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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한 마리로 패티 10억개...실험실 뚫고 나온 ‘지배종’ 속 배양육
    지금 이곳에선 2024. 5. 13. 09:45

    소 한 마리로 패티 10억개...실험실 뚫고 나온 ‘지배종’ 속 배양육

    [WEEKLY BIZ] [Cover Story] 글로벌 연구기관 GFI 亞太대표가 본 배양육 산업

    채제우 기자

    입력 2024.05.09. 19:33업데이트 2024.05.1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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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의균

    멀지 않은 미래에 ‘배양육 삼겹살’을 불판에 굽는 날이 올까. 배양육은 소·돼지 등 다양한 동물 세포를 인공적으로 성장·증식시켜 만든 식용 고기. 최근 공개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지배종’에선 도살하지 않은 고기를 먹게 되는 세상을 실감나게 그린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 속 상황은 이미 일부 국가에선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배양육은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이미 시식회가 열렸고, 2020년 싱가포르가 상업적 판매를 승인한 이래 이스라엘, 미국, 네덜란드에서 판매 또는 시식을 허가했다. 소 한 마리에게서 얻은 생체 조직 표본 하나로 한 달 반이면 소고기 버거 패티 10억개를 만든다(논문 ‘배양육의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간 격차 줄이기’)는 마법 같은 현대판 연금술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2040년 세계 배양육 시장 규모를 6300억달러(약 860조원)로 예상한다. 이 거대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뜨거운 감자’인 배양육 합법화를 두고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WEEKLY BIZ는 글로벌 배양육 연구에서 대표적 싱크탱크로 통하는 굿푸드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GFI)의 미르테 고스커(Gosker)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인터뷰해 배양육 산업을 심층 진단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굿푸드인스티튜트(GFI)의 미르테 고스커 아시아·태평양 대표. 고스커 대표는 WEEKLY BIZ와 한 인터뷰에서 "미래 육류 수요를 충족하려면 배양육 등 대체 단백질 분야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GFI 제공

    ◇배양육, 실험실 넘어 시장으로

    배양육은 쉽게 말해 실험실에서 만든 식용 살코기다. 동물의 세포 중 아직 분화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추출, 배양기에 넣고 근육세포 등으로 증식해 만든다. 과거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데 대한 반감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외면받곤 했다. 하지만 생명공학 기술 발전으로 맛·질감이 일반 고기와 엇비슷해지고 있고, 기후 문제나 식량 안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여러 나라와 식품 기업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배양육 합법화 동향은.

    “2020년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 제품(닭고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미국, 올해 1월 이스라엘이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샌프란스시코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지난해 닭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메뉴를 팔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소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배양육이 점점 더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최근 승인이 활발해진 까닭은.

    “기술력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엄격한 검사 끝에 미국 배양육 업체 ‘업사이드푸즈’ 닭고기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했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 실제 고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배양육은 (무균 상태로 배양해)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이에 소시지 등 육가공품처럼 인체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위험이 없다. 오히려 배양육은 살모넬라균 등 일반 고기에 있는 병원체에 대해서도 음성 판정을 받는 등 동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도 줄일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세계 곳곳에서 배양육 ‘합법화 논쟁’

    하지만 배양육은 여전히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란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판매·시식 합법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FDA의 판매 승인에도 보수 성향 공화당 정치인 중심으로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최소 7주(州)에서 배양육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1일 미국 최초의 배양육 금지법이 통과된 플로리다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우리는 가짜 고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프랑스 공화당도 “배양육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을 신뢰할 수 없다”며 상업화 금지법을 발의했고,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해 11월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축산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최초로 배양육 금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배양육 선진국은 어디인가.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첫 국가다. 이후에도 세계 기후 행사에서 배양육 만찬을 여는 등 다른 나라에 꾸준히 영감을 주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당국은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에 판매 승인을 내리는 등 글로벌 배양육 시장의 ‘생생한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배양육 판매에 부정적인 나라도 적잖다.

    “(개인적으로) 배양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유럽 일부 국가(이탈리아)에서는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배양육 발전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중국은 2022년 ‘제14차 국가 농업 및 농촌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배양육 육성을 포함하는 등 정부가 지원에 나섰고, 일본·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배양육이 식량 위기, 기후변화 등의 해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사회가 배양육 합법화를 두고 논쟁에 빠져 있는 사이, 아시아에선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배양육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래픽= 김현국·Midjourney

    ◇배양육, 불가피한 선택인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100억명에 달해, 육류를 연간 4억5000만t 소비할 전망이다. 2021년(3억3000만t) 대비 36%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2021년 기준) 사료를 재배하고 가축을 키워내는 데 온실가스가 연간 71억t 나오는데, 이런 생산 구조를 유지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그만큼 크게 불어난다는 뜻이다. 종전 방식으로는 인류의 고기 소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식품 업계에서는 “배양육 시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험실에서 나오는 배양육은 토지, 물 등 자원 사용이 적은 데다 생산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기업 ‘ORF 제네틱스’는 “소의 근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하나로 고기 1만㎏을 생산할 수 있으며, 소 150마리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만으로 현재 전 세계 연간 육류 소비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한다.

