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4.20 06:00
서울시로부터 받은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 정지 처분을 받아 ‘일단’ 기사회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정비사업장에서는 계속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미 다섯 곳에서 시공권을 잃은 데 이어 시공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 개최를 앞둔 정비사업장도 여럿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 뉴스1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조합은 오는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HDC현산과 체결했던 시공계약을 변경·해지할 지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조합은 HDC현산의 시공사 지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식과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방식 등을 선택지로 제시할 예정이다.
광장상록타워는 200가구, 24층의 한 동짜리 아파트로 올해로 준공 25년 차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한강과 가깝고 인근에 광남초·중·고가 있어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재작년 12월 시공사로 선정된 HDC현산은 이 단지를 지하 4층·지상 24층 1개 동, 229가구(일반분양 29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공사비는 708억원이다.
조합 관계자는 “HDC현산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만큼, 시공계약을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임시총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조합원 다수가 계약 유지를 원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도급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있다. 해당 법 제14조 제2항은 영업정지처분 또는 등록말소처분을 받은 건설사업자가 그 처분의 내용을 지체없이 건설공사 발주자에게 통지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제4항에서는 발주자가 건설사업자로부터 제2항에 따른 통지를 받거나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HDC현산의 광장상록타워 시공계약이 해지될 경우, 리모델링 시공권을 잃은 첫 사례가 된다. 현재 HDC현산이 리모델링 시공계약을 맺은 곳은 상록타워와 잠원한신로얄, 대치1차 현대아파트 등 3곳이다.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재개발 관련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뉴스1 제공
지난 1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박탈 당한 사례는 총 5곳이다. 과거 GS건설·HDC현산·한화건설 컨소시엄과 시공 계약을 맺은 광주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월 조합원 설문조사를 거쳐 HDC현산을 시공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HDC현산을 시공사에서 빼고 현대건설에 단독 시공을 맡기기로 했다.
이달에만 사업장 3곳에서 시공계약이 해지됐다.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 재개발조합은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HDC현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13일에는 경기 광주시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시행사인 운중디앤씨가 HDC현산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고, 지난 8일에는 HDC현산이 대전 도안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발주처인 유토개발2차로부터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HDC현산과의 시공계약 해지를 추진 중인 사업장도 여럿이다. 숭어리샘 재건축조합과 부산 시민공원3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5월 중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HDC현산과 체결했던 시공계약 변경·해지 여부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경기도 안양시의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오는 21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재선정을 논의한다.
HDC현산 관계자는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조합원들의 뜻을 잘 헤아려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부 시행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대해서는 “법률검토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종 정비사업장에서 시공권을 박탈 당하거나 박탈될 위기에 놓인 HDC현산이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로 선정되며 ‘기사회생’의 기회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상계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지난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HDC현산과의 시공계약 체결안을 가결했다. 지난 2월에는 경기 안양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과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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