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7.25 15:00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청약불패’라는 수식어가 붙던 수도권에서마저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수도권 한 단지에서는 분양물량 전부가 무순위 청약 시장에 나왔고, 서울에서도 다섯번째 무순위 청약에 나선 단지가 생겼다.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경기 성남 ‘이안모란센트럴파크’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무순위 청약 대상은 전용면적 35~60㎡ 총 74가구로, 지난 5월 첫 청약 당시 공급된 물량인 74가구와 동일하다. 입주예정 시기는 오는 9월이다.
무순위 청약은 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만큼 청약 통장 없이 성남시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구성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로 ‘줍줍’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1순위 청약 당시 일부 주택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한 뒤 2순위에서 간신히 모집 가구수를 모두 채워 미분양을 피했다. 그러나 청약이 진행됐던 74가구 전체가 무순위 청약 대상이 된 것을 보면, 청약 당첨자 모두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이안모란센트럴파크 분양 관계자는 “처음 청약 당시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물량으로 각각 37가구가 배정됐고, 전가구 청약이 마감됐었다”면서 “그러나 당첨자들이 전부 계약을 포기하면서 공급물량 전체를 무순위 청약으로 다시 분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지가 공급물량 100%를 무순위 청약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로는 분양가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첫 손에 꼽힌다. 이 단지는 전용 60㎡의 분양가가 최고 8억8762만원이었다. 지난해 사전청약 대상이었던 성남 신촌지구 전용 59㎡의 분양가가 6억8268만원이었다. 공공분양이라 분양가가 저렴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안모란센트럴파크 분양가가 2억원 가량 높다.
서울에서는 무순위청약 ‘5수’에 나선 단지도 나왔다. 강북구 수유동 소재 ‘칸타빌 수유팰리스’다.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 할인 분양에 나섰지만 지난 5일 진행한 네 번째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 물량을 모두 털어내지 못했다. 5번째 무순위 청약은 다음달 1일부터 진행된다. 실제 지난 5월만 해도 37가구에 불과했던 서울의 준공 후 민간 미분양 주택은 지난 달 215가구로 급증했다.
지난 2018년 준공 후 미분양됐던 강동구 천호동 ‘현진리버파크’ 미분양 물량 1가구가 해소됐지만, 칸타빌 수유 팰리스 미분양 물량 179가구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무순위 청약에 나서는 단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번달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인 단지는 총 22개 단지다. 서울 3개, 경기 15개, 인천 4개 단지다. 1년 전인 작년 7월에는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에 나선 단지가 단 7개에 불과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서 청약시장에서 분양가가 분양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면서 “이안모란센트럴파크의 경우 전용면적이 작은 데다 분양가까지 높아 수요자들을 계약으로까지 이끌지 못한 것 같다. 금리인상 여파까지 있어 분양가가 낮게 나오지 않는 한 완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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