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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2023 글로벌 리포트 - 다가올 미래 '老월드'] ㅣ 1화
    지금 이곳에선 2023. 4. 25. 09:41

    프리미엄 [2023 글로벌 리포트 - 다가올 미래 '老월드'] 1화

    부모 부양 안 하면 벌금... 이 나라가 위기에 대처하는 법

    [2023 글로벌 리포트 - 다가올 미래 '老월드'] 젊은 사람 셋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싱가포르

    민족·국제

    이봉렬(solneum)

    23.04.25 04:43최종 업데이트 23.04.25 04:4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의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노년의 삶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각국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노인의 경험을 사회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오마이뉴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노년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14일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 앞 마리나 베이 이스트 파크 커넥터를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연합뉴스

    싱가포르에 살다 보면 이 나라에는 노인이 참 많다고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전체 인구에서 노인 비율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싱가포르에는 일하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일상 속에서 노인을 만날 기회가 잦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정년은 63세입니다. 하지만 63세가 되었다고 다 은퇴하는 건 아닙니다. 법적으로 68세까지 재고용이 보장되거든요. 63세에 건강상태와 업무성과에 문제가 없다면 회사에서 일년 단위의 재고용을 제안해야 합니다.

    회사 내에 재고용을 위한 적절한 자리가 없을 때는 다른 회사에 취직을 알선해 주거나 그것도 안 되면 3.5개월치 임금에 해당하는 고용 지원금(EAP)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런 제도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는 적은데 일자리는 많아서 68세 재고용 정년까지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68세 이후인데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제도가 노후를 책임져 줄 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푸드코트에서 설거지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노후를 챙깁니다. 택시 운전의 경우는 75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은퇴한 노인들이 택시 운전을 새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인지는 몰라도 노인이 현역에서 많은 일을 하는 나라는 맞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노인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 볼까요? 2022년 싱가포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6.6%로 한국의 17.5%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20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인구의 수가 적어서 노인인구 대비 생산인구는 3.3으로 한국의 3.6에 비해서도 떨어집니다.

    젊은 세대 3.3명이 노인 한 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2년에 8.1명이었으니 20년 사이 다섯 명이 줄어들었습니다(아래 도표에서 선 그래프). 싱가포르는 부족한 청년 세대를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고 있습니다.

     

    ▲ 청년 세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수준인 싱가포르의 노인 부양율. ⓒ 싱가포르 통계청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1.12명으로 세계 꼴찌인 한국 바로 앞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년간 10세 미만 아동의 수가 20% 줄어들었고 반면에 수명이 길어진 80세 이상 노인의 수는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의 평균 연령도 2002년 34.7세에서 2022년에는 42.1세로 올라서 국가 전체적으로 나이를 많이 먹은 상황입니다.

     

    ▲ 2002년과 2022년의 싱가포르 인구 비교. 점점 항아리 모양으로 변하고 평균연령도 높아졌다. ⓒ 싱가포르 통계청

     

    우리도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싱가포르는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까요? 싱가포르 정부가 작년에 펴낸 연례 인구 보고서(Population In Brief)는 이 핵심 인구통계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이 결혼을 하고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가 사회 직장 할 것 없이 "보다 더 강력한 가족 친화적 지원 생태계"를 만드는 데 모두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썼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가족 친화적 생태계를 통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지금부터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부모 부양하거나 벌금 내거나

    ▲ 효도법을 설명하는 싱가포르 정부 홈페이지 ⓒ 싱가포르 사회가족부

    첫번째는 이름부터 생소한 이른바 효도법(Maintenance of Parents Act, 부모 부양법)입니다. 1995년 발효된 이 법은 60세 이상의 노인이 법적으로 자녀에게 부양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물론 소송을 위해서는 몇 가지 자격 제한이 있습니다. 부모의 경우 60세 이상의 싱가포르 거주자로서 스스로 부양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가용재산이 있는 경우는 안 됩니다. 자녀가 부양할 능력이 있는 데도 부양하지 않는 경우에 소송이 가능합니다. 어린 시절 자녀가 부모에게 학대나 방치를 당한 경우에는 부양의무가 면제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재판에서 승소하게 되면 자녀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부양을 거부한다면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이 끝나면 대부분 의무 부양이 이루어집니다.

