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9.06 11:03
시중은행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오는 16일 총파업을 벌인다고 예고했다.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노사가 임금과 근무 시간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4.5일)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총파업을 향한 일반 대중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총파업 결의 소식에 당장 “배가 불렀다”는 말이 나왔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은행원들이 일은 덜 하고, 월급은 더 받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돈만 밝히는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프레임도 생겼다.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이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력과 영업지점 축소 기조 속에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졌다는 게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은행원들의 호소다. 작년에 이은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온 은행이 물가 인상분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 행위는 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엄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금융노조의 투쟁과 파업 결의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싸움에서 금융 소비자와 시장을 위한 ‘가치’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병원과 벌인 투쟁 역시 정당성 논란은 있었다. “젊은 의사들이 배가 불렀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그런데도 투쟁 끝에 결국 ‘전공의 특별법 국회 통과’라는 결실을 거둔 데는 전공의들의 긴 근무시간과 수면시간 부족 문제가 근로자의 인권뿐 아니라 환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사고의 불씨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득과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이번 금융노조의 투쟁에서 소비자와 금융 시장을 위한 대의명분과 가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해제 이후에도 은행 영업시간은 원상 복구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각 은행은 “금융노조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눈치를 보고 있다.
노조는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입어 이자 이익이 불어난 것이지, 은행과 은행원들이 차별화되고 획기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거둔 과실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총파업으로 노조 내부 결속은 더욱 강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간 금융노조의 투쟁으로 노조원들의 임금이 오르고 근무 처우가 개선되더라도 금융 소비자로선 좋은 게 없었다는 것을 경험한 국민이 파업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외려 은행 등 금융사들이 늘어나는 비용 대비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결국 금리나 수수료 등을 통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
금융노조 총파업이 시의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은행권 곳곳에서 횡령 사건이 터져 나왔고, 조 단위의 이상 외환 거래 이슈까지 불거지며 도덕성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번 파업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금융노조는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결국 임금 인상안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파업이 일단락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목소리를 외면한 총파업 강행이 초래할 사회적 분열과 갈등, 그 비용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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