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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대의 저작권]② AI가 베낀 미키마우스 때문에 징역형까지?...저작권 침해 요건은
    지금 이곳에선 2023. 12. 20. 01:36

    [AI 시대의 저작권]② AI가 베낀 미키마우스 때문에 징역형까지?...저작권 침해 요건은

    아이디어 아닌 ‘표현’ 보호하는 저작권법

    창작성 들어간 표현 베낄 때만 저작권 침해

    학습 단계부터 타인 작품 사용하는 AI

    저작권 침해 최소화하려면 인위적 개입 불가피

     
    입력 2023.07.05 06:10

    인공지능(AI)이 파블로 피카소의 회화 양식을 따라서 제작한 그림들. 이용자들은 "피카소 스타일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초상화", "(사진 작가) 애니 레보비츠 스타일로 찍은 피카소의 셀카", "피카소가 그린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 남자" 같은 프롬프트(자연어 명령)를 입력해 이 같은 결과물을 얻었다. 얼핏 보면 피카소의 큐비즘 회화 같지만 AI에서 산출된 이미지들이다. /오픈아트AI 화면 캡쳐
    #김모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자다. 그는 생성형 AI로 여름밤 풍경화를 그려 이 이미지를 프린팅한 제품을 판매했는데, 어느날 기성화가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게 됐다. 화가는 “지금 당장 제품 판매를 중지하고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황당했다. AI가 이 화가의 작품을 베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더러, 막상 AI가 만들어낸 작품과 화가의 원작을 놓고 비교해보니 그리 유사한 것 같지도 않았다.
    가정적 상황이지만, 향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생성형 AI 이용이 지금보다 더 보편화하면 저작권 침해 여부와 고의성 및 저작권 침해 주체 등을 놓고 수많은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현존하는 법리 만으로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논하기는 어렵다. 특히 AI의 ‘산출’ 단계에서 저작권법 위반이 이뤄졌는지 따지는 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이미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법리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법 ”사진 촬영자 개성·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으로 보호”
    생성형 AI의 결과물 산출 단계에서 저작권 침해가 이뤄졌는지는 정량적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두 저작물의 일치율이 80% 이상이면 저작권 침해”라는 식으로 규제할 순 없다.
    그렇다면 법원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어떻게 따질까.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이다.
    문진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 때문에 소송 초기부터 아이디어냐 표현이냐를 놓고 격렬히 다투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 승패 여부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표현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해서 전부 저작권 침해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원 저작자의 ‘창작성’이 들어간 표현을 베낄 때만 저작권 침해로 인정된다. 박창환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참고할 만한 판례로 2001년 ‘남부햄 사건’을 소개했다. 사진작가가 햄 업체의 의뢰로 제품 카탈로그에 실을 햄 사진을 찍어 제공했는데 회사가 이를 백화점 상품 가이드북에까지 이용하자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햄 사진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까. 2001년 '남부햄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진 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 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위키커먼스
    당시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선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바, 사진 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 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햄 사진에 작가의 창작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창작의 정도가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결의 골자다.
    대법원은 이후 2011년 여행책자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도 “지도상에 표현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은 사실 그 자체일 뿐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니며, 지도의 창작성 유무를 판단하려면 지도의 내용이 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을 종래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그 표현된 내용의 취사 선택에 창작성이 있는지 등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여타 저작물과는 다른 독자성, 그리고 정신적 노력의 결과물인 개성이 있어야만 저작권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창작적 요소 유사하고 의거관계도 증명돼야…”창작자 입증 어려워”
    결국 생성형 AI와 관련된 법적 분쟁에선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의 논문심사위원회가 논문 표절 여부를 심사하듯, 재판부의 재량에 많은 것이 달릴 전망이다.
    법원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까. 일반적으로 저작권 침해의 요건은 둘로 나뉜다.
    먼저 의거관계가 충족돼야 한다. 의거성이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근거로 작성됐다는 것,
    즉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직접 베꼈다는 것을 뜻한다. 두번째 요건은 실질적 유사성이다. 창작성 있는 표현 요소가 실질적으로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은 저작권법에 명시돼있지 않다. 미국 판례에서 처음 나와 국내에서 수용한 개념이다.
    의거성 여부를 따지는 건 매우 까다롭고 애매한 문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두루 학습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우연히 특정 저작물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특정 저작물을 직접 베낀 건지 판단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AI 이용자가 “OOO 작가의 그림을 모방하라”는 명령을 입력하거나 AI 개발사가 “OOO 작가의 그림과 똑같이 그리라”고 설정한 게 아닌 한, 의거 관계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도입된 개념이 ‘현저한 유사성’이다. 법원에서는 두 저작물 사이에 현저한 유사성이 있으면 의거관계가 성립한다고 추정한다. 현저한 유사성이란 저작권 침해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실질적 유사성은 창작적 표현만 해당되는 반면, 현저한 유사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창작성 없는 표현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 오른쪽에 저작권을 나타내는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흐리게 보인다. 이 워터마크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현저한 유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
    예를 들어, 게티이미지가 AI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건 사건에서 게티이미지는 AI 사진에 그대로 찍혀나온 자사 워터마크를 보고 의거관계를 주장했다. 이때 이 워터마크가 바로 ‘현저한 유사성’의 증거다.
    그 자체로는 창작성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보호 받지 못하는 요소이지만, 의거 관계를 추정하는 명백한 증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현저한 유사성이 입증되고 나면 AI 사진이 게티이미지 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을 베꼈는지 판단하게 되는데, 이 때 따지는 게 ‘실질적 유사성’이다.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다만 현저한 유사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얼마나 될까 싶다”며 “창작자들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래서 창작자들이 AI의 데이터 ‘학습’ 단계부터 문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 침해 ‘고의성’ 인정될까? AI는 X, 개발사는 O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처벌이 모두 가능한 걸까. 저작권 침해만 인정되면 저작권자는 “내 저작물을 더이상 쓰지 말라”며 사용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 단계까지 가려면 저작권 침해의 고의성까지 인정돼야 한다.
    저작권 침해의 고의성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베낀다고 해서 무조건 성립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성립한다. 가령, A씨가 저작권 침해가 이뤄진 그림을 모르고 구입해 SNS에 업로드했다면, 저작권자는 A씨에게 “그림을 내리라”는 요구를 할 수는 있어도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 고소는 못 한다. A씨가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고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의 저작권 침해에서도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 이용자가 AI에 “미키마우스 그림을 그려달라”고 명령한다면 이 이용자가 저작권 침해 주체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명령을 입력했음에도 AI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법리상 AI는 사람이 아니어서 저작권 침해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AI 개발사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미필적 고의(자신의 행위로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심리 상태)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 변호사는 “만약 AI 개발사가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대처한 정황이 있었다면, 이는 AI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걸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침해 최소화하려면 인위적 개입 불가피”
    한편, AI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학습과 산출 단계로 분리해서 따지다 보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데이터 학습이 법적인 허용 범위를 넘어서 이뤄졌는데 산출된 결과물엔 문제가 없다면 이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봐야 할까.
    오정익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AI가 학습 단계에서부터 이미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산출 단계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면 AI 개발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데이터 학습을 의도적으로 덜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 변호사는 “AI 기술에는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워낙 많아, 현재로서는 사람이 직접 오류를 잡아내 수정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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