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은 다음 '아고라'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지원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한 네티즌의 글을 인용했다. 굳이 한 네티즌의 의견에 해명 글을 올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 네티즌이 '미네르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음 아고라에서 이름을 떨치던 미네르바는 지난달 18일 "너무 이름이 팔려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겠다"며 돌연 잠적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돌아온 미네르바는 24일 "해외에서는 이미 한국이 제 2의 IMF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경고해 다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네르바는 유명 애널리스트도 금융 관계자도 아닌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 중인 한 네티즌의 필명. 지난달 초 미국 리먼 브라더스 부실 사태를 예측하면서 아고라 인기 논객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5일에는 환율 폭등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미네르바는 5일 "6일부터 8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15일 전후로 2차 폭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환율은 6일부터 8일까지 3일만에 170원 이상 급등했다. 그가 환율 폭등을 예고했던 5일 1200원대였던 환율은 24일 1400원선마저 돌파했다.
미네르바의 인기는 단순히 그의 예측이 정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지표와 수치를 이용, 경기를 진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했다. 직설적인 '독설' 역시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이른바 '주류'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해, 그동안 잘못된 예측에 돈을 잃었던 개인투자자의 가려운 곳도 긁어주었다.
그의 인기가 계속되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미네르바의 정체를 추측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네르바의 정보력은 일반인 수준을 뛰어넘는다"며 "증권이나 금융 관계자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특히 미네르바가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만 말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진 상태. "고구마란 화폐를 의미하는 은어"라며 "미네르바는 외환 딜러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미네르바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보니 그가 올린 글을 두고 온갖 추측과 해석이 등장하기도 한다. 미네르바는 지난 25일 '미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아파트 가격을 내려서 팔고 싶은데 부녀회에서 막고 있다는 한 여성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미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준말이고, 이 여성의 에피소드는 주식(아파트)을 팔고 싶지만 부녀회(정부)의 반대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온갖 추측이 등장하자 미네르바는 같은 날 "미자는 오늘 고구마를 사러 온 39살 색시 이름이고, 실명은 최미자"라고 밝혔지만, 이 글 역시 해석의 도마에 올려졌다.
39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 자금 39조원을 빗댄 것이고, 미자의 성이 '최'인 것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을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미네르바의 정체를 둘러싼 공방과는 별개로 미네르바를 따르는 네티즌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네르바가 24일 쓴 글은 10만 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읽었다. 미네르바의 글은 평균 조회 건수 5만 건, 평균 댓글은 약 1000건에 달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지난달 "너무 이름이 팔려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겠다"는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었다며 "그가 다시 잠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글에다가 추천도 달지 말고 조용히 읽고만 가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아직 미네르바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똑같은 공간(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미네르바와 우리나라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가운데 미네르바를 믿는 네티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네르바가 24일 쓴 '이제 한국의 IMF는 거의 기정 사실로 보인다' 보러가기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325220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