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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시나리오 된 엑스포 유치전...PK 민심 ‘29표’ 해석에 달렸다지금 이곳에선 2023. 12. 3. 10:51
최악 시나리오 된 엑스포 유치전...PK 민심 ‘29표’ 해석에 달렸다
[주간조선]
김회권 기자
입력 2023.12.03. 05:20업데이트 2023.12.03. 06:17
지난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PK(부산·경남·울산) 민심은 TK(대구·경북) 민심과는 다르게 흐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을 보면 PK 지역은 TK와는 달리, 수도권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는 게 그간 국민의힘이 가진 고민이었다. 수도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면 PK에서도 여지없이 하락했다.
게다가 지역 내 정서적 일체감도 이전 보수 정부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이 지역 보수 민심은 ‘우리 대통령’이라고 생각했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 ‘우리’라는 단어를 쉽게 붙이지 못한다는 게 부산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엑스포)’는 이런 PK, 특히 부산 민심에 반전을 가져올 귀중한 수단이었다. 사실 부산 입장에서는 ‘언더도그’로 시작한 유치전이다. 만약 제시했던 시나리오대로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3분의2 득표를 저지하고 부산이 2위를 한 뒤 결선에서 탈락한 이탈리아 표를 흡수해 막판 대역전을 이뤄냈다면 여당 입장에서는 이런 호재가 없었을 거다.
최악의 시나리오 돼버린 엑스포 유치전
실제로 이 지역 민심은 정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9월 26일 공개된 국제신문·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부산시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를 보면 엑스포 유치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41.5%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 34.7%는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담담한 분위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월 20〜24일 전국 18세 이상 2505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반대의 흐름이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2.5%포인트 상승한 38.1%로 나타났는데 PK에서 무려 7.2%포인트나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세일즈를 펼친 직후 나온 조사였기 때문에 ‘엑스포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닌 척해도 지역 민심이 엑스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조건에서 엑스포를 유치했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PK 내 여당 지지율이 상승하게 될 것이고 국민의힘 총선 예비군들의 경쟁력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여권이 총력을 기울인 엑스포 유치전은 매우 아쉬운 결과로 끝났다. 119표를 얻은 사우디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결선 투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부산이 얻은 ‘29표’라는 득표 수를 PK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엑스포 유치 도시 발표 전, 부산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엑스포 유치는 득표 수가 공개된다는 게 큰 변수다. 만약 기적적으로 역전해 유치한다면 이건 대박이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부산 내 전석(18석) 석권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뤄질 수도 있다. 사우디에 이어 적당한 표 차이로 2등을 한다면 선전한 거니까 그렇게 나쁘지 않다.
대형 국제이벤트를 첫 도전에 해낸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란 걸 대부분 안다. 여당이 나름의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성적이면 된다. 최악은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을 경우다. 마치 다 쫓아온 것처럼 알려 국민들의 기대치를 높였는데 터무니없는 성적을 받는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성적으로 보면 역풍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29표 얻은 결과를 두고 지금 부산은 어이없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번 실패를 두고 대국민담화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엑스포 유치를 장담했던 게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그동안 판세 예측조차 실패한 것인데 이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아마추어적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여권의 실력이 표수로 그대로 드러난 게 되는 셈이다.
반면 PK 여권 내에서는 엑스포 유치전의 결과가 그리 큰 악재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어려운 승부였고 정부와 재계 등이 총출동해 노력했던 부분은 평가받을 만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가덕신공항의 2029년 조기 개항, 북항재개발 구역 확대, 동부산권 교통망 건설 등 지역 내 주요 인프라 사업 등 유치 과정에서 부산이 획득한 자산이 적지 않다고 본다.
PK는 정치적 목마름이 강한 지역이다. 제2의 도시지만 지금은 쇠락한 도시가 돼 가는 부산의 정서 밑바닥에는 정치인들이 부산의 내핍을 해소해주지 못해왔다는 실망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박탈감이 상당한 이곳에 엑스포라는 높은 기대치를 끌고 왔다는 건 그 반동으로 실망감 역시 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여권 내에서는 유치전의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대통령실에서 “부산이 사우디에 따라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역전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너무 기대치를 높이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만약 대패라도 한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미리 출구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석패면 다행이지만 완패면 지역 총선 구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역 현안 순항에 대한 확답 필요해”
민주당은 이런 ‘여당 무능론’을 파고들 모양새다. 앞선 관계자는 “너무 큰 격차로 졌다. 부산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점에서 보수의 무능을 내세우는 게 총선에서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지역 민주당은 엑스포 유치를 총선과 결부지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걸 자제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이미 일정 비율의 야당 지지세가 굳어진 곳이 PK이고 최근 무당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규합하기 위해서라도 책임론 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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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PK는 여권 내 물갈이 진앙지로 꼽힌다. 최근 국민의힘이 실시한 당무감사에서 중요한 척도가 됐던 게 당 지지율과 의원 지지율의 격차였는데 당 지지율보다 높은 개인 지지율을 기록한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이 서너 명에 불과하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초선 의원들이 부진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물갈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엮일 수밖에 없다. 지지율이 높으면 대통령실 출신 인사나 검사들의 총선용 하방(下放)이 힘을 받고 확대될 수 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유치 실패가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도 부산 의원들이 대거 교체됐는데 이 때문에 중앙에서 맨파워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TK와 달리 부산은 전략 공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지역인데 결국 대통령에 대한 지역 내 호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엑스포에 실패한 이상 여권 입장에서는 후속 조치가 중요해졌다.
부산 민심이 엑스포에 열광했던 건 엑스포 그 자체도 있지만 모처럼 생긴 성장 원동력과 지역 대형 현안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부산이 원하는 건 경제 로드맵의 존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엑스포라는 동력이 사라졌지만 사업들이 계획대로 순항할 거라는 확답이 필요하다. 그래야 PK에서의 보수 우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3/12/03/OMWSIY76J5ATPG7KAO7PR6UA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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