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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를 무시한 죄… 90년 역사 美 유명 화장품 ‘레브론’의 몰락지금 이곳에선 2022. 9. 23. 16:33
소셜미디어를 무시한 죄… 90년 역사 美 유명 화장품 ‘레브론’의 몰락
[WEEKLY BIZ] Biz Pick: 화장품 업계의 지각변동
입력 2022.07.07 15:30영국 런던의 한 화장품 매장에 진열된 레브론 제품들. /로이터 연합뉴스9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유명 화장품 기업 ‘레브론’이 지난달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직접적 원인은 경쟁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와 코로나로 인한 시장 침체, 원자재 수급 차질이다.그러나 업계에선 근본 원인을 다른 데서 짚는다. 온라인 시장과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화장품 업계 최신 트렌드를 레브론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1932년 레브슨 형제가 설립한 레브론은 립스틱과 매니큐어로 유명한 회사다. 1980년대 인기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등이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한 광고 ‘잊을 수 없는 여성’ 시리즈로 유명해졌고,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주로 매출을 냈다.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화장품 소비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아가며 레브론의 전통적 영업 방식은 빛을 잃었다. 대신 온라인을 기반으로 Z세대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낸 신생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가수 리애나,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도넬라 데이비 등이 만든 독립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광고 대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레브론의 경쟁자로 급성장했다. 미 경제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면서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다.기존 화장품 업체들도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독립 브랜드를 인수해 상품군을 넓히고,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트렌드를 따라잡았다. 가령 유명 화장품 기업 ‘코티’는 최근 영국의 유명 틱톡 인플루언서에게 자사 브랜드 림멜의 신상품 마스카라 홍보를 맡겼다. 반면 레브론은 이 과정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과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 공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이후 매장 제품 테스트가 어려워진 것도 레브론처럼 오프라인 영업에 주력하는 화장품 업체들의 몰락을 부추겼다.인기 모델 신디 크로포드(왼쪽)와 클라우디아 시퍼가 등장한 1992년 레브론 60주년 기념광고. /레브론국내에서도 전통적 화장품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패션 회사부터 중소 기업, 인플루언서들까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며 브랜드 수가 급증하고 이들의 시장 영향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시장점유율이 2016년 31.9%에서 지난해 17.5%까지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이커머스 조직을 강화하고 맞춤형 화장품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최근 사업 방식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잘 알려진 대중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화장품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더 이상 쉽지 않다”며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독립 브랜드들의 등장으로 기존 화장품 회사는 토끼 수백 마리와 경주해야 하는 거북이 신세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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