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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카고 세탁소집 아들, 고국에 1조 투자해 쿠팡 ·배민 키웠다
    지금 이곳에선 2024. 1. 2. 11:14

    시카고 세탁소집 아들, 고국에 1조 투자해 쿠팡 ·배민 키웠다

    [글로벌 시장 누비는 한인 VC] ①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창업가 자신감 살릴 것… 한국 기업에 투자금 30~40% 투입”

    안상현 기자

    입력 2024.01.02. 03:00업데이트 2024.01.02. 08:50

    쿠팡,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당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또는 대표 IT 기업으로 성장한 이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창업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한 킴(한국명 김한준·59) 알토스벤처스 대표다. 지난달 21일 서울 한남동 알토스벤처스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김 대표는 “17년 전 처음 한국에 처음 투자할 때만 해도 네이버 외엔 이렇다 할 신생 기업이 없었다”며 “지금은 전체 투자금의 30~40%를 한국 기업에 쏟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우리의 일은 창업가들에게 현실적인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오종찬 기차

    김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인 1976년 미국 땅을 처음 밟았다. 경기도 평택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그의 부모는 시카고에서 공장과 세탁소 일을 하며 자식을 키웠다. 공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던 그는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주한미군 공병 장교로 복무를 마친 뒤 스탠퍼드대 MBA에 진학했고, 1996년 알토스벤처스를 창업했다.

    알토스벤처스는 지금까지 한국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모두 미국 기관에서 출자받은 돈이다. 김 대표가 미국 자본과 국내 스타트업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게 된 계기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의 만남이었다.

    2007년 만난 장 의장은 그에게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부탁했다. 김 대표는 “장 의장은 당시 집을 하나 마련해 대학생들을 데려와 무료로 재워주고 먹여주면서 뭐든 맘껏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었다”며 “이토록 멋지게 돈을 쓰는 기업가도 있는데, 정작 그 다음 단계 투자를 해주는 곳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신생 IT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 출자자를 설득해야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답변하기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왜 한국에서 이 분야 큰 회사가 안 나오느냐’였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해 인수합병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시 한국 벤처투자 펀드는 다 5년짜리에 회사를 팔면 나쁜 놈 취급까지 받아 구조적으로 성장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웠다”면서 “유일하게 돈 버는 길은 상장인데, 상장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이익을 내다 보면 상장 후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고 도태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했다.

    그는 개별 기업마다 투자 논리를 세웠다. 초기 투자한 쿠팡은 한국의 온라인 거래 비율이 높고 배송 물류 승부처인 도시 인구도 미국보다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한국 상위 10개 도시 인구가 미국 상위 10개 도시 인구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분명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라며 “실제 쿠팡 거래액이 1조원을 넘기는 데 걸린 시간은 미국 아마존보다 짧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뿌린 씨앗은 거목으로 자라났다. 우아한형제들과 하이퍼커넥트는 수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으며 해외 기업에 인수됐고, 크래프톤과 쿠팡은 각각 한국과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수십조원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투자 성공 사례가 늘면서 미국 기관의 한국 투자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며 “우리도 투자 제안 금액의 50~60%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로 번 돈을 다시 한국에 쏟아붓는다. 지난해만 국내 스타트업에 3460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의 신조는 ‘더더더’이다.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믿음이 생긴 기업에 투자를 더 늘려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알토스벤처스 투자 펀드는 만기가 기본 12년에 투자 담당자 재량으로 2년을 추가할 수 있고, 그 이후 투자자 동의를 얻어 1년씩 연장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대표도 매출 수백억을 넘겼을 때 자기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더 할 수 있다고 독려했고 결국 매출 1조원을 넘겼다”면서 “우리의 일은 창업가들에게 현실적인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1/02/2N2SKX2GRFBP3OSWUTO64SDH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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