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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덩칫값 못하는 농협금융… 실적 저조하고 건전성 빨간불
    시사 경제 2022. 5. 31. 22:49

    덩칫값 못하는 농협금융… 실적 저조하고 건전성 빨간불

    입력 2022.05.31 11:01
    올해로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0년이다. 하지만 2022년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빅테크·인터넷 은행 등 후발주자들과의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도 뒤처져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농협금융지주의 대규모 자금 지원에도 NH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농협금융그룹의 성장성과 자회사의 자산건전성을 향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대내외 정세 불안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각 금융그룹사의 전략과 실력 면에서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래픽=손민균
    지난 1961년 옛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발족한 종합농협은 2012년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농협금융지주를 세웠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100% 지분을 보유한 독특한 형태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 이미 자산 240조원에 금융 자회사 7곳을 거느린 거대 공룡으로 단숨에 5대 금융지주로 올라섰다.
    ◇ 몸집만 크고 힘 못쓴 자회사들
    “은행과 보험 중심의 리테일 강자로 차별적 포지셔닝을 할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은행 이외의 금융계열사들도 특성에 맞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농협금융 이익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금융지주 체제의 장점을 살려 종합농협 체제에서 하지 못했던 시너지 사업 활성화에 매진하겠다.” -2012년 NH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 신충식 회장
    2012년 당시 농협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금융부문의 총자산을 420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순이익 3조8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은행과 비은행의 동반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10년이 지난 현재 농협금융의 성적표는 어떨까. 일단 성적이 당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조291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10년 전 제시한 목표치와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 경쟁사들과 달리, 농협금융 실적은 역성장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한 5963억원이다. 농협금융이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지원하는 농업지원사업비 1126억원을 포함하면 순이익은 6728억원이다.
    농협금융지주 아래 계열사별 실적을 보면 핵심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이 증권사 등 비은행사업 부진을 방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의 지원에도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실적 성장세는 꺾였다. 타 금융사들과 비교해 희비가 엇갈린 데는 핵심 계열사인 증권사의 실적 부진을 은행 이익만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주 출범 당시 외쳤던 ‘은행과 비은행의 동반 성장’을 이루지 못한 탓이 크다.
    농협은행이 키운 과실의 크기 역시 타 은행보다 작았다.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늘어난 4463억원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41.9% 늘어 9733억원을, 신한은행은 31.5% 늘어 8631억원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15.9% 늘어난 6671억원, 우리은행은 29.2% 증가한 761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만 해도 농촌 각 지역에 있는 단위 조합과 전국에 뻗어 있는 점포망은 다른 은행들을 위협할 만한 요소로 꼽혔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지점망을 발판삼아 소매금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농협의 은행 점포 수는 1172개로 은행권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현재 영업점은 1119곳에 이른다.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중 1분기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국내 영업점이 876곳, 해외지점 10곳을 포함하면 886곳인 점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이 덩치는 큰 데도 힘은 더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주요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1023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3%나 줄었다.
    작년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순이익이 감소세다. 증권시장 부진 영향이 큰 영향이라지만,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 5대 증권사 중에서 실적 감소 폭이 가장 컸다.
    NH농협생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해 686억원을, 순이익(지배주주 지분 기준)은 1.3% 늘어 43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NH저축은행 영업이익(70억원)과 순이익(64억원)은 각각 18.3%, 4.2% 줄었다. NH농협리츠운용은 1억원 적자를, NH벤처투자는 2억원 적자를 봤다.
    ◇ 단기 실적 키우려다 건전성 뚝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의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협금융지주의 대규모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NH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했다.
    RBC비율은 보험부채 부실이 발생했을 때, 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돼 있는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보험업법은 최소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요구하는데, 금감원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NH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1.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210.5%)보다 78%p가 하락했다. NH농협금융그룹 내에서 은행 다음으로 덩치가 큰 NH농협생명의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자본총계는 2조3245억원으로, 작년 말(3조9855억원)보다 1조6610억원(41.6%) 줄었다. 농협금융지주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자본을 1조원 이상 확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초 금리가 갑자기 뛰면서 보험사 보유 채권 가치가 하락한 탓에 보험사 전반의 RBC 비율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럼에도 1분기 NH농협생명의 RBC비율은 푸르덴셜생명(280.7%)과 삼성생명(246.1%) 등의 RBC 비율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잘못된 경영 판단이 리스크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농협생명은 2020년 3분기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34조원어치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매도가능증권은 금리 하락기엔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 가격이 꺾이면서 자산 감소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보다는 회계 재분류를 통해 단기 실적 키우려 했던 NH농협생명의 전략이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이례적으로 RBC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외려 건전성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RBC 비율 하락으로 빨간불이 켜진 보험사들이 최근 금융당국에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를 유예하거나 내년 도입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조기 도입을 요청해, 현재 금융당국이 RBC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져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거나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나, 일각에서는 제도 조정이 자칫 금융당국의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금융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계열사들의 이익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연내에 제시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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