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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에서는 동네고양이 죽이면 실형" [인터뷰]
    지금 이곳에선 2022. 8. 28. 17:29

    "싱가포르에서는 동네고양이 죽이면 실형" [인터뷰]

    입력2022.08.25 11:00

    루이스 응 싱가포르 인민행동당 의원

    14년간 동물단체 이끌다 의원에 당선

    야생동물 보호 담은 야생동물법 개정

    "불법 야생동물 거래, 동물학대 근절해야"

    루이스 응 싱가포르 인민행동당(PAP)의원이 햄스터 입양행사에 참석해 입양을 독려하고 있다. 응 의원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개와 고양이보다 소동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다"며 "가족을 찾는 소동물을 적극 알리면 입양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루이스 응 페이스북 캡처

    싱가포르 북부 지역 이순에 위치한 한 국회의원 사무실. 이곳은 월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시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 지역에서 당선된 루이스 응(43) 인민행동당(PAP) 의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응 의원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다.

    지난 6월 20일 응 의원 사무실 앞에는 어김없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물단체 설립자이자 활동가 출신으로 2015년 국회의원에 당선, 동물뿐 아니라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응 의원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1년 싱가포르 국립대 재학시절 싱가포르 첫 야생동물 단체인 동물관심연구보호협회 에이커스(ACRES)를 설립했다. 그는 13년 만에 에어커스를 20명 이상의 정규 직원과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9억 6,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는 조직으로 성장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혹한 학대 당하던 아기 침팬지 '람바'와의 만남

    루이스 응 의원이 아기 침팬지 람바와 엄마 침팬지 수지가 재회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람바는 엄마와 분리된 채 동물원 내에서 관람객과 사진촬영에 동원되며 가혹한 학대를 받았다.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엄마와 재회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고은경 기자

    응 의원은 1999년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아기 침팬지 '람바'를 만난 게 야생동물 보호단체를 설립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람바는 관람객과 사진 촬영에 동원되기 위해 엄마 침팬지와 강제로 떨어져 지내야 했다"며 "사육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혹한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 같은 잔인한 동물학대를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싱가포르에는 야생동물 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없었고, 응 의원은 뜻을 모은 활동가 9명과 에이커스를 만들었다. 이후 국제영장류보호연맹(IPPL)과 침팬지 사육환경 개선 운동을 벌여 사진촬영 중단 및 람바를 포함한 아기 침팬지 세 마리가 엄마 침팬지와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 람바로 시작된 유인원을 향한 그의 열정은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에서 영장류 보전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루이스 응 싱가포르 인민행동당 의원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물원에서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엄마와 분리된 채 가혹행위를 당하던 아기 침팬지 람바를 만난 게 야생동물 보호단체 에이커스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루이스 응 의원 제공, 에이커스 홈페이지 캡처

    에이커스는 불법 야생동물 거래 고발 외에도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설립해 야생동물 구조∙치료를 하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동물단체가 됐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우리의 의견을 알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없었다"며 "가장 큰 성과는 야생동물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먹이주기·방사 금지한 야생동물법 통과시켜

    루이스 응 싱가포르 인민행동당(PAP)의원이 평생 철창에 갇힌 채 쓸개즙을 채취 당한 사육곰을 바라보고 있다. 루이스 응 페이스북 캡처

    야생동물 관련 응 의원의 전문성은 의정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20년 3월 야생동물 보호 강화 내용을 담은 야생동물 및 조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생동물법으로 법안명이 바뀐 이 법에는 야생동물 먹이 주기와 방사를 철저히 금지하고, 야생동물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싱가포르 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동물 문제를 물었다. 응 의원은 먼저 불법 야생동물 거래를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등 불법 야생동물 거래의 거점이 되고 있다"며 "실제 아프리카에서 불법 거래로 수입을 올리는 이들은 잡아내기 어렵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멸종위기종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야생동물 거래 행위에 대해 기존 5만 싱가포르달러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서 10만 싱가포르달러의 벌금, 6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응 의원은 또 동물유기와 동물학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펫숍 위주로 반려동물을 구입하면서 동물을 쉽게 버리거나 안락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펫숍에서 동물을 사고, 버려진 동물은 보호소에 온다"며 "보호소에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이 많은데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펫숍 허가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응 의원은 반려인들이 원하면 동물병원에 데려가 바로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조차 안락사 하는 사례를 수차례 봤다"며 "반려인이 사흘 정도 안락사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개 성대수술과 고양이 발톱제거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 역시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고양이 상해만 입혀도 징역형

    루이스 응 의원이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 있다. 루이스 응 의원 제공

    한국에서는 동네고양이(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심각하다고 하자 싱가포르에서도 고양이 학대 사건이 일어난다고 했다. 다른 점은 한국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실형이 선고된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고양이 11마리를 죽인 게 아니라 상해를 입힌 것만으로도 12주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었지만 동물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응 의원은 "동네고양이를 죽이면 실형이 내려진다"며 "대부분 지역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어 검거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통해 고양이 학대 영상을 올리는 이들도 검거하고 있다"며 "검거여부는 경찰 의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루이스 응 의원이 고양이 입양행사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루이스 응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응 의원이 지난해 데스몬드 리 국가개발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약 1,200건의 동물학대(학대 혐의 포함)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26명은 실형이 선고됐고 40명이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면 1만 5,000싱가포르달러(약 1,440만 원)의 벌금이나 18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국은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최고 형량은 싱가포르 보다 높지만 실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다.

    응 위원은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싱가포르에서는 #동네고양이 #죽이면 #실형 #[인터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41105000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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