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가만한 당신] '포스'가 흐르는 루크 스카이워크의 팔
    문화 광장 2023. 9. 26. 09:48

    [가만한 당신] '포스'가 흐르는 루크 스카이워크의 팔

     
    슬라이먼 벤스메이아 연구팀이 만든 저 엉성해 보이는 보철이 세계를 감각하고 뇌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인류 최초 신경 보철 중 하나다. uchicago.edu

    무정한 AI 킬러 로봇과 나란히 달리게 될 감각하는 의수와 의족
    2차대전이 채 끝나기 전인 1945년 초, 미 연방정부 산하 전미연구평의회(또는 국립연구위원회,NRC)가 미 육군의 요청에 따라 저명 의학자와 공학자, 물리학자 보철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NCR는 미국 과학-공학-의학 한림원의 합동 운영기관으로, 연방 정책 자문과 더불어 산업과 안보- 복지 등에 필요한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입니다. 회의 안건은 전쟁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군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철(의수 의족 등)을 개발하자는 거였습니다.
    보철은 고대 이집트 미라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물건이지만 당시까지 의미 있는 조직적 연구가 전무했다고 합니다. 1차대전 직후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지만 이어 닥친 대공황으로 흐지부지된 바 있었습니다. 정밀 레이더와 핵폭탄까지 만들어 낸 당시의 대다수 과학-공학자들은 맘만 먹으면 의수쯤이야 그럴싸하게,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NRC는 4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에 ‘보철장치위원회’란 걸 설립, 대학과 기업 연구소 인력들을 대거 참여시켰습니다. 명단에 포함된 ‘굿이어 타이어’ 회사는 아마도 신소재 개발 파트에 가담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48년부터 연간 100만 달러 예산을 배정했던 미 의회는 5년 뒤 예산 한도를 아예 삭제해야 했습니다. 실리콘 같은 소재와 정밀 기계공학 등에 힘입어 외형과 기능은 표나게 개선됐지만, 의수와 의족을 장착한 장애 베테랑들의 만족도는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뭐든 부수고 망가뜨리긴 쉬워도 새로 복원하는 건 어려운 법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몸이었습니다. 인류 군사과학은 대기권 너머로 확장됐지만 의수와 의족 기술은 원리 면에서 보자면 이집트 문명시대의 그것에서 거의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1949년 IBM사가 개발한 외부 동력을 이용한 의수와 이후 등장한 유사한 제품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몸의 결핍을 감추고 극히 제한적인 기능만 보완하는 이질적인 로봇 팔에 불과했습니다.
    80년 개봉한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보철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보철의 미래를 발견했습니다. 다스베이더에게 오른손을 잃은 루크 스카이워크가 연합함대 과학자들에 의해 이식 받은 로봇 손(팔). 신경과 근육이 뇌에까지 이어진 듯 제다이의 ‘포스’가 흐르는 ‘루크 암(Luke Arm)’은 보철과학의 관심과 무게 중심을 신경과학-뇌과학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의)과학-공학자들은 ‘보철장치위원회’를 설립한 지 약 60년 만에 비로소 실제 몸처럼 감각하고 움직이는 ‘루크 암’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가만한 당신'의 주인공 슬라이먼 벤스메이아는 그 분야의 개척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미래의 전쟁과 강대국간 힘의 균형은 AI 무기에 의해 좌우되리라고들 하는 모양입니다.
    미국 방위산업체 ‘Anduril’은 지난 9월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스쿨버스 크기의 무인 잠수함 ‘고스트 샤크(ghost shark)’를 호주 해군에 납품했습니다. 고스트 샤크는 인명 보호에 필요한 고강도 압력 선체도 승무원을 위한 장비와 공간도 필요 없는, 그래서 훨씬 간단 신속하게, 일반 잠수함의 약 1/10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인 드론 폭격기가 실전에 투입된 지는 이미 수십 년이 됐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는 유인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주야간 유무인 항공기를 추적해 무력화할 수 있는 ‘드론 헌터스’라는 자율 AI 드론도 배치돼 있습니다. 미 공군이 시험비행 중인 ‘XQ-58A 발키리’는 차세대 드론 전투기로 불리지만, 실제론 AI 무인 전투기에 가깝습니다. 미사일이 탑재된 발키리는, 프로그래밍된 목표에 폭탄을 투하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존 드론과 달리, 공중전에서 단독으로 또는 유인 전투기의 호위기(wingman)로 활약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미군은 ‘발키리(의 AI)’에 얼마나 폭넓은 작전 자율성을 부여할지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이 개발해온 인공지능 로봇을 전투 로봇으로 변신시키는 건 아마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전쟁-살인의 외주화는 그렇게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200여개 국제인권단체 등이 연대한 ‘스탑 킬러 로봇(Stop Killer Robots’ 캠페인도 2013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AI 킬러 머신들의 위력 또는 오작동으로 빚어질 희생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국제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벤스메이아 등이 제작한 ‘루크 암(Luke Arms)’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AI로봇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원리와 발상은 사뭇 다릅니다. AI로봇이 현대 공학의 결정판이라면 루크 암은 신경-뇌-의과학의 결정판입니다. 루크 암의 핵심인 감각은 킬러 로봇에게는 전혀 불필요한,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촉감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감각”이라고 했던 벤스메이아의 말은 연인과의 스킨십만을 의미한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한 당신- 못다한 이야기’는 이번 회로 멈춥니다. 그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3'에 등장한 T-600 전투 사이보그의 부서진 머리. 킬러머신을 이용한 살상 외주화는 이미 시작됐다. 게티이미지.

    # 가만한 당신#포스가 #흐르는 #루크# 스카이워크의# 팔

    한국일보 이메일 서비스에서 발췌 URL 없슴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