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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의 공포가 온다]② “일할 곳이 없다”… 청년·저소득층 일자리부터 사라진다지금 이곳에선 2022. 8. 10. 13:11
[S의 공포가 온다]② “일할 곳이 없다”… 청년·저소득층 일자리부터 사라진다
서빙로봇 보급률, 지난해 말보다 75%↑
올해 6월 취업률은 1년 전보다 2.3%P↓
취준생 “과도한 스펙에 경쟁 치열해져”
입력 2022.08.10 06:00올해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슬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슬럼플레이션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일어나는 상황을 말한다.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이 함께 나타나면 자영업자나 월급쟁이, 저소득층 같은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충격을 받는다. 조선비즈는 3회에 걸쳐 ‘S의 공포’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다.[편집자주]지난 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교자에는 서빙로봇이 식당 내부를 누비며 칼국수와 만두를 옮기고 있었다. 평소 관광객과 직장인이 많이 찾는 유명 식당인 만큼 예전에는 종업원이 바쁘게 움직이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종업원보다 서빙로봇이 더 자주 보였다. 식당을 방문한 사람들도 아직은 조금 생소한 듯 서빙로봇이 움직일 때마다 신기하게 쳐다봤다.명동교자는 올해 4월 음식을 서빙하는 종업원을 대신할 서빙로봇 2대를 본점에 우선적으로 도입했다. 로봇은 주방에서 나온 음식이 위에 놓여지면 손님이 있는 테이블까지 알아서 간다.손님이 테이블 앞에 온 음식을 가져온 뒤 ‘확인’ 버튼 누르면, 로봇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명동교자 측은 이 로봇에 ‘교동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덮치는 ‘슬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식재료비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무인화’를 택하고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고, 서빙은 로봇이 하면서 청년층이나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교자 본점에 도입된 서빙로봇 '교동이'. /김태호 기자◇키오스크·로봇에 의지하는 자영업자들 “인건비라도 줄여야죠”서울 마포구에서 태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36)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식당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6개월 전 가게를 새로 연 홍씨는 창업 단계부터 따로 종업원을 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열 때부터 250만원을 들여 키오스크를 마련했다.홍씨는 “음식점이 작은 만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다”며 “키오스크 덕분에 인건비를 다른 가게보다 5% 정도는 절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야채 가격이 너무 올라서 어떻게 손실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키오스크 설치로 인건비라도 아껴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태국음식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송복규 기자서울 관악구에서 수제 햄버거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4)도 최근 종업원 대신 서빙로봇을 택했다. 서빙로봇 대여비가 월 34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판단이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서빙로봇이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하기도 했는데, 쓰다 보니 별문제 없이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키오스크나 서빙로봇 등 일반 종업원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를 들여놓는 자영업자는 늘고 있다. 서빙로봇을 대여·판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가 보급된 매장은 올해 6월 기준 700여곳으로, 지난해 말(400여곳)보다 75% 늘었다. 같은 기간 보급된 서빙로봇 수는 500여대에서 1230여대로 146% 늘었다.업계에서는 주문이나 서빙 등 전 과정을 무인화해 복수의 로봇을 적용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예전에는 서빙로봇을 한 대만 도입하는 매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2대 이상 찾는 사업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사라지는 청년·저소득층 일자리… “나아질 기미 안 보인다”로봇이나 키오스크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주로 구직을 하는 곳들이다. ‘무인화’로 인한 타격도 이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지난달 21일 오전 5시 남구로역 앞 사거리. 400명 남짓한 남성들이 건설현장 일거리를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은 건설현장 팀장의 부름을 받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이들이 건설현장에서 받는 일당은 업무에 따라 12만~25만원 사이다. 인력시장에 도착한 현장팀장들이 인부들을 데려가고, 오전 6시쯤 되자 인부를 태우기 위한 승합차가 모두 떠났다.하지만 남구로역에는 100명 정도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일거리를 찾지 못해 화가 난 한 남성은 인력사무소로 가 “일도 못 하는데, 무슨 교육비만 2000원을 받아!”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이날 일을 찾기 위해 온 위모(64)씨는 “3년째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최근에 일자리가 너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저소득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최근 일자리가 줄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취업포털 워크넷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취업자 수는 7만406명으로, 1년 전(8만3733명)보다 1만3327명 줄었다. 같은 기간 취업률은 24.5%로 2%P 이상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지난해보다 고용지표가 나쁘다.
지난달 21일 오전 6시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는 일용직 노동자들. /송복규 기자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기업들이 공채 방식을 줄이는가 하면, 채용 인원을 계속 줄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고(高)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거의 1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6)씨는 “올해만 생각하고 사는데, 취업을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취준생 고모(26)씨는 “코로나19나 경기침체로 기업 채용이 줄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신규 채용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과도한 스펙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저소득층이나 청년층 등 고용 취약계층은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고용에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온 2020년 저소득층의 직장유지율은 78.52%로 한 해 동안 8.4%P 감소했다.같은 기간 소득 상위층의 경우 직장유지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득 중위층의 경우 3.2%P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는 고용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현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고용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일자리나 아르바이트로 고용지표가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봤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단순히 금전을 지급한다거나 혜택성 통장을 개설하는 것보다는 지속성 있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소득층과 청년층에게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금 이곳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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