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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을 닮은 ‘강·병·서 내각’지금 이곳에선 2022. 4. 26. 21:03
윤석열 당선인을 닮은 ‘강·병·서 내각’
입력 : 2022.04.26 16:22 수정 : 2022.04.26 17:10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7년 전 총리에 취임하며 ‘남녀 동수 내각’을 꾸린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은 답을 내놓았다. 그는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것은 물론 난민 출신, 원주민 후손, 장애인 등을 장관으로 발탁했고, “캐나다를 닮은 내각”이라는 설명으로 신선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2022년 5월 새로 들어설 한국의 내각은 우리의 사회상과 시대상을 얼마나 반영할까.
‘윤석열 1기 내각’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은 거주지가 서울의 ‘강남 3구’에 집중돼 있고, 3명 중 1명은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병역면제를 받았으며,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압도적인 다수이다. ‘강남·병역면제·서울대’라는 이력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일치하는 특징이다. 윤 당선인을 닮은 ‘강·병·서 내각’인 셈이다.
■‘강남 스타일’과 군 면제
윤 당선인이 지명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19명 중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아파트·오피스텔을 보유 또는 임차 중인 후보자는 11명이다. 장관 후보자 3명 중 2명 꼴이다. 부총리를 겸직하는 추경호 기획재정부·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도곡동과 대치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압구정동)·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개포동) 장관 후보자도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가 서울 강남을인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강남구에 오피스텔을 전세로 임차해 쓰고 있다.
서초구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잠원동)·한화진 환경부(서초동)·김현숙 여성가족부(방배동)·이영 중소벤처기업부(방배동) 장관 후보자가 살고 있다. 서초동에 아파트가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강남구 도곡동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관사 재태크’ 논란을 낳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후보자 4명이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 추경호 후보자는 1982년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가 1983년 폐결핵을 이유로 소집 면제됐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1985년 만성간염으로 5급 판정을 받아 군 면제를 받았다. 이종호 후보자는 1986년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가 1989년 근시로 5급 등급을 받아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985년 족지(발가락) 이상으로 5급 판정을 받았다.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후보자는 3명이다. 박진 후보자의 아들은 2002년 최초 신검에서 악성종양을 이유로 군 복무가 면제됐고, 김현숙 후보자의 차남은 2015년 5급 판정(질병명 미공개)을 받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은 전시근로역으로 분류됐는데, 후보자 측은 “입영했다가 재검 대상으로 분류된 후 병무청 처분을 받았으며 지병은 현재도 치료 중”이라고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아들의 경우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지만, 최초 신검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경북대병원 발급 진단서 등을 근거로 4급 보충역 소집 대상으로 등급이 하향돼 논란이 됐다.
■서울대·하버드·수석…‘그들의 리그’
‘서울대 편중’도 눈에 띈다. 후보자 19명 중 11명이 서울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학부 출신이 10명, 대학원 출신이 1명(이종호 후보자)이다. 학부 기준으로 고려대 출신은 4명, 경북대 2명에 불과했다. 한덕수·박진·권영세(통일부)·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후보자는 서울대 졸업에 더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대학원까지 수료했다.
‘수석 합격·졸업자’도 여럿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1971년 서울대 상과대학 수석 졸업으로 대법원장상을 탔고, 원희룡 후보자는 1982년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이어 사법시험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창양 후보자는 29회 행정고시 수석 합격자다.
윤 당선인 측의 ‘능력주의’ 선호 경향은 각종 고시 출신 인사의 비중으로도 확인된다. 후보자 19명 중 고시 합격자는 모두 10명이다. 행정고시·사법시험 합격자가 각 4명이고, 외무고시·기술고시 합격자가 각 1명이다.
‘공부 잘 하는’ 이들이 대거 내각에 지명된 것은 윤 당선인이 수차례 밝힌 ‘실력과 유능함’이라는 인사 철학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험 성적이나 고시 합격 여부가 실력·유능의 지표가 된 셈인데, 그렇게 모아놓고 보니 다수가 서울 강남에 사는 것이다. 윤 당선인 본인 역시 서초구에 살고 있으며 서울대·고시 출신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실력주의를 중시한 당선인의 철학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선인이 알고 있는 네트워크 내에서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주요국들은 내각 구성에서 인종, 성별, 연령 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다양성 자체가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이어 “새 정부도 인력 풀을 좀 더 넓혔다면 더 전문성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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