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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유럽 생활 /피카는 스웨덴에서 '커피와 차, 간식'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을 먹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피카와 유사한 문화 덴마크의 '휘게'(Hygge)
    문화 광장 2024. 5. 6. 12:31

    VOL.23|2024.04.29
    안녕하세요, 독자님
    유럽에서 날아온 스물세 번째 편지를 개봉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일어나기, 씻기, 밥 먹기, 등·하교, 출·퇴근… 이런 루틴이요! 자로 잰 듯 똑 떨어지는 일과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요, 그 중에 '온전히' '여러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있나요? 스스로를 위안하고, 휴식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나 자신이 목적이 되는 시간이요. '짬이 날 때' 이런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시간을 미리 또는 일부러 떼어 둔다는 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익숙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한국인에게는 어색하고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가가 유럽에 있더라고요. 😚
    "나를 위한 시간" 스웨덴의 '피카'

    사진: 스웨덴 관광청 제공 (Martin Edström)
    아마 스웨덴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스톡홀름 공항을 통해 입국을 하실 텐데요. 면세점을 지나 공항 밖으로 나오는 길에서만 해도 '피카'(Fika)라는 글자를 아주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면세점에서는 '피카'라고 적힌 빵을 팔고 있었고, 몇 걸음 지나니 카페에 '피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평생 먹으며 살아왔기에 본능적으로 피카가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는 눈치챘지만, 특정한 간식을 그리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궁금해지더라고요. 피카라는 단어는 코코넛이 잔뜩 발려 있는 초콜릿 케이크에도, 초콜릿과는 전혀 상관 없는 파운드 케이크에도 적혀 있었거든요. 커피에도 말이고요.

     
    일단 구글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피카는 스웨덴에서 '커피와 차, 간식'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을 먹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원까지 살펴보면, (1) 옛 커피의 철자인 'Kaffi'라는 단어를 뒤집고 변형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2) 요즘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형용사인 'fiken'(무엇인가를 희망하거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따왔을 것이라는 설도 있더라고요.
    어쨌든 19세기 제과점 문화가 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피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오전·오후 중 가장 바쁜 때로 여겨지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 즈음 피카 시간을 갖는다고요.
    이렇게만 보면 '한국에서 스타벅스에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습니다. 그래서 취재차 알게 된 스웨덴 공무원 A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단 스웨덴 문화부터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스웨덴에서는 '커피 드셨어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게 됩니다. 여기에는 '커피를 안 마셨으면 커피를 주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지만, 제 생각에는 '잘 지내고 있느냐' '오늘 하루 어떠냐'는 안부 인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스웨덴인이 그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우리 사무실은 매주 한 번 '간식 타임'을 갖는데요. 전 직원이 휴게소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피카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피카라는 게 사실 거창한 건 아닙니다.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마음가짐이죠." 스톡홀름의 한 카페에서 여성에게 호기심 많은 관광객의 눈을 하고 "피카가 왜 필요한가" 물었더니 이런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어요!"
    종합하면, 피카에서 주인공은 커피 또는 간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고, 커피 또는 간식은 나 스스로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고자 활용되는 도구에 가까워 보입니다. 스웨덴 전반에 피카가 녹아있는 건 스웨덴인이 일과 휴식의 조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관련이 깊다고 스웨덴 정부, 언론 등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관광청 홈페이지에서도 이런 안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근로계약서에 '직원은 휴식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조항을 넣는 관습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피카는 이러한 문화와 관계가 깊다."

    "행복하면 됐다"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피카와 유사한 문화가 덴마크에도 있습니다. '휘게'(Hygge)입니다. 피카가 스웨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처럼 휘게 역시 덴마크인의 가치관 또는 태도를 설명하는 주요한 단어라고요.
    '웰빙' 또는 '외부로부터 보호받는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던 고대 노르웨이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 휘게는 사실 그 정의가 매우 모호합니다. 편안함, 즐거움, 따뜻함 등을 뜻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하고, 이러한 것들을 찾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무엇이 휘게이고, 무엇이 휘게가 아닌지에 대한 정의는 없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것을 즐기는 것이 휘게일 수도 있고 잠시 혼자만의 여유를 갖는 것이 휘게일 수도 있습니다. 휘게는 일년 내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촛불의 따뜻한 빛이 휘게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인생의 크고 작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큰 휘게는 없습니다. 공원에서의 피크닉, 친구들과의 바비큐, 야외 콘서트, 거리 축제, 자전거 타기 등이 모두 휘게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카와 휘게는 무엇인가요?
    피카와 휘게. 북유럽 국가의 두 문화에는 여유나 행복을 찾는 것 이상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예를 들면 덴마크 정부는 휘게를 덴마크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평등을 반영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합니다. "휘게를 하는 시간에는 누구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희망과 망쳐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러니 휘게를 하는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반목하거나 누군가를 배제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 익숙하고, 이를 당연히 여기기도 하는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저... 피카 시간 좀 즐기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화 체험'을 핑계 삼아 한 번쯤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미리 계획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미 '나만의 피카' 또는 '나만의 휘게'를 갖고 있으시다면 슬유생에도 공유해주세요! 👆
     

     

