먼저 대사된 이후에 대사가 시작되는데, 이 과정에서 숙취 증상이 나온다는 분석이 있다. 이때 소량의 술을 마시면 메탄올 대사가 억제돼 자연스럽게 숙취가 덜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건 이론적인 추론일 뿐이고, 해장술이 정말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전 세계 술꾼들의 구전으로만 이어지는 민간 요법인 셈이다. 오히려 알코올 중독에 빠져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 일 수도 있다.
    유 교수는 “숙취가 있을 때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만들어지면서 체내에 있던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서도 “체감상 술이 깨는 느낌이 있더라도 결국 술을 술로 막는 격이어서 장기적으로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④물을 마시면 숙취가 사라질까
    알고 지내는 한 지역 소주회사 회장은 소주를 마실 때마다 같은 양의 물을 마셨다. 물을 많이 마셔야 숙취가 덜하다는 게 회장님의 지론이었다. 소주를 몇 병씩 마시고도 다음날 새벽에 마라톤을 하러 가는 모습을 보면 회장님의 ‘알코올=물’ 등가 전략이 제법 효과가 있는 듯 했다.
    과연 과학적으로도 맞는 걸까.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잠에서 깨자마자 물 한 잔을 찾는다. 알코올이 이뇨를 촉진해 탈수 증상을 일으킨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알코올은 항이뇨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을 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변을 더 많이 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물을 마시면 정말 숙취에 도움이 될까. 연구자들은 탈수 증상을 해소하는데 일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숙취 자체에는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숙취의 원인과 탈수는 상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나트륨이나 칼륨,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 보충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플라시보 효과는 얻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숙취해소법은 없으니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나쁠 건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⑤위스키보다 보드카가 낫다?
    사람들마다 빨리 취하는 술이 다르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주종에 따라 숙취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라는 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미 브라운대의 다마리스 로제노우(Damaris J. Rohsenow) 교수 연구팀이 2009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연구는 21세에서 33세 사이의 음주자를 대상으로 보드카와 버번을 마신 뒤 다음날 숙취의 정도의 차이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버번을 마신 사람들이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숙취를 심하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드카에 더 많은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실제로 보드카와 버번을 비교해보면 보드카의 불순물이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 교수는 “발효주에는 알코올 성분 외에도 발효 과정에서 여러 화학물질이 생기기 때문에 증류주보다 숙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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