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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딸과 엄마 영정…“이태원 같이 갈 정도면 얼마나 친했을지”/“서서 숨진 아들, 내려가지도 못하고…” 아빠 가슴이 조여온다지금 이곳에선 2022. 11. 2. 16:03
15살 딸과 엄마 영정…“이태원 같이 갈 정도면 얼마나 친했을지”
등록 :2022-10-31 20:14
수정 :2022-11-02 14:08
김가윤 기자 사진
‘이태원 참사’ 최연소 희생자 빈소엄마·이모·이종사촌과 왔다가 참변조문 온 중학생 80여명 눈물바다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교복을 입은 중학생 80여명이 줄지어 들어갔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 ㄱ(15)양을 추모하는 발걸음이다. 중학교 3학년인 ㄱ양은 이번 참사 최연소 희생자다.
ㄱ양은 지난 29일 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어머니 ㄴ씨와 이모 ㄷ씨 그리고 이종사촌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모 ㄷ씨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빈소엔 모녀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학생들은 울음을 삼키며 빈소 앞에서 조문 순서를 기다렸다. 5명씩 조문을 마친 학생들의 손엔 유족이 쥐여준 음료수가 들려 있었다. 조문을 마친 아이들은 서로를 안고 다독이며 눈물을 훔치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한 학생은 ㄱ양에 대해 “평소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다”며 “이태원에 갔는지도 모르고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아이와 엄마, 이모가 핼러윈 데이(행사)를 같이 갈 정도면 얼마나 단란했겠나. 단란함이 비극의 원인이 된, 이런 일도 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아들, 딸 잃은 슬픔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로 학생 6명과 교사 3명이 숨지고 학생 5명이 다쳤다. 숨진 학생들은 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으로 모두 서울시교육청 관할 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생 부상자 5명은 모두 고등학생(서울 4명, 충남 1명)으로, 현재 2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나머지 3명(골절 등)은 귀가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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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130.html
“서서 숨진 아들, 내려가지도 못하고…” 아빠 가슴이 조여온다
등록 :2022-10-31 17:48
수정 :2022-11-01 22:25
김가윤 기자 사진
친구 5명 이태원 갔다 3명은 같이 선 채 숨져“우리 아들은 사회에 도움 되는 사람이거든요너무나 착하고 또 성실하니까…가슴 찢어져”‘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생존자가 남긴 추모 메시지. 연합뉴스
“친구 2명은 빠져나왔는데 3명은 같이…서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죽었어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거예요.”
29일 밤, 김영조(55)씨는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가 뜨자 아들(25) 생각이 났다. 평소엔 자취를 하는 평택이나, 고향인 익산·전주로 가서 놀던 아들이 그날따라 친구 넷과 이태원에 갔다고 했다.
저녁 8시께 한 통화에서 아들은 “사람이 많아서 밥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불안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다른 사람이 받았다. 김씨는 얼른 짐을 챙겨 익산 집을 출발했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 아들이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살아가면서 생각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31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김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선 채로 숨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답답했다.
“사람이 몰려 있으면 일방통행이 돼야 하는데 여기서 올라오고, 저기서 내려오고 하니까 이리도, 저리도 못 가는 상황이었잖아요. 알고 보니까 서서 죽었더라고요. 서서 막혀버리니까. 죽었어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거예요.” 친구 5명이 이태원을 갔는데 2명만 빠져나오고, 아들을 포함해 3명은 같이 숨졌다. 같이 갔던 친구가 아들의 뺨을 때렸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뒤였다.
“사람이 모이면 어떻게든 통제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안 됐어요. 이건 생죽음이잖아요. 생죽음도 운명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데…”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부모 걱정을 덜어주었던 아이였다. “평택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는데도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도 몰랐는데 핸드폰을 보니까…”
아들은 9월 초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새 직장에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우리 아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거든요. 너무나도 착하고 또 성실하니까. 가족들한테도 많이 잘했고요. 막내하고는 친구 이상으로 가까이 지냈는데, (막내도) 너무 걱정돼요.” 아직 빈소도 차리지 못한 채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가족들은 지친 표정이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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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0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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