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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지연, 박연진 뒤에 감춰놨던 용기와 노력 [인터뷰]
    문화 광장 2023. 3. 20. 12:18

    임지연, 박연진 뒤에 감춰놨던 용기와 노력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3.20 11:12

    /사진=넷플릭스
    2023년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은 아마도 '연진이'일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문동은(송혜교)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학폭을 자행했던 연진에게 편지를 쓰며 복수를 다짐한다. '더 글로리' 공개 이후 이를 패러디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연진이'의 이름이 불렸다.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은 전국에서 연진이를 찾는 현상에 대해 "캐릭터 이름이 이렇게 많이 불린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제가 아니라 연진이가 대세가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임지연이 맡은 박연진은 과거 학교 폭력을 자행한 가해자 집단 중 우두머리 격인 인물이다. 다섯 명의 가해자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연진은 작품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많은 공분을 샀다. 첫 악역에 도전한 임지연은 박연진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사실 큰 용기를 내서 도전한 작품이에요. 모든 작품을 노력했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절실하게 임했지만 연진이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 정도로 용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작가님이 연진이에게 어떤 미화나 서사도 부여하지 않은 채 끝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한없이 망가지게 할 거라고 하셨어요.
    작품에 잘 녹아들어서 사람들이 저를 미워해 주고 싫어해 주셔서 뿌듯해요.
    '더 글로리'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김은숙 작가의 대본에 있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말맛'을 살리는 대사, 촘촘히 쌓인 서사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마저도 감탄하게 했다.
    "처음 대본을 보고 반했어요. '어떻게 이런 대본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연진이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강렬했어요. '이 대본에 이 캐릭터면 당연히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에 출연하기로 하고 감독님, 작가님과 만났는데 작가님께서 '악역이 처음이라고? 그럼 내가 망쳐보겠어'라고 장난삼아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자신감을 많이 내비쳤는데 자신감도 많이 믿어주신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김은숙 작가의 대본이 박연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박연진에게 숨을 불어넣은 것은 임지연이다. 임지연은 자신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 뒤에는 임지연의 끊임없는 고민이 있었다.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모습도 있지만 남편에게 애교를 부린다거나 아이를 대하는 모습, 기상캐스터로서의 밝은 모습도 있어요. 악행은 저지르지만 착해 보일 때는 한 없이 착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연진이를 구상할 때 제가 잘하는 걸 써보자고 했어요.
    제가 입이 크고 한쪽으로 웃는 버릇이 있는데 이걸 활용했어요. 또 웃을 때도 큰 입을 활용했어요. 감정을 숨기는 동은이와 반대로 연진이는 다 드러나거든요. 최대한 많이 얼굴을 활용하려고 했어요. 그러니 진짜 못돼 보이더라고요."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연진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마저 들지 않게 했다. 시청자로 '더 글로리'를 본 임지연 역시 박연진이라는 캐릭터를 동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연진을 연기한 배우로서 유일하게 연진에게 이입할 수 있는 사람도 임지연이었다.
    "드라마를 본 입장에서 연진이 편을 들어줄 수 없겠더라고요. 많이 미움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이해할 수 없길 바랐는데 성공한 것 같아 좋았어요. 저는 연진이가 마지막까지 뉘우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악행을 돌려받지만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른 채 자신이 왜 억울한지에 대해서만 고민할 거 같아요.
    어떤 가해자보다 최악의 벌이자 연진이에게 최고의 벌인 것 같아요. 다만, 연진이의 마지막이 교도소 신이었는데 그때 좀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철저하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로서 맡은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매번 화려하고 세상을 밑으로 바라보던 인물인데 처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관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라 힘들더라고요."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후 많은 대중들이 임지연의 연기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지연은 지금의 관심보다는 지금껏 쌓아왔던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지금의 관심이 언제라도 날아갈 수 있음을 알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가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연진이로 빵 뜬 건 아닐 거예요. 저만의 성장 스토리가 있잖아요. 신인으로 캐스팅이 돼서 현장에서 혼나고 울면서 경험을 쌓고 하나하나 배우면서 지금의 연진이가 된 것 같아요. 언제 또 논란이 일어날지 몰라요(웃음). 저는 항상 노력했고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하고 싶어요."
    임지연의 차기작은 '마당이 있는 집'. '더 글로리'의 박연진과는 전혀 다른 역할이다. 박연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임지연은 예상외로 덤덤했다. "'더 글로리'와 너무 다른 캐릭터에요. 오히려 연진이를 떨쳐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더 글로리'의 현남(염혜란) 역할이에요. 사람들이 임지연이라고 알아보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주목받고도 들뜨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임지연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 대답으로는 스스로 느끼는 설렘과 성취감이 돌아왔다.
    "사실 '더 글로리'로 이 정도의 칭찬을 받을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던 대로 열심히 했는데 칭찬을 받으니 신기하기도 해요. 저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못해주는 성격이에요.
    제 안의 자격지심으로 노력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저에게 잘했다고 진심으로 칭찬해 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칭찬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설렘과 성취감을 위해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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