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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연탄봉사 마을주민들 "우리를 그렇게 보지마"
    지금 이곳에선 2024. 2. 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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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젖 먹던 힘까지 모아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국민의힘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여기 오는 정치인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투표 때문에 오는 거죠."

    "마을이 (정치인 방문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난을) 파는 것처럼 보여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 직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백사마을에 들러 연탄 봉사를 한 다음 날 주민들이 한 말이다.

    대다수 주민은 "연휴 전날 한 위원장이 마을에 들렀다 간 소식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라며 "평소에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다가, 명절이나 선거 직전 달동네나 재래시장에 들르는 건 생색내기로 보인다"고 했다. 또 "살기 좋은 마을인데 언론 보도를 통해 마을이 가난하게만 보도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당내 주요당직자 및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설 연휴 전날인 8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방문해 주민 10명에게 2000장의 연탄을 직접 전하는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했다. 국민의힘은 "설 선물 예산을 모두 연탄 구매 기부에 쓰기로 결정하고 연탄 7만 1000장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정치인들의 민심잡기 행보는 여야를 불문하고 이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인천 계양구 계양시장,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광진구 제일중곡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시민들에게 설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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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초입.
    ⓒ 박수림

    "한동훈 방문 뉴스로 알아... 깊은 대화도 못 나눠"

    9일 오전 찾은 백사마을. 언덕 위 교회 근처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0대 이아무개씨 모녀는 산적을 만들고 있었다. 현관에는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한 까만 연탄 20여 개가 쌓여있었다. 부엌 한가운데 있는 연탄난로 덕에 집 안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씨 모녀는 "어제 한 위원장이 온 것도 몰랐다"며 입을 열었다.

    이씨는 "선거 직전마다 정치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기사화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주기적으로 온다"며 "정치인들의 봉사는 진짜 조용히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주민 이아무개(69)씨는 "한 위원장이 우리 마을에 왔다 간 걸 뉴스를 보고 알았다"면서 "정치인들이 선거나 명절을 앞두고 오는 건 생색내기다. 대부분이 방문만 하고 끝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상시에도 국민들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게 진짜 정치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백사마을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주민 김아무개(59)씨는 "어제 한 위원장을 만났다"며 "연탄을 주고 가니 그 순간엔 고맙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못 나눴다"며 "백사마을은 벌써 40년째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집이 노후화돼도 주민들이 집을 고치기가 어렵다. 주민들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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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걸린 연탄 나눔 봉사 홍보 플래카드. '연탄을 때고 싶어서 때나유..."라고 쓰여있다.
    ⓒ 박수림

    "가난 도둑질" 비판도... 주민들 "백사마을이 얼마나 좋은데"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한 위원장의 백사마을 방문을 두고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 "사진 속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부지런히 살았어도 산동네 단칸방, 셋방, 낡은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동훈 같은 인간들(정치인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불우이웃돕기'라는 이름으로 가난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까지 1200회 이상 공유됐다.

    백사마을 주민들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앞서 만난 이아무개씨 모녀는 "꼭 정치인들이 다녀가면 못 사는 달동네라고 부정적으로만 보도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마을은 이웃 간에 이야기도 하고 서로 오가는 정이 많다"며 "요즘은 아파트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끼리 싸운다던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 무섭지 않고 좋다. 살기는 백사마을이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앞서 만난 김씨 역시 "언제 한 번은 고향에 내려갔을 때 백사마을에 정치인이 방문했는지 또 TV에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서울에 아직도 그런 동네가 있냐'며 무시를 해서 창피하고 화가 났다"고 전했다. 이어 "없이 사는 사람도 인격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올 때 (언론이)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줄 게 아니라 노후화된 곳도 좀 살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을 옮기고 있다.
    ⓒ 박수림

    백사마을에서 10년이 넘도록 자원봉사를 진행해 온 이병열 중계본동 자원봉사캠프장은 "백사마을은 과거 600~700집이 살다가 지금은 재개발 이슈로 120집만 남았다"며 "주민들끼리 서로 송편도 빚고 합심해 대청소도 하며 잘 지낸다"고 설명했다.

    또 "누구나 이곳에 와서 연탄 봉사를 해주는 건 좋지만, 김씨 말대로 집을 고치기가 어려워 연탄을 때도 외풍이 드는 집이 많다. 대부분 기후 약자가 된 것"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재개발을 하고 주민들께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01313&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aver_news&CMPT_CD=E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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