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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은 만실" 전국이 들썩…세계 미술 거물들 몰리는 이유
    문화 광장 2023. 9. 4. 09:22

    "호텔은 만실" 전국이 들썩…세계 미술 거물들 몰리는 이유

    박동휘 기자이미경 기자송영찬 기자김보라 기자

    입력2023.09.03 18:42 수정2023.09.04 01:49 지면A8

    KIAF·프리즈 서울 6일 개막

    '아트 이코노미' 전국이 들썩

    세계 아트 인플루언서 대거 방문

    특급호텔 객실·유명 식당 '완판'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프리즈 서울’ 개막(6일)을 앞두고 호텔, 외식,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정동길 일대에 KIAF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범준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꼽히는 스위스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세계 최고(最古) 현대미술 갤러리인 영국 페이스의 마크 글림처 대표, 미술시장의 ‘큰손’ 에이드리언 청 홍콩 뉴월드개발 회장….

    글로벌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 투자자들과 갤러리스트, 평론가 등 ‘아트 인플루언서’ 수천 명이 서울을 찾는다. 6~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영국 프리즈 덕분에 서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프리즈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KIAF와 함께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서울에서 대규모 아트페어를 열면서 글로벌 미술시장의 ‘파워맨’들이 일제히 서울행(行) 비행기에 올라서다.

    이들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울 시내 특급호텔 객실은 대부분 동났다. 서울 주요 호텔 레스토랑과 이름 있는 파인다이닝 식당 예약은 일찌감치 끝났다. 잠실에 있는 시그니엘서울이 객실 1박 숙박권과 프리즈 프리뷰 데이 참관권을 결합해 내놓은 ‘VIP 패스’는 완판됐다. 롯데렌터카 서울역지점은 9월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은 ‘세계 미술 수도’가 된다. 국내외 330여 개 갤러리가 모이는 코엑스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예술 거리인 북촌과 청담동, 한남동 등지에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니 KIAF-프리즈’가 열린다. 송현동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대규모 야외 전시가, 인천공항과 서울 근교의 공간들에서도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대한민국 패션위크’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 문화예술 행사 등도 9월 첫주 일제히 개막한다. 각 화랑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은 VIP를 위한 미술 행사와 컬렉터를 위한 수업을 마련했다.

    고계성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관광학회장)는 “품격 있는 문화예술 이벤트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2의 KIAF·프리즈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아트컬렉터 몰려온다…호텔은 만실, 고급식당 예약 동나

    ‘고급 예술이 소수의 부자를 위한 복지라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나온 데이터는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7~8월 열린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분석한 글의 요지다. 이 음악 축제는 25만 장(2017년 기준)에 달하는 티켓의 97%가 팔렸고, 무료 행사엔 5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창출한 현금 수입만 1억8300만유로(약 2600억원)에 달했다. 축제를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관광객의 체류 기간은 보통 6~7일. 그 덕분에 28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발생한 세금 수입만 7700만유로(약 1100억원)에 이르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고급 문화·예술 축제가 창출하는 경제 효과, 이른바 ‘아트 이코노미’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사례다.

    높아진 K아트 위상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제조업 강국’일 뿐이었다. 문화·예술이 높아진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인지에 관해선 의문 부호가 달렸다. 하지만 ‘코로나 3년’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바뀌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K콘텐츠가 퍼져나가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트렌디한 나라’로 떠올랐다. 오는 6~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과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글로벌 미술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런 위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국내 미술계의 시각이다.

    이번 행사엔 수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행사가 처음으로 함께 열린 지난해엔 약 8만 명이 참여했다. KIAF 관계자는 “작년엔 국내외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 참가 갤러리들이 당황했을 정도로 대중적 관심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김주현 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관광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쇼핑, 음식에 이어 예술에 관심이 급증했다는 점”이라며 “아트 투어의 수요층도 미국, 유럽 위주에서 브라질,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나라의 부유층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아트 인플루언서’ 대거 방한

    선진국들이 아트 이코노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로 인한 낙수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프리즈 서울과 KIAF 기간에 맞춰 세계 미술계의 거물들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마크 글림처 영국 페이스 대표를 비롯해 컬렉터로 유명한 홍콩 뉴월드개발그룹의 오너 3세인 에이드리언 청 등 손에 꼽을 만한 인플루언서만 20여 명에 달한다.

    프라다가 김지운 영화감독과 협업 작품을 선보이는 등 해외 명품업체들도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그 덕분에 잠실 시그니엘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종로 포시즌스호텔 등 글로벌 미술계 관계자들과 아트 투어 참가자들이 주로 묵는 호텔은 9월 중순까지 모든 객실이 꽉 찼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예약은 3개월 전부터 동이 났다”고 말했다.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는 올해 아트페어 행사에 대비해 주요 식자재 주문을 1.5~2배씩 늘렸다. SPC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은 프리즈 서울, KIAF를 앞두고 관련 직원들이 총출동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범정부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K아트’의 잠재력이 만개하기 위해선 범정부적 차원의 기획·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계에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DMZ(비무장지대)에서 아트 페어를 열면 대박 날 것이란 아이디어도 나온다”며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내 부서별 칸막이가 워낙 높아 이런 행사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슨트(미술관·박물관의 전문 해설가) 등 관련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현 연구원은 “요즘은 해외 부자들이 ‘한국의 특정 예술가와 전시회를 열 수 있게 연결해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사례도 많은데, 주요 특급 호텔의 컨시어지조차 전문 인력이 없어 어디에 연락하는 게 좋을지 모를 때가 많다”고 했다.

    박동휘/이미경/송영찬/김보라 기자 donghuip@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9030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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