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폭염, 최고 몇도까지?
    지금 이곳에선 2022. 7. 14. 16:21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폭염, 최고 몇도까지?

    등록 :2022-07-13 16:01수정 :2022-07-14 09:06

    이근영 기자 사진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습도 100%에 35도, 습도 50%에 46.1도”
    과학자들, 지금껏 심부체온 ‘안전 상한선’ 추정
    최근 “습도 100%에 31도” 상한 낮다는 연구도

    서울 한낮 기온이 34.2도까지 치솟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 건널목 그늘쉼터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의 일 최고기온은 오후 3시47분에 올 들어 가장 높은 35.1도까지 치솟았다. 이때 습도는 48%, 체감온도는 34.3도였다. 이날 최고 체감온도가 기록된 시점은 이보다 1분 빠른 3시46분으로 34.6도였다. 이때 기온은 35.0도, 습도는 51%였다.

    기상청은 온도와 습도를 모두 고려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 특보를 발령한다. 폭염이 인체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가 초과할 것 같으면 좀더 강한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사람들은 정말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서면 견디기 어려울까?

    폭염이 계속된 지난 4일 점심식사를 하려는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체감온도와 비슷한 ‘습구온도’(온도계 볼 위를 젖은 심지로 감싸 습도와 온도를 합쳐 측정한 값)로 35도가 인간의 안전 상한선(임계온도)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습구온도 35도는 습도가 100%일 때 35도, 습도 50%일 때 46.1도를 가리킨다.

    이 임계온도를 지나면 인간의 몸은 심부체온(몸 깊숙한 장기의 온도)을 항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신체 표면의 땀을 증발시켜 스스로를 식힐 수 없게 된다.

    지난 5∼6월 남아시아를 덮친 폭염 동안 파키스탄 자코바바드의 최대 습구온도는 33.6도에 이르렀고, 인도 델리에서는 임계온도에 거의 근접한 기온이 기록됐다.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은 온도마다 다른데, 해당 기온에서 공기가 품고 있는 최대치의 수증기량이 습도 100% 상태다. 장마철에 장대비가 내리거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상태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습구온도 35도는 이론과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수치로,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온 값은 아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최근 “사람들은 얼마나 더워야 정말로 더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18∼34살의 건강한 젊은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열 스트레스 실험을 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응용생리학저널>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한테 캡슐에 담긴 자그마한 무선 원격측정 장치를 삼키게 해 심부체온 변화를 관찰했다. 참자자들은 실험 공간 안에서 요리와 식사, 가벼운 사이클링, 트레드밀에서 천천히 걷기 등 최소한의 일상활동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 공간에 서서히 온도와 습도를 증가시켜 실험 대상자들의 심부체온이 상승하는 시점을 조사했다.

    지난 2015년 6월23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여성 열사병 환자를 가족들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 몸이 과열되면 심장은 열을 발산하기 위해 피부로 더 많은 피를 보내려 펌프질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땀을 흘리면 체액이 줄어든다. 최악의 경우 폭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열사병이 발병할 수 있다. 열사병은 무덥고 밀폐된 공간에서 일이나 운동을 해 몸의 열을 내보내지 못해 체온이 40도 이상일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체온 조절 중추가 정상작동하지 않아 고열과 의식장애나 혼수상태가 올 수 있다.

    연구팀 실험 결과 인간의 안전 상한선은 이론상 제시된 임계온도 35도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체온을 항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습구온도는 31도 곧 습도 100%에서 31도, 습도 60%에서 38도로 측정됐다. 연구팀을 이끈 래리 케니 펜실베니아대 신체운동학과 교수는 “습구온도가 31도를 넘을 때 세계의 습한 지역에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걱정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연구는 펜실베니아대의 히트(H.E.A.T)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됐다. 히트는 노인들이 열 스트레스를 견딜 때 문제가 발생하기 전 환경이 얼마나 덥고 습해야 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다.

    연구팀은 “온도와 습도가 낮아도 심장 등 인체의 장기와 기관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임계온도를 초과하는 것이 반드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 인구에게는 장기간 노출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2020년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폭염 관련 사망률이 1990년에서 2019년 사이에 4배 증가했는데 65살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할 위험이 10.4% 더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폭염으로 인한 사상자의 80∼90%가 65살 이상 인구라는 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니 교수는 “온도와 습도의 상한선을 안다면 취약한 사람들을 더위에 미리 대비시킬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거나 폭염 때 지역사회에 경보를 발령하는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폭염,# 최고 #몇도까지?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0798.html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