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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하는 의사들] 자기장 유도로 방사선 항암치료...“의사들에게 혁신적 기술 전하려 회사 차렸죠”
    지금 이곳에선 2023. 12. 17. 09:51

    벤처하는 의사들] 자기장 유도로 방사선 항암치료...“의사들에게 혁신적 기술 전하려 회사 차렸죠”

    김태순 라덱셀 대표 인터뷰

    항암 방사선 치료 자기장 더해 부작용 줄이고 암세포만 공격

    인체 밀도 차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 자기장 방사선 유도 기술 개발

     
    입력 2023.12.17 06:00

    이달 4일 라덱셀 본사에서 만난 김태순 라덱셀 대표./이정아 기자

    외부에서 방사선을 쬐어 암 종양을 죽이는 방사선 치료는 효과가 좋다. 하지만 방사선이 종양뿐 아니라 주변 건강한 조직까지 닿아 세포 괴사가 일어나며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에선 여러 과학자들이 방사선을 암조직에만 정확하게 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방사선은 몸에서 전자로 바뀌어 암조직을 태우는데, 이때 자기장을 걸면 전자가 암조직 외의 건강한 조직에 닿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자기장을 조절해 방사선이 원하는 조직에만 닿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서 자기장을 통해 방사선의 경로를 바꾸려면 5테슬라(T·자기장 세기의 단위) 이상의 자기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 고강도 자기장은 방사선치료기의 작동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방사선 기반 항암치료 전문기업 라덱셀은 여기에 ‘인체 내부 밀도 차이’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달 4일 서울 용산구 라덱셀 본사에서 만난 김태순 대표는 “사람 몸속의 밀도차를 이용하면, 0.2T의 저강도 자기장으로 방사선의 분포를 조절할 수 있다”며 “이 원리를 활용해 자기장과 방사선을 융합한 치료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하대 의대를 졸업하고 호주 시드니대에서 석사,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의사 출신 벤처사업가다. 미국 머크(MSD) 의학부 이사, 신테카바이오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21년 7월 정누리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라덱셀을 설립했다. 라덱셀은 방사선(radiation)에 뛰어남(excellence)을 더해 만든 이름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벤처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의대에 다닐 때 의료봉사를 많이 나갔다. 하지만 의대 공부를 해서 나중에 임상에서 환자를 만나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환자를 살리는 데 제한적이고 생각보다 의학이 풀 수 있는 숙제가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암 같은 난치성 질환자, 응급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 싶었다.
    혁신적인 의학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 의학 시스템을 좀 더 싸고 좋게 만들어 의사들에게 전달한다면 훨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들은 10년 이상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 동안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새로운 시술 개발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다.
    그러므로 새로운, 또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려면 기업이 있어야 하고 또 혁신적인 기술은 벤처기업에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수의 의사가 이런 의학계 판을 바꿔야 하며 그것이 내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 라덱셀이 개발한 자기장 방사선치료 기술을 설명해달라.

    라덱셀이 개발한 MMRT. 기존 방사선 기기에서 환자가 눕는 부분(베드) 안에 자기장 발생 장치를 넣었다. 방사선이 몸속에 들어가면 전자로 바뀌어 암조직을 태우는데, 자기장을 걸어 암조직으로만 집중시키는 원리다./라덱셀
    “우리는 먼저 방사선치료에 자기장을 접목한 ‘자기 조절 방사선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을 360도로 쬐는데 정확하게 암조직에만 쬐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장기들에도 닿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한 장기의 세포가 괴사해 기능이 떨어지고 전신 상태가 악화되는 부작용을 겪는다.
    세브란스병원처럼 큰 병원에서는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기기가 효과는 좋지만 치료비가 굉장히 비싸다는 점이다. 역으로 말하면 여러 환자가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으니 비용대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를 개선해서 암조직만 정확하게 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방사선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전자로 바뀐다. 이 전자가 암조직을 태우는 것이 방사선 치료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자기장을 더한 것이다. 자기장이 있으면 전자가 휘면서 암세포에만 집중되고, 그 주변의 건강한 장기에는 닿지 않을 수 있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있는 것 같다. 차별점을 소개해달라.
    “우리뿐 아니라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을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이 자기장을 이용하면 부작용 없이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우리 외에 실제로 기술을 개발해낸 곳은 없다.
    단순히 자기장만 사용하면 5T 이상의 고강도 자기장이 필요한데, 이런 고강도 자기장을 방사선치료기와 병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밀도차를 이용해서 0.2T의 저강도 자기장만으로도 방사선치료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기도나 폐 같이 인체 내부에 원래 존재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밀도 차이도 활용할 수 있지만, 풍선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밀도차를 만들어 주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조절 방사선치료를 위한 ‘풍선 삽입 기구’도 개발했다.
    우리가 개발한 자기 조절 방사선치료(MMRT) 기술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이다.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내년 상반기에 강원대병원 등과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방사선 분포를 정밀하게 조절하기 위해 치료 설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자체 소프트웨어도 제작했다.”
    - 어떤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나.
    “MMRT 기술의 첫 번째 목표 질환은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방사선치료 또는 MMRT를 했을 때의 결과를 영상으로 비교했다. 방사선이 닿은 부위는 붉은색으로 나타나는데,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전립선의 암조직뿐 아니라 인접한 직장의 앞 벽 부분까지 붉게 나타난다.
    방사선이 닿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 염증, 출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MMRT 기술을 이용하면 태워야 할 암조직 부위만 붉게 나타난다. 주변 건강한 직장 부위에 닿는 방사선량이 30%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 풍선 삽입 기구로 밀도 차이를 만드는 원리가 신기하다.

