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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데스크] 먹는 물… 노는 물… 쓰는 물…
    지금 이곳에선 2007. 3. 6. 18:16

     

     

     

    [조선데스크] 먹는 물… 노는 물… 쓰는 물…

    먹는 물이 좋으면 노는 물이 좋지 않다.
    강원도 춘천시민들은 3명 중 1명꼴로 수돗물을 바로 식수로 사용한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받아 마신다는 이야기다. 춘천시민들은 그래도 탈 없이 잘 산다. 원수(原水)가 워낙 청정해서다. 춘천 상수도는 북한강 수계 최상류인 소양댐과 의암댐 물로 채워진다. 춘천시민들은 하지만 북한강에서 낚시하고 배 타고 수영하는 일을 멈춘 지 오래다.

     

    그런 건 30~40년 전 댐이 지어지기 이전의 옛날 추억에서만 존재한다. 북한강 주변에는 으레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는 데다 심지어는 철조망까지 둘러쳐져 있거나 높다랗게 축대가 쌓여 있어 접근 자체가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먹는 물이 나쁘면 노는 물은 좋다
    서울시민들은 수돗물을 바로 마신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런 건 50대 이상의 중·노년층 사이 옛날에나 가능했던 일로 기억되고 있다. 서울시민들은 끓인 물도 꺼진 불 보듯, 확인 또 확인한 후에 마신다. 집집마다 정수기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서울시민들은 그러나 한강에서 못하는 게 없다. 보트, 모터보트, 윈드서핑을 타고 즐기는 건 기본이고 대형 유람선을 띄워 한강의 야경을 즐긴다. 낚시에도 별 제한이 없으며 서울을 휘감고 도는 한강의 하류에선 곧 출퇴근 쾌속정도 선보일 예정이다.

    춘천과 서울의 중간에 사는 경기도민들은 어떤가? 이들에겐 먹는 물, 노는 물이 다 삼류다. 먹는 물은 서울시민들의 그것과 거의 같고, 노는 물도 각종 제약에 묶여 활기가 없다. 경기도민들은 여기에 수도권 규제가 가중돼 ‘쓰는 물’에까지 굴레를 쓰고 있다.
    공장 배출수에 대해, 중앙정부가 연어의 생존 기준치를 들이대 억누르고 있다. 연어는 잘 알려져 있듯 산골짜기 계곡수라야 산다.

    이천(利川)에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는 게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경기도는 하이닉스가 이곳에 공장을 늘려 지을 경우, 종전의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 공정으로 바꾸는 계획에 따라 배출수에 구리가 섞여 나올 것에 대비, 신기술을 총동원해 이를 최소치로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아 이천 민심이 날로 험악해지고 있다. ‘농심은 천심’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이천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하이닉스 증설 죽음으로 이룬다’는 섬뜩한 횡단막을 내걸었다. 성난 민심은 활로를 뚫어 줘야만 진정된다. 물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방법이다.

    춘천의 북한강물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일부 지역에 바로 수돗물로 공급해 주고, 그 중간에 끼인 경기도의 나머지 도시들에겐 개별의 저수·정화장치를 통해 남한강과 북한강 지류의 물을 먹고 쓰고 또 그 안에서 놀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이 방식을 취하면 경기도의 공장배출수는 경기도민이 곧바로 쓰고 먹고 노는 물이 되는 관계로 경기도민들로부터 더욱더 엄한 감시를 받게 될 것이다. 내 집 앞에 흐르는 천변이 중금속에 오염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이 있겠는가?
    필요 예산은 중앙정부, 경기도, 서울시가 분담하고 강원도에는 원수 값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서울, 강원도, 경기도가 동시에 ‘먹는 물’ ‘노는 물’ ‘쓰는 물’의 업그레이드를 이룰 수 있다. ‘트리플 윈’을 달성할 수 있다.

    [김창우 경기남부취재본부장 cwkim@chosun.com]

    (조선일보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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