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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시론]세계가 놀란 빙상한국의 메시지(문창재)
    지금 이곳에선 2010. 2. 21. 19:24

    내일시론]세계가 놀란 빙상한국의 메시지(문창재)

    2010-02-19 오후 12:53:15 게재

    세계가 놀란 빙상한국의 메시지

    모두가 놀랐다. 우리 스스로도 놀랐지만, 세계는 더 놀랐다. 연일 예상을 뒤엎는 한국의 금메달 행진을 지켜본 외신들은 ‘놀랍다’(Surprise), ‘깜짝 놀랄(Stunning) 금메달’, ‘충격적인 승리’(Shock Victory) 같은 말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AP 통신은 “이 선수들이 다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하고 물었다는 유명 빙상인의 코멘트를 보도했다.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은 17일 자 석간신문 1면에 ‘멈추지 않는 한국선풍’이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이날 자 조간 사설에서까지 한국선수들의 분전을 언급했다.
    외신들이 놀라는 것은 스피드 스케이팅 분야에 전혀 이름을 올리지 못한 나라가 돌연히 일으킨 선풍 때문이다.
    육상으로 치면 100m경기에 해당하는 500m 종목에서 남녀 선수가 동반우승을 차지한 것은 동계 올림픽의 신기록이 되었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그런 영광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3종목 석권 예상
    그들이 놀라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3개 종목 석권이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이 한국선수들 독무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고, 피겨 종목은 김연아 선수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라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진정한 빙상강국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빙상 전 종목 석권은 미국 한 나라뿐이라 한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척박한 토양과 환경에서 거둔 열매라는 사실이다. 온대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한겨울 논바닥이나 강이 아니면 얼음판을 구경할 수 없는 나라다. 그나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서만 잠시 즐길 수 있고, 남쪽에서는 스케이팅이란 말도 들어보기 어렵다.
    실내 스케이트장도 손가락을 꼽을 정도고, 더구나 스피드 스케이팅을 연습할 수 있는 400m 트랙시설은 근년 태릉선수촌에 하나가 생겼을 뿐이다. 그나마 일반 이용객, 각급 학교 및 일반선수, 국가 대표선수로 이용시간이 삼등분 돼 있어 훈련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런 토양 탓에 스케이팅 인구는 경쟁국의 몇 백분의 1, 또는 몇 십분의 1에 불과하다. 동네마다 트랙이 있고, 학교마다 빙상부가 있는 북미와 유럽 국가들에 비교하면, 여건 면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다. 코치도, 감독도, 그런 나라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나라다. 양궁·야구·역도·골프 등등 세계를 놀라게 한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한국 빙상의 성공은 사막에서 피어난 꽃이다.
    스포츠 저변인구로 보아도 구미 강국들과 일본 중국에 비교도 되지 않는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동양인의 체격조건, 특히 “팔 다리가 짧은 한국인은 달리기 경주는 안된다”던 패배의식을 말끔히 씻어보였다. 다리가 짧아도 근력을 길러 지구력과 순간파워에 앞서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한국의 성공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방식 그대로 고되게 훈련한 보상을 받았을 뿐이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처럼, 한국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불리한 여건과 싸워 이겼다.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는 이상화 선수의 인터뷰 코멘트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 정치는 언제쯤 동메달이라도 따려나
    이번 한국 빙상의 영광은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소속 단체의 영광, 그리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뼈를 깎는 연습과 훈련을 겪어냈다. 열매는 그런 인고의 결실이었다. 어떤 분야건, 누구건, 스케이팅 선수들 같이만 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특히 정치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와 대중문화, 민주화와 국민교육, 일부 첨단산업과 토목기술 등등 몇몇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끈 지 오래다. 가장 낙후한 분야는 물을 것도 없이 정치다. 그것만 좀 수준에 오르면 어깨를 좀 펴련만, 정치뉴스에 시선이 미치면 웃음이 싹 가시게 된다. 한국정치는 언제쯤 동메달이라도 따려나.

    문창재 논설고문
     Naei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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