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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독특한가 황당한가
    문화 광장 2024. 3. 17. 16:08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독특한가 황당한가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웹툰 원작

    안재홍·류승룡 코미디 호흡에 눈길

    기자남지은

    수정 2024-03-17 15:07등록 2024-03-17 10:30

    드라마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가 닭강정이 된 딸을 사람으로 되돌리려는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직원 고백중(안재홍) 이야기다. 기계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과정에서 황당무계한 전개가 펼쳐진다. 넷플릭스 제공

    원작 웹툰 ‘닭강정’. 네이버웹툰 제공

     

    ※주의/드라마의 주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조차 “만들면서 현타가 왔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3월15일 공개)은 10회 내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헛웃음이 난다. 설정부터 기이하다. 최민아(김유정)가 의문이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하고, 아빠 최선만(류승룡)이 직원 고백중(안재홍)과 함께 딸 민아를 사람으로 되돌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사람이 닭강정이라니 현타가 오고, 기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외계인이 등장하니 또 한번 현타가 온다. 평론가들조차도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낯설어하는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닭강정’은 말 그대로 ‘신개념’이다. 웃음 코드가 너무 독특해서 그 세계에 자연스럽게 입성할 수 있으면 재미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황당하게만 느껴질 작품”이라고 했다.

    ‘닭강정’을 드라마로 만든 시도 자체가 차별점이라 여겨질 수 있다. ‘닭강정’은 2019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박지독 작가의 작품이 원작이다. 당시에도 독특한 그림체만큼 기상천외한 전개가 화제를 모았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외계인도 나오고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리프도 등장해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드라마의 극본과 연출을 담당한 이병헌 감독은 새로운 서사를 상당 부분 추가하고 이를 연극적인 언어와 화법 등을 활용해 표현하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말장난과 4차원 개그가 난무하고 안재홍이 실제 출연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등장하는 등 현실과 극을 넘나든다.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후반부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그저 웃자고 만든 황당무계한 작품이라는 오해도 벗어난다. 민아를 닭강정으로 만든 의문의 기계는 외계인이 지구에서 놀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데 사용하는 장치다. 누군가 기계를 훔쳐 외계인의 발을 묶었다.

    기계를 찾아 자기네 별로 돌아가려는 외계인과 딸 민아를 사람으로 되돌리려는 선만을 중심으로 인간의 본성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200년간 지구에서 사람들을 지켜본 외계인들은 “당신들은 친구를, 가족을 전쟁터로 내몰고 그 죽음을 피한 자들의 욕심을 채웠다”며 인간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하고 무기도 전쟁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 진화의 정점에서 모두가 만나게 될 거”라는 대통합도 이야기한다. 정 평론가는 “메시지가 없었다면 황당하게만 끝났을 텐데 사람들이 음식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등의 사회 풍자와 청년 세대의 고민 등 한국 사회의 고민을 담아내면서 ‘신개념’ 작품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밀고 나간 ‘적당히를 모르는’ 연출은 중반에서 멈칫한다. 기계의 비밀을 푸는 유인원(유승목) 박사와 조카 유태만(정승길)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설명이 길어지며 지루해진다. 메시지를 과하게 넣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맥이 끊기기도 한다.

    하지만 안재홍과 류승룡의 ‘코미디 조합’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

    안재홍표 고백중은 부모와 현실에 싱어송라이터 꿈을 접고 사는 청년 설정이 더해졌고, 류승룡표 최선만은 부성애가 더욱 강조됐다. 민아를 생각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웃기면서 절절하다. 드라마는 시청자를 낯선 이 세계로 안내하는데도 두 코미디 천재를 제대로 활용한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구만” “이상해… 보게 돼…” 등의 대사로 시청자가 느낄 당황스러운 감정을 공유한다. 정 평론가는 “배우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이 드라마는 원래 이런 거’라는 걸 대놓고 말하며 시청자들을 ‘닭강정’의 세계로 안내하는 영리한 방식”이라고 했다.

    살인, 액션 등의 장르물이 쏟아졌던 오티티 드라마가 ‘닭강정’으로 새 국면을 맞을 지도 관심 사안이다.

    ‘닭강정’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한국)에서 드문 30분물 10부작 구성이다. 계속 같은 옷을 입고 나오고 주요 배경도 선만의 회사 등으로 단출하다. 한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이 작품이 성공하면 스케일 큰 화려한 볼거리에 집착한 드라마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325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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