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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자 죽음 방치”…소방노조 ‘응급실 뺑뺑이’ 규탄지금 이곳에선 2024. 8. 29. 16:17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와 관련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제공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환자 이송을 위해 병원에 전화하면 매일같이 ‘당직의가 없다’, ‘인력이 없다’는 등 이유로 거절당하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정부가 지정한 코로나19 진료협력병원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 ‘구급차 뺑뺑이’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울강남소방서 역삼119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김성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23일 한겨레에 구급대원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사직 하고, 이로 인해 업무 부담이 늘어난 일부 전문의들이 이탈하는 등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면서 응급환자들이 제때 이송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환자 한명을 이송하기 위해 상급병원부터 2차 병원, 동네 의원까지 병원 20곳에 전화를 돌려가며 이송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의 환자 수용 거부로 응급환자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응급환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주장처럼 제때 이송되지 못하는 구급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구급대 재이송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119구급대가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4차례 이상 환자를 이송한 사례는 17번으로, 지난해 기준 15번을 벌써 앞질렀다.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 한 편의점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가 병원 14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끝내 숨졌고, 지난 15일에는 충북 진천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응급실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증환자의 응급 진료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9월부터 이송 단계에서 환자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병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송단계의 중증도 분류기준’을 전면 시행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김재용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구급정책국장은 한겨레에 “중증도 분류기준 시스템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병원에 대한 강제력 있는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각 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도 “병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응급환자 거부 행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세종시의 유일한 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보름 넘게 진료시간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연이은 전문의 사직으로 발생한 상황인데, 이와 관련해 세종시장이 “의사들 인건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응급실 문을 닫거나, 일부 시간만 운영하고 있다. 병원 쪽은 지난달 이런 내용을 미리 세종시·대전시·충청남도·충청북도 등 인근 지자체에 알렸다. 응급실 운영을 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세종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다른 병원이나 인근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긴 건 전문의의 잇단 사직 때문이다. 애초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정원은 성인 응급 12명, 소아 응급 7명 등 총 19명이었지만, 지난 5월까지 15명의 의사로 버텨오다가 이후 순차적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이 사직하고 최근 전문의 1명이 추가로 그만두면서 11명만 남았다.
교대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인 12명의 벽이 깨졌다는 것이 세종충남대병원 쪽 설명이다. 현재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센터의 진료 축소로 우려가 커지자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19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병원에서 인건비를 올려주겠다고 하니 일부 의사들이 자리를 옮긴 것일 뿐 병원에 다른 문제는 없다”며 “이직으로 의사 수가 줄어드니 남아 있는 분들도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하는데, 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최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정상 운영을 위해 재난지원금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응급실 인력 1인당 업무시간이 최대치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지원금은 전담 의료진의 초과근무수당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최 시장은 “당장 피해를 보는 건 시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행정기관이 병원 의사 인건비까지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것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런 세종시장의 발언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성명을 내어 “응급의료 인력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왔다”며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지자체장이 공개 석상에서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급여를 과장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마치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탓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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