    라덱셀에서 개발한 풍선 삽입 기구./이정아 기자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는 직장 부위에 외부에서 풍선을 삽입하고, 공기를 주입한다. 간단한 시술이어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나 불편은 거의 없다. 풍선 삽입 기구는 기존 방사선치료에서도 널리 쓰이던 방법이다.
    기존에는 암의 위치를 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우리는 비슷한 형태를 다른 목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목적에 맞게 일부 개선하는 방향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공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몸속 기포를 이용하면 암조직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할 수 있고 방사선 역시 잘 조절할 수 있다.
    기포가 있으면 방사선이 건강한 장기에 닿지 못하고 공기 중에 분산돼 버린다.
    쉽게 말해 몸속에 들어간 방사선이 전자가 된 다음 자기장에 의해 집중돼 공기방울을 점프하는 방식으로 암조직만 태우는 원리다.”
    - 특허는 얼마나 확보했나.
    “쥐 동물실험을 거쳐 여러 특허를 출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기장과 풍선 삽입 기구 등 MMRT 관련 기술에 대해 출원한 특허는 총 30개다.
    이 중 ‘자기장 생성 장치 및 그의 제어 방법’ 등 20개 기술이 심사 중이며 ‘자기장을 이용한 종양표면선량 강화 방사선 치료장치’, ‘자기장을 이용한 체내 점막조직 선량 제어 방사선 치료장치’ 등 10개 기술이 등록 완료됐다.
    일단 전립선암 치료용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전립선암에 대한 주요 치료법이 방사선 치료이기 때문이다. 향후 자궁경부암과 구강암, 식도암, 위암, 폐암 순으로 기술을 개발하려고 계획 중이다.”
    - 또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방사선 치료와 MMRT로 치료했을 때 차이를 나타낸 영상. 방사선이 닿은 부위는 붉은 색으로 나타난다.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전립선의 암조직뿐 아니라 주변 장기까지 붉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MMRT 기술을 이용하면 태워야할 암조직 부위만 붉게 나타난다. 주변 건강한 직장 부위에 닿는 방사선량이 30%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라덱셀
    “MMRT가 방사선 치료에 자기장, 풍선을 더한 기술이라면 로롯 내시경 방사선치료는 방사선 치료에 자기장, 로봇팔을 더한 기술이다. 로봇팔을 이용하면 더 작은 부위를 정밀하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유방암과 피부암, 구강암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방사선 치료 중에는 고형암을 떼고 방사선을 쬐어 구덩이를 파는 방식으로 혹시나 남아 있는 암까지 다 죽이는 방법이 있다. 이때 내시경과 로봇팔을 이용하면 자르는 구멍을 최소화해 마찬가지로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1~2cm 크기로 뚫어 내시경을 낳고 자기장 환경에서 방사선을 쬐어 조밀한 범위를 태우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로봇팔에서 손 부분은 완성했고, 팔 부분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한 로봇제작기업과 협업 중이다. 곧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예정이다.”
    - 벤처 창업을 꿈꾸는 다른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앞으로는 항체치료제나 면역항암제처럼 암세포를 정확하게 표적으로 삼아 치료하거나, 환자 개인형 맞춤 치료·정밀의료가 대세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를 환자들이 다 동일하게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마다 암 위치와 생김새가 다르고 증상이 다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치료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암 치료제와 치료기술 관련 시장은 글로벌하게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도 전 세계 의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역시 항암 치료기술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는 잘 제작하지만 아직까지 항체치료제 분야를 포함한 신약 개발에서는 초기단계다.
    그러니 앞으로 세계 시장을 잡으려면 전략을 잘 짜야 하지 않을까.
    다국적 제약사들이 준비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 그들이 하고 있지 않지만 수년 후 반드시 메인 기술이 될 것을 짐작하고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상대하는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물론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은 신속하게 움직여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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