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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이지은 “칸은 말도 안되는 행운, ‘서른 살의 마법’인가요”문화 광장 2022. 6. 8. 14:15
‘브로커’ 이지은 “칸은 말도 안되는 행운, ‘서른 살의 마법’인가요”
등록 :2022-06-08 05:00수정 :2022-06-08 10:33
오승훈 기자 사진
‘브로커’로 상업영화 입문한 아이유 인터뷰연기 잘한다고 생각 않기에 긴장촬영때 송강호 선배 칭찬에 감동“올해 들어 좋은 일 많이 생겨잘 웃고 울고 화내고 건강한 변화활자 좋아해 제 기사도 직접 써봤어요”겸손하되 심지 있는 인생관 돋보여첫 상업영화인 <브로커>에서 미혼모 역할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낸 배우 이지은(아이유). 이담(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지은(아이유)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외강내유형’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실제로는 ‘외유내강형’ 인물에 가까워 보였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은은, 듣던 대로 자신만의 연기관과 인생관을 가진 겸손하되 심지가 견고한 스타였다. 첫 상업영화 출연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최근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이 대세 배우는, 칸에서의 추억과 고레에다 감독과의 작업 소회, 촬영 과정의 에피소드, 애서가로서의 면모 등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온 거장 고레에다가 만들어낸 순하고도 착한 로드무비다. 이 영화에서 이지은과 함께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품에 안았다. “사실 제가 칸에 간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운이에요. ‘죽기 전에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죠.(웃음) 사실 칸에 갔을 때는 처음이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그게 아쉬워요. 죽기 전에 떠오를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첫 상업영화인 <브로커>에서 미혼모 역할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낸 배우 이지은(아이유). 이담(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겸양을 피력했지만, 사실 <브로커>에서 그는 미혼모 소영 역할로 쟁쟁한 선배들인 송강호와 강동원, 배두나에게 밀리지 않는 자신만의 연기력을 증명해 보였다. 칸 현지에서는 외신들을 중심으로 최우수여자배우상 후보로 이지은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도 그는 곡절과 사연이 많은 소영 역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소영이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헤어져서 혼자 세상을 헤쳐나온 고단함이 있는 인물인데다 아이까지 버리잖아요.
그래서 고레에다 감독님과의 면담에서 질문을 많이 드렸어요. ‘소영은 왜 이런 결정을 했나요? 소영은 후회한 적이 있나요?’ 그때마다 감독님이 성심성의껏 답변을 줘서 많이 의지했어요. 저는 대본과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거든요.”
영화 속 소영은 갓난 아들 우성에 대해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안타까운 모성을 인상적으로 연기한다. “대본에서도 우성이에 대한 소영의 모성은 불투명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그걸 연기하면서도 타인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에게 엄청 질문을 많이 던졌죠. 드러나지는 않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모성과 관련해 엄마와 언니에게 출산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극 중 소영의 스모키 화장에 대해서도 “스스로 맨얼굴을 드러낼 수 없던 방어기제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할 정도로 어휘 선택에서도 남달랐던 그는, “고레에다 감독이 아이들을 편하게 대해준 다음 그들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때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현장을 포착하는 거장의 면모를 확인했다”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고레에다 감독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던 까닭에 연기에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예전에 잘했는데 이번에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폐만 끼치지 말자’는 주의였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말수도 없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하루는 송강호 선배가 제 연기를 모니터한 뒤에 ‘호흡과 감정과 템포 다 좋았다. 놀랐어’라고 칭찬을 해주셔서 감동했죠. 실수도 많이 하는데 칭찬까지 받으니까. 감독이나 동료 배우들로부터 가장 배려를 많이 받은 사람이 저예요.(웃음)”
가수로서도 최정상에 선 그는 연기와 노래 여전히 둘 다 어렵다면서도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노래나 연기 모두 현장에서 여러번 테이크를 가며 완성점을 찾아가는 점은 닮았다고 느꼈어요. 여러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앞의 표현과 비교할 수 있고 그걸 남에게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요. 노래 녹음 과정을 제일 좋아하는데 연기도 비슷해서 매력을 느껴요.”
예전 인터뷰에서 서른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밝혔던 그는 올해 서른이다. “서른살의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일상에서도 작은 행복이 자주 찾아오고요.
신체적인 변화도 있는데 잘 웃고 잘 울고 잘 화내게 됐어요. 건강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칸 현지 인터뷰와 이번 만남에서 거듭 확인한 것은 온라인에서 아이유 어록이 회자될 만큼, 그의 화법이 논리정연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이 또렷하다는 점이었다. 평소 책을 가까이한다는 평판이 허투루 생긴 게 아닌 듯해 보였다. 이번 칸에도 책 3권을 챙겨 갔던 그다. “활자를 너무 좋아하긴 해요. 사실 기사 읽는 것도 좋아해요. 웃기겠지만 제가 제 기사도 써보거든요.(웃음) 기자님들이 사용하는 화법이나 글의 구조가 다 다르잖아요. 기사 말미는 이렇게, 서두는 이렇게 쓰는구나 저도 써보는 거죠.(웃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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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461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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