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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영합니다, ‘예스키즈존’입니다” 사장님들은 팻말을 내걸었다
    지금 이곳에선 2022. 5. 5. 08:53

    “환영합니다, ‘예스키즈존’입니다” 사장님들은 팻말을 내걸었다

    등록 :2022-05-05 04:59수정 :2022-05-05 07:32

    이우연 기자 사진 고병찬 기자 사진

    ‘노키즈존’에 대항하는 카페·식당 늘어
    부모들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 “우리도 규칙 배우고 지킬 수 있어”
    전문가 “예스키즈존이 해결책 될 순 없어”

    제주 제주시 카페 ‘모몽 더 티하우스’의 유리창에 붙여진 ‘모든 어린이와 강아지의 출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귀(왼쪽)와 ‘예스키즈존’을 표방하는 서울 중구 카페 ‘원써드’의 고객이 방문 후 남긴 후기 사진. 모몽 더 티하우스·원써드 제공

    ‘all kids, all dogs(모든 아이들, 모든 강아지들)’.

    제주 제주시 한경면에서 카페 ‘모몽 더 티하우스’를 운영하는 임지영(30)씨는 2020년 4월 카페를 열면서 가게 유리창에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였다. 임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제주도 카페들이 ‘노키즈존’을 내거는 것을 보고 유아차를 끄는 양육자가 마음 편히 갈 만한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저희 카페는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어서 어린이들끼리 오는 경우도 많은데 자리에 차분히 앉아서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다가 가더라고요. 오히려 컵을 떨어뜨린다거나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은 성인들이에요.

    아이들도 카페 같은 공용 공간을 많이 이용해봐야 나중에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이런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노키즈존에 담긴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예스키즈존’이라는 팻말을 내거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며 논란이 된 뒤 이에 대한 반대의 뜻으로 생겨나는 흐름이다. 4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예스키즈존이 식당·카페의 보편적인 운영 원칙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면서 노키즈존은 논란이 됐다. ‘공용 공간에 아이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과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막고, 어른들도 편하게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고 싶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다른 이용자들도 있겠지만,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며 아동의 식당 출입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을 권고했지만, 노키즈존의 확산에 제동을 걸진 못했다. 2017년부터 익명의 제작자가 제보를 받으며 운영을 시작한 ‘노키즈 지도’에는 전체 공간 혹은 일부 공간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식당·카페 432곳이 현재 등록돼 있다.

    예스키즈존은 이러한 흐름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등장했다. 예스키즈존을 표방하는 가게들은 놀이터나 그림 도구를 구비하기도 하고, 유아차 이용객을 위한 경사로를 마련해 어린이에게 친화적인 공간을 제공 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없어도 예스키즈존이라고 알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이 안심하고 찾는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지난해 6월부터 카페 ‘원써드’를 운영하는 박선영(31)씨는 에스엔에스(SNS) 카페 계정에 예스키즈존이라는 가게 설명을 달았다.

    그는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처음에는 이곳이 너무 젊은 카페라고 생각해서 들어올 생각을 못 하다가 예스키즈존 카페인 걸 알게 되고 마음 편하게 커피를 마시더라. 카페 방문 후기를 보면 ‘아이와 카페를 올 수 있게 됐다니 감격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예스키즈존을 골라 찾아다닌다는 한예지씨(33)는 “새로 생긴 카페에 별 생각 없이 아이와 들어갔다가 출입 제재를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가 ‘나는 어른들이 좋은데, 왜 어른들은 아이들을 싫어하냐’고 물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예스키즈존과 노키즈존의 ‘구분’을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예스키즈존이 늘어나는 것이 노키즈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노키즈존으로 대표되는 혐오를 없애기 위한 논의는 사라지고 ‘노키즈존 싫으면 예스키즈존 가면 되지’ 같은 선택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며 “어떤 식당이라도 어린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사회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치하는엄마들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00주년을 맞은 어린이날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며 노키즈존과 같은 어린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가게에서 뜨거운 음식을 나를 때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라면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나 찌개류를 파는 음식점은 모두 노키즈존이 돼야 한다”며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속 김희진 변호사도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은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그런 행동을 할 경우에)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제재로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들도 “노키즈존을 없애달라”며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에 나온 이지예(8)양은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엄마 아빠와 밥 먹고 싶다. 어른들은 못 가는 데가 없는데 어린이들은 왜 못 가는 데가 있냐”고 말했다. 김나단(9)군은 “우리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다. 규칙을 만들고 서로 이해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진짜 어른이 되어달라”고 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어린이들이 노키즈존 반대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현수막 속 글자에 색칠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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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1661.html?_n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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