     
    베를린 필 데뷔한
    지휘자, 김은선
    지난달 18일 저녁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에 "브라보!"라는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44)의 베를린 필 데뷔 무대에서였는데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인 그는 18~20일 객원지휘자로 베를린필 무대에 올랐습니다. 통상 첫 날 공연은 빈 자리가 많이 보이기 마련인데, 18일 공연은 빈 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이번 공연에서 김은선 지휘자는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지휘했습니다.
    베를린 필 설명에 따르면 '불안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강렬한 분위기'의 기대와 '우울한 회상이 특징'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에 흠뻑 몸을 맡긴 김은선 지휘자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커튼콜 전 무대 뒤로 퇴장했을 때 수건으로 빠르게 땀을 훔치는 장면이 보이기도 했고요.
    한국 지휘자의 베를린 필 객원 지휘는 정명훈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여성 지휘자로서는 처음입니다. 한국일보가 김은선 지휘자의 베를린 필 데뷔를 앞두고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를 잘 소개하고 있는 기사 일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44)이 100년 역사의 SFO의 최초 여성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2019년 12월.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클래시컬 보이스는 김은선에게 '할 수 있는 지휘자(The can-do conductor)'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어려운 도전 과제도 자신감 있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
    한때는 여성 지휘자 관련 질문 받기를 거부했다. 이제는 자신이 여성임을 드러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은선은 "'아시아 여성 지휘자'라는 내 존재 자체를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과거 세대와 나를 보며 지휘자의 꿈을 키운다는 어린 소녀들을 보면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2년 100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생전에 '여의사'로 불렸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며 "나 역시 '여성 지휘자'가 아닌 그냥 '지휘자'로 불릴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큰 어려움 없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김은선은 "사실 쉬지 않고 공부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를 포함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까지 6개국어를 구사한다.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 지휘를 위해 체코어까지 익혔다. 그는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고 하지만 작곡가의 색채를 이해하려면 말투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휘의 가장 큰 매력은 "말 한마디 없이도 지휘봉으로 하나가 되고 음악이 완성되는 점"이다. 김은선은 "무대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 지휘자인 만큼 연주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감을 주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에 오고 싶어요? 퀴즈를 푸세요!"
    지난 3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시 당국이 '암스테르담 룰'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취지는 이렇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오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기서의 규칙을 따를 수 있는지 체크해보라." 제 발로 찾아 오는 관광객을 두 팔 벌려 환영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관광객을 가려 받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
    암스테르담이 이렇게 관광객들을 '관리'하는 건 '저질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는 대마, 성매매 등 다른 국가에서는 '범죄'로 치부되는 여러 행위를 일찌감치 합법화했습니다. 수도 암스테르담은 이러한 행위를 즐기거나 경험하려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도시였고요.
    그러나 일부 관광객이 '과도한 자유'를 누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암스테르담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다는 게 펨케 할세마 암스테르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 당국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관광 산업의 대대적인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룰'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규칙에 나온 퀴즈를 재미 삼아 풀어봤습니다.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왜 암스테르담에 오고 싶은가요?" 선택지가 다섯 개 주어집니다. ①신혼여행 ②스태그 파티 ③쇼핑 ④관광 ⑤외출. '스태그 파티'는 '결혼을 앞둔 남자를 위한 파티'를 뜻하는데, 성적 요소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아무래도 스태크 파티를 제일 싫어할 것 같으니 일부러 골라보겠습니다. 그러자 이런 문구가 뜹니다. "어려울 것 같네요. 암스테르담에서 총각 파티 조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추가 질문에서 "홍등가에 대한 가이드 투어를 하고자 한다"는 답을 고르자 "그것은 안 된다"고 안내가 뜹니다.
    "새벽 5시까지 파티를 하겠다"는 답을 고르니 "새벽 2시까지만 가능하다”고 소개합니다. 퀴즈 참가자에게 '금지 목록'을 모두 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공식 관광 포털로 연결됩니다.
    암스테르담 룰은 현재는 영어로만 돼있습니다(암스테르담시는 '젊은 영국 남성'이 가장 문제적 관광객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도 안내할 예정입니다. '안전한 도시' '안전해보이는 도시'로 변신하겠다는 암스테르담의 계획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오늘도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과 함께 슬유생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슬기롭게 대처합시다...
    💬 아직 둘러보는 단계라 좀 더 보고 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ㅎㅎㅎ 네. 어떤 의견이든 새겨듣겠습니다.
    💬 한국과 비교해서 어떤지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마도 한국의 자산불평등 상황이 상당히 좋은 편일듯 합니다. 엄청난 상속세 증여세가 있으니까요.
    💬 주제, 항목을 2개로 줄이고 더 심도 있게 다뤘으면...
    💬 유럽의 불평등기사는 인상적이었어요. 소득에서의 평등 정도와 복지 국가 정책의 연관성을 다루는 통계도 궁금합니다. (국가 정책이 소득을 메워 주는 것일까요? 계층별 라이프스타일은 많이 차이 나는 걸까요?)
    → 오늘도 소중한 의견, 제안 감사합니다. 이번 슬유생은 설명이 조금 더 필요했겠다는 아쉬움이 저도 뒤늦게 남습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고민, 궁금증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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