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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광장 2023. 4. 24. 10:28

    구멍 13개 뚫린 ‘못생긴 고무신’이 세상을 사로잡은 비결은

    [WEEKLY BIZ] 크록스의 성공 비결 3가지

    성유진 기자

    입력 2023.04.13. 21:00업데이트 2023.04.17. 23:02

    고무 신발 브랜드 크록스가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출시한 상품. 하루만에 모두 팔렸다.

    뭉툭한 앞코, 송송 뚫린 구멍 13개, 욕실화를 닮은 투박한 모양. 미국 신발 업체 크록스(Crocs)의 대표 제품 ‘클래식 클로그’는 “못생겼다”는 혹평을 자주 듣는다. 특이한 디자인 탓에 타임지가 “세계 최악 발명품”이라고 한 적도 있었다. 소비자의 호불호도 갈린다. 그런 신발을 앞세워 크록스는 세계 85국 이상에서 연간 1억켤레 이상을 파는 회사로 성장했다.

    크록스의 성장세는 최근 들어 더 가팔라졌다. 2018년 매출액 10억9000만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거듭한 끝에 작년 매출이 35억6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작년에 인수한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헤이두드 매출액을 제외해도 26억6000만달러로 4년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은 팬데믹 기간 크록스를 샀고 (팬데믹이 끝났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못생긴 신발’ 크록스는 어떻게 소비자를 사로잡았을까.

    기본에 집중하다

    크록스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살던 세 친구가 2002년 창립한 회사다. 바다로 떠났던 휴가에서 한 친구가 캐나다 업체 ‘폼 크리에이션’에서 만든 신발을 신고 왔는데 편하고 잘 미끄러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 신발을 토대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벗겨지지 않게 뒤꿈치 스트랩을 추가하는 등 물에서도 신기 편한 신발을 만들었다.

    크록스는 출시 초기부터 병원 근무자나 식당 직원들 사이에서 ‘오래 신어도 발이 편안한 신발’이라는 소문을 탔다. 오직 편한 신발이라는 장점 하나로 크록스 매출은 창업 첫해 2만4000달러에서 이듬해 120만달러(약 16억원)까지 치솟았다. 유명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가 팬을 자처하며 TV 프로그램에서 오렌지색 크록스를 신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록스의 기본 신발. 신기 편해 병원이나 식당 근무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도 많이 신는다. /크록스 인스타그램

    2004년 크록스는 회사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 하나를 내렸다. 소재를 공급하던 폼 크리에이션을 아예 인수해 ‘크로슬라이트(Croslite)’라는 이름으로 소재를 독점했다. 이 결정으로 모조품이 쏟아지는데도 다른 회사가 흉내 낼 수 없는 ‘크록스만의 고무 재질’을 차별화하며 소비자를 붙들 수 있었다.

    크록스가 2010년대 초반 위기에 빠졌을 때 들고나온 해결책도 ‘기본’이었다. 당시 회사는 부츠와 하이힐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다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컨설턴트였다가 2014년 크록스에 합류한 앤드루 리스 현 최고경영자(CEO)는 350여 가지에 달했던 제품을 40% 줄이고 가장 기본 모델인 클로그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리스 CEO는 “클로그가 우리 브랜드의 핵심이고 수익성도 가장 높다”고 했다. 클로그는 여전히 크록스 브랜드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맞춤형으로 변주하다

    크록스는 기본에 집중하는 동시에 고객들이 저마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핵심이 ‘지비츠(Jibbitz)’라는 액세서리다. 크록스의 지름 8mm짜리 구멍 13개에 꽂는 장식품이다. 소비자는 지비츠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신발을 만들 수 있다.

    당초 이 액세서리를 만든 사람은 자녀에게 크록스를 신기던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는데, 이를 눈여겨 본 크록스가 2006년 1000만달러(약 132억원)를 주고 통째로 사들였다. 이 결정은 ‘나만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다양한 지비츠로 꾸민 신발. /크록스 인스타그램

    지비츠는 현재 브랜드 매출의 8%를 차지하는 중요 수익원일 뿐만 아니라 “지비츠 때문에 크록스를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매율을 높여주는 효자가 됐다. 크록스는 “지비츠를 구입하는 고객은 그러지 않은 고객보다 매출 기여도가 두 배나 높다”고 했다.

    사람들이 저마다 꾸민 신발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공짜 홍보 효과도 덩달아 누리고 있다. 구멍을 지비츠로 채우는 일이 유행하면서 ‘구멍 13개짜리 편안한 고무신’이라는 브랜드의 힘이 더 강해지는 효과도 누렸다.

    크록스는 이달부턴 맞춤형 단체 크록스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학교, 회사, 스포츠팀 등이 24켤레 이상 주문하면 가능한 서비스다. 홈페이지에서 색상·패턴을 고르고 로고나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그대로 신발을 만들어 보내준다. 지비츠도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

    협업으로 확장하다

    크록스는 최근에는 유명 인사와 협업하는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과 함께 보석 지비츠로 장식한 크록스를 만들었고, 2017년엔 명품 업체 발렌시아가가 신발 굽이 10cm나 되는 850달러짜리 크록스를 패션쇼 무대에 올렸다. 당시 발렌시아가 디자이너 뎀나 그바살리아는 “크록스는 가볍고 단순한, 매우 혁신적인 신발”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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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멀론, 저스틴 비버, 베드 버니 같은 유명 팝스타들 역시 협업 대열에 합류했다. 저마다 개성을 담은 이 신발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재판매(리셀) 시장에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브랜드와 협업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치킨 그림을 입힌 크록스에 닭다리 모양 지비츠를 끼웠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마인크래프트 이미지를 신발에 옮겨왔다.

    크록스가 KFC와 협업해 만든 신발. /크록스

    이들이 크록스와 협업하는 것은 ‘못생겨서 개성 있는’ 신발이기 때문이다. 크록스의 리스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업체들이 손을 내민 이유는 우리가 가장 훌륭한 신발 제조사라서가 아니다”라며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브랜드와 하는 협업은 더욱 흥미롭고,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특성은 이야깃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협업을 통한 확장은 소비자가 크록스를 단순히 편한 신발을 넘어 패션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도왔다. 크록스를 ‘2022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2위로 꼽은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는 “크록스의 성공 비결은 신발의 기능과 편안함에 이끌리는 핵심 소비층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지비츠와 협업 등을 통해) 트렌디함을 잃지 않은 데 있다”고 했다.

    크록스는 올해도 두 자릿수(10~13%)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크록스의 최근 급성장은 팬데믹 효과에 기댄 측면이 있다. 실내 활동이나 집 근처 짧은 외출용 신발로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크록스가 높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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