    이 업체에 따르면 배양육은 이전 육류 생산 방식에 비해 토지와 물 사용을 각각 최고 90%, 96% 절약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게는 96%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김현국

     

    -배양육 산업, 불가피한 선택인가.

    “늘어나는 인구와 육류 소비량을 감당하면서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배양육, 대체육 등 새로운 육류 대체품이 2060년까지 전체 단백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차지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신흥 국가들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때문에 더욱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도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축 수와 사육에 쓰는 땅을 줄여야 한다.”

    -배양육 맛은 어떤가. ‘진짜 고기’와 얼마나 비슷한가.

    “배양육 제품은 우리가 잘 알고, 좋아하는 ‘진짜 고기’ 맛과 다를 바 없다. 새롭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한 음식 평론가는 업사이드푸즈의 닭고기를 처음 맛본 이후 ‘(양계 업계가 대량생산을 하며 포기했던) 예전 닭고기 풍미가 나고, 가장 닭고기다운 닭고기 맛이었다’고 평했다. 입맛 까다로운 음식 평론가에게 인정받을 만큼 배양육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이다.”

    그래픽=김현국

    ◇독도 새우, 캐비아, 매머드 고기까지

    배양육 업체들은 소·돼지·닭 등 일반 가축뿐 아니라 오래전에 멸종한 매머드 고기까지 부활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 ‘바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네모 과학박물관에서 매머드의 DNA를 활용해 만든 배양육 미트볼을 공개했다.

    매머드의 DNA 정보를 기반으로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을 배양해,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의 고기를 재현한 것이다. 배양육 공론화를 위한 일회성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독도 새우 배양육을 만든 데 이어, 지난해엔 새우 배양육을 가공해 철갑상어 알 ‘캐비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제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된 철갑상어를 해치지 않으면서 캐비아를 맛볼 대안이 생겨난 것이다.

    발목을 잡았던 ‘가격’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배양육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첫 햄버거 패티용 배양육은 한 장에 약 33만달러(약 4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는 배양육 패티당 9.8달러(약 1만3000원)로 생산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2021년 이스라엘의 푸드 테크 기업 ‘퓨처미트 테크놀로지스’는 닭고기 배양육 100g을 4달러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01~2021년 배양육 생산 비용은 매년 평균 45% 감소했다”며 “2030년이면 배양육과 일반 고기의 생산 비용이 동등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발전은 시장에 참여하는 배양육 기업들과 글로벌 투자액 증가에 힘입어 빨라질 전망이다. GFI에 따르면, 배양육 기업은 2019년 60곳에서 지난해 174곳이 돼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글로벌 연간 투자액도 6500만달러에서 2억2600만달러가 돼 약 3.5배로 증가했다.

    다만 ‘배양육은 가짜 고기’라는 편견, 아직은 높은 가격과 다소 이질적인 맛, ‘축산 농가 보호’ 등과 같은 장애물도 적잖다. GFI가 미국에서 진행한 세대별 배양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중 배양육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가장 긍정적이었던 M세대(1981~1996년 출생)도 ‘긍정적’ 답변 비율이 43%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NA가 복제될 때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양육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기술적 검증이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다.

    -배양육 산업의 장애물은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의 연구·개발 및 제조 기반 시설 투자 부족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항공기 등 운송 수단의 탄소 절감을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은, 대체 단백질의 역대 공적 자금 전체의 84배에 달했다. 축산업은 세계의 모든 운송 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기후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데도 탄소 절감을 위한 투자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대체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산업 부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투자뿐 아니라 제조 기반 시설 확충,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배양육 등 대체 단백질 식품 분야는 2050년까지 980만 일자리와 1조1000억달러라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잠재력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정부가 배양육 연구에 연간 44억달러를 투입하고, 57억달러를 상업화에 투자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배양육 산업을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서도 논의 활발

    국내서도 최근 정부가 배양육 상업화의 길을 열어주면서 산업에 탄력이 붙었다는 해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세포 배양 식품 원료를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 개정 고시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북 지역을 세포 배양 식품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하고, 동물이 살아 있을 때 세포를 추출할 수 있도록 특례를 허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진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양육 시장은 일부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은 아직 배양육이 일반 육류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거나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술 연구와 시장 동향 파악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GFI에 따르면, 한국의 배양육 투자액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10만달러로, 투자 규모 기준으로 전 세계 8위다.

    1위인 미국은 17억4900만달러, 2·3위인 이스라엘(6억5700만달러)·네덜란드(1억9300만달러) 등과 격차가 큰 편이다.

    -한국 기업들의 배양육 기술력을 평가하자면

    “최근 한국의 배양육 스타트업 ‘티센바이오팜’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무게 10㎏짜리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뛰어난 수준이라고 본다. 최근 경북에 조성된 세포 배양 식품 클러스터는 새로운 실험실, 품질 관리실, 연구 센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앞으로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한국이 배양육 시장을 선도할 수 있나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나 기업들의 기술 개발 상황 등을 보면 한국이 배양육 업계 선두가 되겠다는 포부가 크다고 본다. 식량 공급망이 무너지고, 기후 불안정성이 커지는 ‘글로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한국 등 전 세계가 더 적극적으로 배양육 산업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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