    이 법은 그간 몇 차례 개정이 되었는데 특히 2011년에는 소송을 하기 전에 부모양육위원회(CMP)를 통해 화해를 먼저 시도하도록 절차를 바꿨습니다. 화해 과정에서 대부분 매월 일정 금액을 부양비로 지급하는 걸로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크게 줄었습니다. 싱가포르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1995년에 이 법이 제정된 이후 매년 200건 전후로 소송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연평균 30건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부양 문제로 재판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 법이 효도를 강제한다기보다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부모 부양을 위해 효도법 같은 채찍 말고 당근도 있습니다.

    부모 부양하면 아파트를 싸게

    ▲ 싱가포르 공공아파트 HDB의 모습. 싱가포르 국민 80%가 이런 HDB에 살고 그 중 90%로 자가 소유다. ⓒ 이봉렬

    아파트를 싸게 주는 겁니다. 싱가포르는 부산보다도 작은 면적의 섬나라이자 도시국가라 집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주택(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HDB)을 지어 싸게 분양함으로써 국민의 80%가 큰 부담 없이 자기 집을 갖고 살게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20%는 민간기업이 짓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인데 이건 가격이 HDB에 비해 보통 3배 이상 비싸서 아주 부자들만 거기에 삽니다.

    HDB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는데 21세 이상의 결혼한 부부이거나, 미혼일 경우 35세가 넘어야 합니다. HDB 분양이 싱가포르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혼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을 중심에 두고 결혼 시기를 조율하는 편입니다. 분양받으면 보통 입주까지 5년이 소요되니까 그만큼 독립이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양을 안 받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HDB를 살 수도 있지만 분양받을 때 정부 보조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최소 20% 이상 더 싸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맨 처음 HDB를 구매하는 미혼 청년들은 분양을 주로 받습니다.

    미혼의 경우 35세가 넘었다 하더라도 분양받을 수 있는 HDB의 크기가 제한적입니다. 결혼한 사람을 우대하는 겁니다. 그럼 35세 이전의 미혼은 어떻게 할까요? 내 집을 구해 독립하기보다는 그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걸 선택합니다. 싱가포르의 집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HDB 분양 말고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혼인 자식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할 아파트를 구매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이때는 오히려 정부로부터 1만 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독립을 위해 HDB를 임대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일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주로 사는 방 두 개짜리 HDB의 평균 월세는 약 200만 원입니다. 조금이라도 넓게 살고 싶다면 방 세 개짜리 HDB를 월세 270만 원에 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민간 아파트의 월세는 여기에 두세 배를 더 줘야 합니다. HDB 분양 외에 다른 선택지는 이렇게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혼해서 HDB를 분양받아 독립하거나 혹은 최소한 35세까지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방 하나만이라도 임대를 받아서 따로 독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결혼할 때까지 아니면 HDB를 분양받을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 부모가 사는 곳 4km 이내의 아파트를 구입하면 2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HDB를 분양받거나 구매할 때 부모가 사는 곳 4km 이내를 선택하면 근거리 거주 지원 주택 보조금(Proximity Housing Grant, PHG)을 2000만 원 가까이 받을 수 있습니다. 독립해서 따로 가정을 꾸리더라도 부모와 가까이 거주하면서 서로 돌보기를 권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의 80%가 살고 있는 HDB의 분양제도를 부모와 자식이 오래도록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를 한 것입니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노인 부양 문제를 가족의 틀 안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가족을 최대한 함께 살도록 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방식입니다. 그걸 위해 법으로 강제하기도 하고, 아파트 분양으로 유혹하기도 합니다.

    효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건 우리 정서에도 안 맞고 실제 벌어지는 소송 건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주거 문제와 노인부양 문제를 연계하여 함께 해결하는 방법은 한국도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린 주거와 노인부양, 둘 다 문제니까요.

    #싱가포르 #효도법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916377&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CMPT_CD=E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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